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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소녀 리도희?"
"엄마 이 난민이 그 난민이야?"
"맞아."
"이름이 리도희? 북한 사람 아니야? 왜 난민이라고 해? 우리나라 사람인데?"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강물이의 질문에 말문이 콱 막힌다. 나 역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이어서. <난민 소녀 리도희>는 북한에 사는 한 소녀가 난민 신청을 하고 난 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난민 소녀 리도희 주인공이 매고 있는 백팩은 내가 중학교 시절에 매고 다니던 가방과 똑같다. 낯설지 않은 소녀의 모습이 느껴진다.
▲ 난민 소녀 리도희 주인공이 매고 있는 백팩은 내가 중학교 시절에 매고 다니던 가방과 똑같다. 낯설지 않은 소녀의 모습이 느껴진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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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주도에서 난민 신청을 했던 '예맨 난민들', 멕시코 국경을 넘다가 '익사한 아빠와 아기' 등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들이 왜 난민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얼마나 어렵게 힘들게 국경을 넘는지에만 초점을 두고 생각했다.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진 후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내 생각의 초점은 '예맨 난민들'이 우리나라에 입국했을 때 우리 사회 아니 내 삶에서 일어날 혼란이었다.

주인공 리도희가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밴쿠버행 비행기를 타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도희는 정치수용소에 있는 아빠와 뒷수습을 할 엄마를 남겨두고 홀로 캐나다로 가서 난민 신청을 할 예정이었다.

일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도희는 우여곡절 끝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 이야기는 끝이 날 듯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임시 거주지인 하나원에서 만난 영화 언니와의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낀 것. 도희는 피부색도 같고 대화하는 언어도 같아 '역시 한민족이구나'라는 생각을 하지만, 영화 언니는 성장 배경을 이유로 도희와 선을 긋고 대한다.

하나원을 나와 이들은 본격적인 서울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영화 언니는 미용기술을 배우고 도희는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그때 영화 언니가 다니는 미용학원에서 강사가 하는 말.
 
"아, 미안. 탈북자라고 했죠. 뜻을 모르면 모르는 대로 넘어가세요. 영화씨는 따로 영어 공부 좀 해야 될 거예요."
"불쑥불쑥 질문해서 수업 방해는 말아줘요."
 
비슷한 일은 도희에게도 생긴다. 학교에서 통일 강연을 하게 된 도희에게 같은 학년 학생들이 하는 말.
 
"귀찮게 웬 통일 교육. 먹여 주고 재워 주고 학교까지 보내 준 애한테 뭘 들으라는 거야?"
"우리 나이에 강연이라니. 걔는 이제 대학 고르기만 하면 되겠네. 우리는 걔 대학 보내기 위한 청중이 되고."
 
탈북자를 대하는 태도, 그들에 대한 생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소름끼치게도 나는 이 대화들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동조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면에서는 나와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고 부끄러웠다.

이 책은 나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을 산산조각 내 주었다. 난민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들의 목숨을 걸고 온다. 나는 그들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나 자신에 안도하고 있었다.

이 책은 청소년 소설이라서 읽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읽고 나서 생각하는 시간이 길었다. 책산책(책모임)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다시 읽었다. 세 번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시간은 더 길어졌다. 난민에 대한 생각과 시각에 변화가 생겼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변했다. 아주 조금이지만 앞으로 더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학년 쌍둥이 아들 강물이와 마이산에게 권해주고 싶어 기회를 보고 있던 차에 책 제목이 아이들을 끌어당겼다. 아이들은 예상 외로 난민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다.

강물 : "난민은 받아줘야 해. 그 사람들은 갈 곳이 없잖아."
마이산 : "목숨을 걸고 왔잖아. 오다가 죽은 사람들도 있고."


나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아이들을 시험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난민들을 받아주는 나라를 가정으로 바꿔보자. 우리 집에 갈 곳 없는 사람이 오면 어떡하지?"
"오게 해줘야지."
"그러면 강물이 방, 마이산 물건들, 용돈까지 모두 나누어 써야 해.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래도 괜찮아?"


침묵이 길어진다. 아마도 가슴속의 생각과 머릿속의 생각이 싸우고 있는 중일 것이다. 한참 만에 아이들 입이 열린다.

"일단은 오라고 해야지. 그리고 처음에는 나눠 쓸 거야. 그 사람들도 일을 배우고 취직을 하면 따로 살 수 있으니까."

제주도에 예맨 난민들이 난민 신청을 할 때 여러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내 모습이 겹쳐지며 부끄러웠다. 속물적인 나를 아이의 생각으로 씻어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강물 : "그런데 왜 리도희를 난민이라고 해? 북한이랑 우리나라는 같은 나라잖아."

오늘도 잠자리 대화가 길어질 듯하다.

난민 소녀 리도희

박경희 (지은이), 뜨인돌(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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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