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열의 음악여행> 스틸샷

<유열의 음악여행> 스틸샷 ⓒ CGV아트하우스


<유열의 음악앨범>속 두 주인공이 일하는 작은 건물에는 '20세기 소년'이란 간판이 달려있다. 그 간판처럼 나는 20세기 소년이다. 정말 그렇다. 21세기부터 성인 취급을 받았으니 말이다. 영화는 1994년 가을을 배경으로 시작하며 나로 하여금 20세기 소년으로 돌려놓는다.

라디오 프로그램 '유열의 음악앨범'이 처음 시작한 1994년 10월의 아침, 미수(김고은)와 은자(김국희)가 운영하는 미수베이커리에 잘생긴 고등학생 한 명이 왔다 간다. 빵집에서 두부를 찾는 조금 당혹스런 그 소년의 이름은 현우(정해인)다.

그리고 그 곳에 알바를 하겠다며 다시 찾아온 현우를 두 사람은 새 식구로 받아준다. 그렇게 세 사람은 함께 작은 빵집을 일구며 소소한 행복을 키워간다. 그리고 미수와 현우는 서로를 향해 미소짓는 시간이 늘어 간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20살의 끝자락이었던 1994년의 크리스마스, 기대감 가득했던 그날, 현우는 친구들과 함께 사라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움을 가슴 한 켠에 담아두고 지내던 두 사람은 1997년의 어느 겨울밤 기적처럼 재회하게 된다.

하룻밤이었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며 헤어지지만, 또 다시 엇갈리고 만다. 스크린에는 노스텔지어가 되어버린 그 시대의 정겨운 풍경들이 그려진다.

영화에는 대형 체인점이 많지 않던 시절에 작지만 정감있는 동네 빵집, 허름하지만 정이 느껴지는 골목길,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시급 1200원, 인터넷 통신의 대명사 천리안, 전 국민의 메신저였던 네이트온 그리고 아날로그 감성의 '라디오' 등이 담겨있다.
그 풍경들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청춘으로 보낸 20세기 소년, 소녀들에게 그때의 향수를 들이 마시게 해준다. 
  
영화가 내뿜는 그 시대의 공기는 정겨움을 넘어 설렘이 가득하기도 하다. 바로 김고은과 정해인의 핑크빛 호흡 때문이다. 보는 내내 달달하고 애틋한 감성을 뿜어내는 두사람의 호흡은 장르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하고도 남는다.

그런 두 사람의 매력을 제대로 잡아내어 설렘과 애틋한 감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정지우 감독의 연출도 훌륭하다. 여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매력적인 그 때의 노래들이다. 유열, 신승훈, 이소라, 모자이크, 윤상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노래들은 그 시절의 감성을 증폭시켜주며, 영화를 중간중간 아름다운 뮤직비디오로 전환시킨다. 
 
그렇게 장면 장면 그려내는 감성 터치는 훌륭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아쉬움이 남는다. 기적같은 우연의 연속과 작위적인 설정으로 흘러가는 영화의 전개는 무리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니 이성 스위치는 잠시 꺼두고 감성 스위치만 켜두는것이 이 영화의 올바른 관람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유열의음악앨범 김고은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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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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