한화가 갈 길 바쁜 NC에게 매운 고춧가루를 뿌렸다.

한용덕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5일 통합창원시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7안타를 터트리며 3-0으로 승리했다. 2연패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NC의 5할 승률을 무너트린 한화는 이날 비로 경기가 취소된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승차를 2.5경기로 벌렸다(48승79패).

한화는 2017 시즌이 끝나고 롯데에서 한화로 이적한 외야수 김민하가 3회 시즌 2번째 홈런을 결승 솔로포로 장식했고 정은원도 7회 김건태로부터 쐐기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 마운드에서는 9회에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 지은 정우람이 3년 연속 20세이브 고지를 밟은 가운데 외국인 투수 채드 벨은 8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최근 4경기에서 3승을 따내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샘슨-헤일 콤비 포기하고 영입한 채드 벨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에서 한화선발 채드벨이 역투하고 있다. 2019.8.7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에서 한화선발 채드벨이 역투하고 있다. 2019.8.7 ⓒ 연합뉴스

 
작년 시즌 한화의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은 약간의 기복을 보였음에도 30경기에서 13승 8패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하며 한화의 1선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195개의 탈삼진으로 정규리그 탈삼진왕에 오르며 리그 최고의 파워피처로 명성을 떨쳤다. 토종 선발진이 약했던 한화로서는 샘슨의 꾸준한 활약이 정규리그 3위로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하지만 샘슨의 뛰어난 활약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의 준플레이오프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데이비드 헤일에 이어 2차전 선발로 등판한 샘슨은 4회 임병욱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는 등 4.1이닝 4피안타 4사사구 4실점(3자책)으로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결국 한화는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히어로즈에게 패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고 2차전에서 아쉬움을 남긴 샘슨에게 명예회복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시즌이 끝난 후 샘슨과의 재계약 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한화는 전체 투수 중 최다 볼넷 공동 1위(79개)와 이닝 당 18.9개(1위)에 달하는 많은 투구 수를 기록했던 샘슨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리고 한화가 샘슨, 데이비드 헤일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며 영입한 새 외국인 투수는 호주 출신의 우완 워릭 서폴드와 미국 출신의 좌완 채드 벨이었다.

올해부터 외국인 선수의 몸값이 한 선수 당 최대 100만 달러로 제한됐기 때문에 한화는 2017년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를 데려 올 때처럼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서폴드의 몸값은 총액 70만 달러, 벨의 몸값은 60만 달러로 2년 전 오간도(180만 달러)나 비야누에바(150만 달러) 한 선수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연히 팬들의 기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서폴드가 작년 KBO리그 다승왕에 올랐던 세스 후랭코프(두산 베어스)와 비슷한 타입의 투수로 뜻밖의 성공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에 벨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았다. 특히 한화는 작년 시즌에도 선발진의 좌우균형을 위해 제이슨 휠러라는 좌완 투수를 영입했다가 실패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벨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가 떨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시즌 치를수록 점점 좋아지는 벨의 투구내용

실제로 벨은 빅리그에서 통산 31경기에 등판하면서 선발 등판 경기가 단 4경기에 불과했다. 2017년부터는 마이너리그에서도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등판하는 경기가 훨씬 많았다. 미국에서 불펜 전문투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갑자기 늘어난 투구 수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따라서 벨 역시 체력에 대한 우려가 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벨은 올 시즌 한화 선발 투수들 중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서폴드와 함께 한화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마무리 정우람(4승 2패 20세이브 ERA 1.46) 정도를 제외하면 한화 마운드에서 벨보다 안정된 투구를 펼치는 투수는 없다. 한화의 불펜진이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던 작년(4.29)만큼의 위력을 보였더라면 벨은 지금쯤 충분히 두 자리 승수를 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벨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약점은 역시 상대적으로 적은 이닝 소화다. 벨은 올 시즌 25경기에 선발로만 등판했지만 149.1이닝을 던지며 팀 동료 서폴드(164.1이닝)를 비롯한 각 구단의 에이스급 외국인 투수들에 비해 이닝 소화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벨은 7월 이후에 등판한 8경기 중 5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적은 이닝 소화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지우고 있다.

특히 벨은 5일 NC전에서 벨은 올해 3번째 8이닝 무실점 경기를 만들며 시즌 8번째 승리를 따냈다. 9회 3년 연속 20세이브를 앞두고 있던 마무리 정우람이 3점의 리드에서 등판했지만 8회까지 벨의 투구 수는 단 86개로 충분히 완봉을 노려볼 수도 있었다. 실제로 이날 NC 타자들은 벨을 상대로 한 번도 연타를 때리지 못했다. 벨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3.68까지 낮추며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도 12위로 뛰어 올랐다.

작년 8승 8패 1홀드 ERA 4.89를 기록했던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는 올 시즌 16승 4패 ERA 2.28로 맹활약하며 전혀 다른 투수로 변모했다. 산체스는 2년째 선발로 활약하며 선발 투수로서의 습관과 체력관리에 익숙해진 것이 호투 비결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발 변신 첫 시즌에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벨 역시 내년에는 산체스처럼 더 나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 한화가 시즌이 끝난 후 벨의 승수가 아닌 투구내용에 더 주목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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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채드 벨 가격대비 성능 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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