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

추석 연휴를 겨냥한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 도일출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 ⓒ 롯데엔터테인먼트

  
케이퍼 무비(범죄 오락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 <타짜> 시리즈도 어느덧 세 번째다. 그간 다양한 개성과 스타성을 겸비한 여러 배우들이 각 시리즈에서 캐릭터를 책임졌고, 자신만의 인장을 찍어놓았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타짜: 원 아이드 잭>(아래 <타짜3>)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여러 중심인물이 활약하는데 4명 이상이 같은 팀으로 함께 움직인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그래서 도일출 역의 박정민이 중요했다. 전설의 타짜 '짝귀'의 아들인 도일출은 <타짜3> 서사의 처음부터 끝을 꿰는 캐릭터다. 절대적 분량, 어쩌면 극을 책임져야 할 위치이기에 부담을 느낄 법 했지만 박정민의 도일출은 자연스러웠고 튀지 않았다. 그 덕에 애꾸(류승범), 까치(이광수), 권 원장(권해효), 영미(임지연)의 캐릭터와의 균형감이 느껴졌다. 상대에 따라 리액션을 충실히 하는 '박정민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 평에 당장 그는 쑥스러워했다. "권오광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일출 서사로 가는 것이니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할 때만 하자는 말이 있었다"며 그는 "감독님 말대로 한 것이지 너무 민망하다"라고 말했다.

카드 기술을 약 7개월에 걸쳐 손에 익혀야 했음에도 "배우라면 다들 하는 정도를 연습한 것"이라며 자신의 노력을 낮췄고, "류승범 형이 이 영화를 하신다고 하셨을 때부터 지원군 한 명을 얻은 느낌이었다"고 상대 배우를 높였다. 이런 반응 역시 박정민답다. 고시생이면서 애꾸를 만나 타짜의 길을 걷는 도일출의 입체감이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통해 생기게 된 셈이다. 전 시리즈에서는 고니 역의 배우 조승우(<타짜1>), 대길 역의 최승현(<타짜2>)이 각각 판타지성에 기반해 역경을 이겨나갔다면 도일출은 지극히 현실적 기반에서 자라난 캐릭터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관련 사진.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관련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고시생의 현실성

"이 세상 어디엔가 있을 법한 한 사람이 주인공이 돼 겪는 드라마다. 물론 일상에선 보기 힘든 사건이지만 지금 시대와 맞는 부분이 있어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타짜> 시리즈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와 문법이 있는데 그것에 충실하면서 새롭게 하려 했다. 팀플레이, 팀원 간 관계성은 <타짜3>가 충분히 내세울 수 있는 미덕이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도일출은 열등감이 있다. 그러다 물려받은 피가 있으니 카드를 치면서 자기가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근데 흙수저잖나. 자기 열등감을 포커판에서 내보이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포커판에선 모두 카드 7장만 들고 승부를 벌인다는 대사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하면서 이 판 역시 단순히 공정한 판이 아니구나 깨달으며 성장하게 되는 것이지."


처음엔 전 시리즈의 특징을 피해야 하나 생각했던 그다. 촬영을 준비하면서 그는 "굳이 선배님들이 하신 좋은 걸 피할 이유가 없더라"며 "그런 생각에 갇히지 말고 나름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나가자는 생각이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스스로도 <타짜>의 팬임을 알렸다. 전작에 나오는 캐릭터를 다 좋아한다면서도 한 캐릭터를 꼽아달라는 말에 박정민은 "<타짜2>에서 곽도원 선배가 했던 장동식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 진짜 너무 나쁜 사람인 게 딱 보이더라"고 답했다. 

현장에서 그는 권오광 감독, 류승범 배우와 많이 소통하고 의지하기도 했다. 권오광 감독 역시 박정민과 동문으로 <돌연변이> 등 독립 저예산 영화부터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해 온 영화인이다. "감독님과는 영화 소재에 대해 여러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며 그는 "<돌연변이>를 보고 출연하고 싶은 생각도 했는데 감독님이 궁금했다"고 전했다. 

특히 류승범에겐 직접 자필 편지를 보냈을 정도로 마음이 컸던 그다. 캐스팅이 확정되기 직전 애꾸 역으로 류승범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정민은 자신의 마음을 편지로 표현한 것. 

"누가 시킨 게 아니라 100% 자의였다. 제가 감히 승범 형에게 같이 영화를 하고 싶다는 내용은 아니었다. 당신의 영화를 보며 꿈을 키웠던 후배가 있다는 일종의 팬레터였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부터 승범 형이 나온 영화는 다 챙겨봤을 정도다. 다른 선배님들은 한국에 계시기에 오가며 뵐 수 있는데 승범 형은 외국에 계시잖나. 한국을 떠난 지 꽤 돼서 절 모르실 수 있기에 저라는 사람도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기도 했다. 나중에 캐스팅이 확정되고 현장에서 절 꼭 안아주셨다. 제가 형을 졸졸 쫓아다니고 그랬다.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카메라 뒤에서 절 대하는 것에도 감동받았다."
 
 배우 박정민.

"기본적으로 도일출은 열등감이 있다. 그러다 물려받은 피가 있으니 카드를 치면서 자기가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근데 흙수저잖나. 자기 열등감을 포커판에서 내보이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박정민의 높아진 위상? "부정하려 한다"

사실 <타짜> 시리즈와 박정민은 묘한 인연이 있긴 하다. 회사의 권유로 2편의 오디션을 봤던 경험이 있는 그는 3편에선 당당히 주연을 맡게 됐다. "2편 오디션 당시엔 솔직히 떨어질 거라 예상했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떨어졌다고 어떤 오기가 생겼던 건 아니다. 그땐 큰 욕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제가 너무 못하기도 했다. 오디션장을 나올 때 '이 영화에선 안 될 거야'라는 걸 딱 느꼈다. <타짜3> 찍을 때도 사실 제가 2편 오디션을 봤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진 않았다. 찍기 시작할 무렵 '아차, 그랬구나' 싶었지. 그랬던 사람이 3편의 주인공을 하게 되다니(웃음). 

주변에선 많이 말렸다. 잘해야 본전이지 않겠냐 굳이 그 위험한 판에 들어갈 이유가 있냐며. 출연 전에 여러 사람에게 물었는데 아마 그때의 전 '출연하라'는 말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니 계속 물어봤겠지. 속마음은 하고 싶었고 그걸 확인받고 싶었는데 하지 말라고 하니까... 그래서 처음엔 안 한다고 했다. 근데 그 말을 던져놓고 후회가 되더라. 회사에다가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내 자신을 돌아봤다. 하고 싶어하는데 확인받으려 하는 내 꼴이 보기 싫더라. 그래서 결정했고, 지금은 후회가 없다."


박정민은 <타짜3>의 현장을 "좋은 사람들을 만난 감동적인 나날들"이라 기억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중에 돌아봤을 때 뭔가 아련하고 쓸쓸해질 정도로 좋은 기억이 있잖나"라고 되물으며 "그런 기억으로 제게 남을 것 같다. 그때의 공간과 날씨가 저장돼 있어서 훅훅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만큼 몸뿐이 아닌 마음 또한 이번 영화에 깊게 던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 또한 박정민의 매력이다. 8년 전 저예산 영화 <파수꾼>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가 어느덧 대형 상업영화 주연을 맡을 만큼 위상이 변했지만 그는 "애써 부정하려 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여기에 그의 연기 철학 혹은 인생관이 녹아 있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스스로 과대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좋은 평가는 감사하게 마음 한 곳에 담아 두고 전 내 자신을 깎아내리는 편이다. '아직 넌 멀었어. 지금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그래야 움직인다. 자신감에 차 있으면 잘 안 움직이게 돼서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는 편이다. 근데 실제로 전 유명하지도 않다. 명절에 친척 집에 가면 다들 저 보고 대체 언제 유명해지냐고들 한다(웃음)."
 
 배우 박정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스스로 과대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좋은 평가는 감사하게 마음 한 곳에 담아 두고 전 내 자신을 깎아내리는 편이다. ‘아직 넌 멀었어. 지금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그래야 움직인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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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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