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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이 열리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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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박근혜·최순실·이재용의 대법원 선고가 나온 후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최순실씨 측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사실상 형이 확정된 박 전 대통령 및 최씨 측은 불복의 메시지를 쏟아냈고, 뇌물 혐의가 추가로 인정된 이 부회장 측은 애써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29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진행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쟁점은 '말 세 마리'였다. 삼성전자 측이 박 전 대통령의 부탁으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준 말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 2심은 이를 뇌물로 인정했지만, 이 부회장의 2심은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액수가 줄어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1심 징역 5년) 석방된 바 있다. 당시 같은 사안으로 다른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뇌물과 관련해 양 측의 2심이 갈린 사안은 또 있었다.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후원' 부분이다. 이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 2심은 뇌물 인정, 이 부회장 2심은 뇌물 불인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은 앞서 말 세 마리처럼 이 역시 뇌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를 뇌물로 인정하면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그 이유로 들었다. 이는 이 부회장 입장에선 특히 뼈아픈 부분이다. 현재 검찰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날 세 사람 사건 모두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됐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절차적인 문제, 최씨의 경우 일부 강요죄가 성립이 안 된다는 이유인데 대세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집행유예로 풀려나 있던 이 부회장의 경우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비난 쏟아낸 최순실 변호인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모두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환송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최순실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모두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환송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최순실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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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변호 맡은 이경재 “이번 사건 판결은 준엄한 역사의 심판대에 오를 것”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 사건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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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최씨 측은 판결에 불복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최씨 측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 사건 판결은 준엄한 역사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라며 "109년 전 8월 29일은 나라를 잃은 국치일이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건국 71주년(일부 보수 세력은 '대한국민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을 무시하고 남한이 단독 정부를 세운 1948년을 건국일이라고 주장한다 - 기자 주)이자 사법부 창립 71년이 되는 올해 오늘은 사법 역사에 법치일로 기록될까 심히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자신이 변호하고 있는 최씨뿐만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을 대변하는 주장도 이어갔다. 그는 "피고인 최서원(최순실씨 개명 후 이름)은 2016년 11월 20일 처음 기소된 때로부터 2년 9개월,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때로부터 약 1년 만에 최종 선고를 받았다, 형사소송법이 정한 구속재판 기간을 무려 15개월이나 넘겼다"며 "공범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1심 중반에 있었던 불미한 사태로 인해 그때부터 궐석재판으로 소송을 진행해 대법원에 이르는 파행적 재판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아직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지 않은 최씨의 구속 만료일이 다가올 때마다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추가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1심 도중 구속기간이 연장되자 재판 출석을 거부해왔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도 모두 사임해 국선변호인이 그를 변호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대법원은 증거재판주의와 엄격한 증명 등 형사소송법의 근본원칙보다는 국정농단 프레임으로 조성된 포퓰리즘과 국민정서에 편승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탄핵 이후 구축된 권력질서를 사법적으로 추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제가 보기엔 우리 사법부는 사건관련자 사이의 공모 사실을 인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유사관심법인 묵시적 의사표시론으로 임기응변했다"라고 비난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 현장에는 태극기 티셔츠를 입는 등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이 다수 참석했다. 선고 직후 법정을 나온 이들은 취재진을 향해 "너희들 때문이다, 나라가 공산화의 길로 가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는 "문재인을 까라, 조국을 까라"라고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우리공화당과 이른바 '태극기부대'는 선고 전부터 대법원 인근에 모여 박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그들이 스피커로 내뿜는 목소리가 법정 안에서 들리기도 했다.

애써 당혹감 숨긴 삼성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모두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환송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를 맡은 이인재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기 위해 법정을 나서고 있다.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모두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환송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를 맡은 이인재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기 위해 법정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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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측 변호인단 “뇌물 공여죄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횡령 혐의 사건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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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측은 애써 당혹감을 숨기는 모양새였다. 선고 직후 삼성전자 측은 아래와 같은 입장문을 기자들에게 발송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저희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선고 후 법정 밖에서 취재진과 만난 삼성 측 이인재 변호사는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해 뇌물 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간 이 변호사는 "그럼에도 이번 대법원 판결은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대법원이)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와 뇌물 액수가 가장 큰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뇌물죄에 대하여 무죄를 확정했다는 점, 삼성은 어떠한 특혜를 취득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2심에서 이미 무죄로 판단됐던 것을 이날 대법원도 인정한 것이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뇌물로 인정된 것과 관련해 일부 대법관의) 별개 의견이 있었음을 상기해주기 바란다"며 "피고인들(이 전 부회장과 함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이 기소됨)은 이번 일로 많은 분들에게 실망과 심려를 끼치게 된 점에 진심으로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중대한 불법 확인, 큰 의미"

윤석열 검찰총장과 박영수 특검은 대법원 판결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윤 총장은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국정농단의 핵심 사안에 대하여 중대한 불법이 있었던 사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검찰은 앞으로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자들이 최종적으로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윤 총장은 박영수 특검 아래에서 수사팀장으로 일한 바 있다.

박영수 특검도 "대법원이 이재용 피고인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고 마필 자체를 뇌물로 명확히 인정해 바로 잡아준 점은 다행한 일"이라며 "특검의 상고가 일부 기각된 부분은 아쉽지만 대법원 판단을 존중하고자 한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그 동안 반대한 특검 기소사건에 대해 전 심급을 통해 380여 회 공판을 개최하는 등 사건을 깊이 있게 심리하고 판단해주신 재판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라며 "특검은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혀 정의를 세우라는 국민의 요구와 여망에 부응하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다, 대법원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파기환송심 재판의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27일부터 대법원 앞 천막농성을 벌여온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도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이날 천막에서 생중계된 재판을 지켜본 이들은 "국민의 상식, 정의와 공정의 관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우리는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삼성의 총수가 국정농단의 주범이라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정부와 삼성은 적절한 절차를 통해 이재용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그 전에 이재용은 스스로 경영권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삼성이 이재용으로의 승계라는,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전혀 관계가 없는 문제로부터 스스로 해방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나갈 것을 촉구한다"라고 지적했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이재용, #국정농단,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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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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