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포스터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허영만 화백의 만화 '타짜'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가 추석 극장가를 찾아온다. 1편과 2편의 화투였다면 이번에는 포커다.

타짜의 세 번째 시리즈는 전편을 보지 않았어도, 포커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큰 무리가 없다. 139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총 6장으로 나뉜 각 인물 간의 설명이 농후하기 때문에 그 관계를 촘촘히 직조해는 기술이 어긋남 없이 펼쳐진다.

결말을 알 수 없는 긴장감 높은 심리전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139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누구도 패를 까보기 전까지 속단할 수 없는 카드처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 엎치락뒤치락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믿지 못할 타짜들의 심리전이 백미다.

이번 편은 '복수와 후회'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자기 아버지가 유명한 짝귀(주진모 분)인 줄 도 모르던 아들 도일출(박정민 분)은 공시생이자 노름꾼이다. 피는 못 속이는 건지 어느 정도 수입을 올리던 순간 신비로운 매력의 마돈나(최유화 분)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그녀의 뒤에 있는 이상무(윤제문 분)의 계략으로 폐인이 된다. 빚만 늘어나 손가락 하나가 잘리기 전 구원투수처럼 나타난 애꾸(류승범 분)와 통성명하게 된다. 그렇게 원 아이드 잭이란 별명의 애꾸와 일출, 까치(이광수 분), 영미(임지연 분), 권사장(권해효 분)이 팀을 꾸린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애꾸의 '원 아이드 잭'을 받은 멤버들은 서천의 졸부 물영감(우현 분)의 돈을 가로채려 모의한다. 이 모든 계략의 설계자 애꾸, 전설의 타짜 짝귀의 아들 일출, 멀티 플레이어이자 중대 연영과 나온 영미, 셔플의 대가 까치, 숨은 고수 권원장까지. 준비된 타짜들이 각자의 역할을 퍼즐 맞추듯 수행한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조합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눈물 없이 들을 수 없고, 사연 없는 사람 없는 캐릭터의 스토리만 따로 떼어 번외 편을 만들어도 좋을 정도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조합도 매력적이다.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과 몇몇 캐릭터만 기억나지만 <타짜: 원 아이드 잭>은 골고루 인상적인 인장을 찍는다.

배우들의 연기합이 좋다.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배우 박정민은 7개월 동안 포커 연습을 하며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일출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집 나가 객사한 아버지, 홀로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둔 공시생 일출과 후반부 팀에 합류해 인생의 쓴맛, 단맛을 알아가는 성장 스토리가 박정민의 스타일로 빛난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미에게 반해 맥을 못 추는 까치 이광수와 청순한 이미지로 각인되던 임지연이 연기한 영미는 콤비 플레이로 웃음을 유발한다. 배우 임지연에게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안정적인 연기로 장기판 훈수 두는 권원장의 권해효, 돈밖에 모르는 야비한 물영감을 연기한 우현도 가세한다. 1편의 김혜수, 2편의 이하늬의 명성을 잇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묘령의 여인 마돈나의 최유화도 빼놓을 수 없는 히든카드다.

가장 막강한 인물은 <나의 절친 악당들>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류승범의 애꾸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류승범이 반갑다. 한 쪽 눈을 잃게 된 사연부터 예수를 연상시키는 긴 머리와 눈초리를 읽을 수 없는 선글라스의 장막은 애꾸를 더욱 신비로운 캐릭터로 각인시킨다.

인생은 어쩌면 거대한 도박판일지도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상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내 편이라 명심하라고 말한다. 팀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믿음을 결속시키는 주문 같기도 하다. 하지만 믿음이 깨지면 배신자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는 억겁의 죄를 받는다. 복수한다고 해서 쉽게 후회가 사라지지 도 않는다.

도박에 손대는 순간 돈, 가족, 영혼까지 잃는다. 베팅할 땐 인생을 걸며 올인한다. 도박꾼은 내일이 없이 빛을 향해 돌진하는 부나방처럼, 모든 것을 잃고 다치거나 죽어야지만 끝나는 아이러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에서 억세게 운수 좋았던 김첨지의 하루가 악몽 같은 하루의 끝을 예고했던 복선처럼 말이다.

삶은 도박 같지만 도박 그 이상이기도 하다. 행운인 듯싶다가도 신기루고, 올인 했다가 쪽박 차기도 하니까. 운도 재능이란 대사가 씁쓸한 웃음을 준다. 때문에 행운을 얻었으면 눈 딱 감고 일어서야 하는 건 도박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리석은 인간은 항상 그 타이밍을 잊어버린다. 다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제일 위험한 거다. 노름도 연애도.

덧, 영화가 끝나고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쿠키영상이 있고 깜짝 손님이 등장한다. 개봉은 9월 11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타짜 원아이드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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