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허영만 화백의 만화 '타짜'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가 추석 극장가를 찾아온다. 1편과 2편의 화투였다면 이번에는 포커다.
타짜의 세 번째 시리즈는 전편을 보지 않았어도, 포커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큰 무리가 없다. 139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총 6장으로 나뉜 각 인물 간의 설명이 농후하기 때문에 그 관계를 촘촘히 직조해는 기술이 어긋남 없이 펼쳐진다.
결말을 알 수 없는 긴장감 높은 심리전
▲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139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누구도 패를 까보기 전까지 속단할 수 없는 카드처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 엎치락뒤치락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믿지 못할 타짜들의 심리전이 백미다.
이번 편은 '복수와 후회'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자기 아버지가 유명한 짝귀(주진모 분)인 줄 도 모르던 아들 도일출(박정민 분)은 공시생이자 노름꾼이다. 피는 못 속이는 건지 어느 정도 수입을 올리던 순간 신비로운 매력의 마돈나(최유화 분)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그녀의 뒤에 있는 이상무(윤제문 분)의 계략으로 폐인이 된다. 빚만 늘어나 손가락 하나가 잘리기 전 구원투수처럼 나타난 애꾸(류승범 분)와 통성명하게 된다. 그렇게 원 아이드 잭이란 별명의 애꾸와 일출, 까치(이광수 분), 영미(임지연 분), 권사장(권해효 분)이 팀을 꾸린다.
▲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애꾸의 '원 아이드 잭'을 받은 멤버들은 서천의 졸부 물영감(우현 분)의 돈을 가로채려 모의한다. 이 모든 계략의 설계자 애꾸, 전설의 타짜 짝귀의 아들 일출, 멀티 플레이어이자 중대 연영과 나온 영미, 셔플의 대가 까치, 숨은 고수 권원장까지. 준비된 타짜들이 각자의 역할을 퍼즐 맞추듯 수행한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조합
▲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눈물 없이 들을 수 없고, 사연 없는 사람 없는 캐릭터의 스토리만 따로 떼어 번외 편을 만들어도 좋을 정도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조합도 매력적이다.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과 몇몇 캐릭터만 기억나지만 <타짜: 원 아이드 잭>은 골고루 인상적인 인장을 찍는다.
배우들의 연기합이 좋다.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배우 박정민은 7개월 동안 포커 연습을 하며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일출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집 나가 객사한 아버지, 홀로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둔 공시생 일출과 후반부 팀에 합류해 인생의 쓴맛, 단맛을 알아가는 성장 스토리가 박정민의 스타일로 빛난다.
▲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미에게 반해 맥을 못 추는 까치 이광수와 청순한 이미지로 각인되던 임지연이 연기한 영미는 콤비 플레이로 웃음을 유발한다. 배우 임지연에게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안정적인 연기로 장기판 훈수 두는 권원장의 권해효, 돈밖에 모르는 야비한 물영감을 연기한 우현도 가세한다. 1편의 김혜수, 2편의 이하늬의 명성을 잇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묘령의 여인 마돈나의 최유화도 빼놓을 수 없는 히든카드다.
가장 막강한 인물은 <나의 절친 악당들>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류승범의 애꾸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류승범이 반갑다. 한 쪽 눈을 잃게 된 사연부터 예수를 연상시키는 긴 머리와 눈초리를 읽을 수 없는 선글라스의 장막은 애꾸를 더욱 신비로운 캐릭터로 각인시킨다.
인생은 어쩌면 거대한 도박판일지도
▲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상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내 편이라 명심하라고 말한다. 팀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믿음을 결속시키는 주문 같기도 하다. 하지만 믿음이 깨지면 배신자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는 억겁의 죄를 받는다. 복수한다고 해서 쉽게 후회가 사라지지 도 않는다.
도박에 손대는 순간 돈, 가족, 영혼까지 잃는다. 베팅할 땐 인생을 걸며 올인한다. 도박꾼은 내일이 없이 빛을 향해 돌진하는 부나방처럼, 모든 것을 잃고 다치거나 죽어야지만 끝나는 아이러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에서 억세게 운수 좋았던 김첨지의 하루가 악몽 같은 하루의 끝을 예고했던 복선처럼 말이다.
삶은 도박 같지만 도박 그 이상이기도 하다. 행운인 듯싶다가도 신기루고, 올인 했다가 쪽박 차기도 하니까. 운도 재능이란 대사가 씁쓸한 웃음을 준다. 때문에 행운을 얻었으면 눈 딱 감고 일어서야 하는 건 도박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리석은 인간은 항상 그 타이밍을 잊어버린다. 다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제일 위험한 거다. 노름도 연애도.
덧, 영화가 끝나고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쿠키영상이 있고 깜짝 손님이 등장한다. 개봉은 9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