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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서 특이한 집단주의 행태를 보여주는 사건이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조국 관련 이야기다. 청문회를 앞둔 후보자에 대해 많은 언론이 무차별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검찰은 전례 없이 전광석화처럼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이런 언론의 프레임에 빠진 몇몇 사람들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말들로 인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부화뇌동하거나 거기에 휩쓸려 떠밀려 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때부터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린 게 돼버린다. 집단주의에 매몰된 집단적 개인주의자가 되어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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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의 여름, 작은 책방을 전전하다 책 표지에 메모를 해놓은 책방주인의 마음에 끌려 집어든 책,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으면서 줄곧 든 생각이다.

현직 부장판사이기도 한 저자 문유석은 스스로 개인주의자임을 자처한다. 판사가 개인주의자란 거에 대해 많은 이들이 뻔뻔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문유석은 스스로 개인주의자임을 자처한다. 많은 개인주의자들에게 '싫은 건 싫다'고 선언하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개인주의는 이기적 개인주의자가 아니다. 합리적 개인주의자이다. 개인주의면 개인주의지 합리적 개인주의는 또 뭐야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합리적 개인주의는 뭘까? 한 마디로 공동체에 대한 배려, 사회적 연대와의 공존이다. 스스로 개인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자신의 자유가 일정부분 제약될 수 있음을 수긍해야 한다. 또한 타인의 다른 입장의 사람들과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한다. 오로지 내가 보는 시각으로만 세상을 보면 그건 아집이고 이기적 개인주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합리적 개인주의자는 개인의 힘만으론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과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비합리성까지도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합리적 태도가 없는 개인주의는 각자 도생의 이기주의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양보하고 타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개인주의자로 살다보면 필연적으로 무수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고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해야 하는가. 아니, 최소한 그들을 참아주기라도 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가끔은 내가 양보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내 자유를 때로는 자제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타인들과 타협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과 연대해야 하는가."
 
 
이렇게 고민하는 이유는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타인과 연대도하고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기도 하고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실상은 어떨까?

우리 사회에서 개인주의는 이기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타인의 권리를 짓밟는 데 무신경한 일부 극우 집단도 극단적 개인주의가 모여 만들어진 집단이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자존감을 상실한 이들은 집단의 뒤에 숨어 익명의 가면을 쓰고 뻔뻔스러워지거나 잔혹한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한다. 이들에게 타인에 대한 배려나 희생은 찾아볼 수 없다. 집단 속에 매몰된 개인주의자의 모습이다.

언론은 어떠한가?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 하에 일부 언론이 벌이는 폭력은 누군가의 불행을 먹잇감으로 하고 있음을 많은 이들은 보아왔다. 물론 어쩌다 그들이 사실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왜곡된 정보를 쏟아내는 경우가 더 많음을 알고 있다.

사회, 집단은 개인의 행복을 위한 도구다. 한때 '사회가 개인을 위한 존재하는가'와 '개인이 사회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담론이 서로 다툴 때도 있었지만 사회는 개인들의 집합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과거엔 개인이 사회에 종속된 존재로서 개인의 생각과 의견보다는 사회의, 집단의 의견이 더 중요했다.

시간이 흘러 사회의 변화 속에 개인의 의견과 생각들이 표출되고 있지만 아직 집단속에서 작은 목소리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저자는 개인주의자라 선언하고 개인주의를 선언하라고 한다. 여기서 개인주의는 앞서 말했듯 유아적인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한 고립주의가 아닌 합리적 개인주의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개인'이다. 집단속에 살고 있지만 개인의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개인은 이기적 개인주의자가 아니라 합리적 개인주의자로 살자고 말한다. 개인과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면서 조직에서 간혹 '싸가지'라고 불릴지라도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분명하게 말을 하라고 한다. 인간에 대한,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것은 합리적 개인주의자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합리적 개인주의가 아닌)가 만연한 집단주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있는 자, 어떤 위치에 오른 자의 갑질이나 출신지역과 학교, 심지어 학번 등 이 모든 게 집단주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은 사람들을 한 줄로 세우게 하고 이는 곧 서열화와 수직적이고 획일적인 가치관을 형성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저자 또한 그 집단속에서 살고 있는데 스스로 개인주의자라 말하고 개인주의를 선언하라고 이야기한다.

글은 대부분의 법관으로서의 고민과 생활을 중심으로 학창시절의 경험들을 다루고 있다. 법관으로서 약자에 대한 고민들, 사회적 문제에 대한 생각들, 인간에 대한 성찰들을 사변적이면서도 철학적 사유로 적어내면서 이렇게 말한다.

집단 내 무한경쟁과 서열싸움 속에서 개인의 행복은 존중되지 않은 불행한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합리적 개인주의자가 되라고.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가 바로 합리적 개인주의들의 사회라고.

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문학동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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