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포스터. ⓒ 넷플릭스

 
'혁명'이란 단어에 낭만적이고 옛날의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21세기, 특히 2010년대 들어서 역사적인 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일어났다. 2010~11년에 걸쳐 일어난 튀니지의 '재스민혁명'을 필두로, 2011년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이집트혁명과 예맨혁명과 리비아혁명 등이 일어나 장기집권 세력을 몰아냈다. 2014년에는 홍콩의 '우산혁명'이, 2016~2017년에는 한국의 '촛불혁명'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2019년 현재 홍콩에서 다시 치솟은 혁명의 불길은 꺼지지 않고 장기화되고 있다. 아직까진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로 불린다. 

대만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홍콩으로 도망 온 홍콩 범죄자의 외국 송환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홍콩 당국은 '범죄인 인도법' 제정을 추진한다. 홍콩인들은 이 법이 중국으로의 정치범 송환에 쓰일 것을 강하게 우려했고, 흔들리는 홍콩의 '민주주의'를 위해 유례없이 강력하게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홍콩 인구 1/4가 넘게 참여한 이 시위로 홍콩 자체가 크게 들썩였지만, 캐리 람 행정장관 이하 홍콩 행정부는 법안의 완전한 철회를 선언하지 않았고 때문에 시위는 절대 끝나지 않을 듯하다. 

와중에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 중 친숙한(?) 이름이 눈에 띈다. 5년 전 우산혁명 때 불과 17살의 나이로 상징이자 스타가 되었던 '조슈아 웡'이 그다. 우산혁명 이후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살았던 그는, 또다시 수감되었다가 지난 6월 풀려나자마자 시위에 참여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국의 유수 방송사에서 앞다퉈 인터뷰를 할 정도로 한국에서도 알려진 인물이다. 물론, 우산혁명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우산혁명' 아닌 '조슈아 웡'

2년 전 넷플릭스에서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을 제작해 내놓았다. 원제는 '우산혁명'이 아닌 '조슈아'인데, 어느 제목이 더 괜찮은지 쉽게 판단이 서질 않는다. 작품 자체로는 '조슈아'가 맞는 것 같지만, 여러 제반 사항을 들여다보면 '우산혁명'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작품은 조슈아의 조슈아를 위한 조슈아에 의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부분은 조슈아 웡이 주도적으로 창단한 학생조직 '학민사조'가 홍콩 당국의 국민교육(중국에서 건너온, 조국과 공산당을 향한 일방향적 충성 교육 과목) 필수 반대 투쟁을 우여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이끌어 학교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수정안을 이끌어내는 데 할애했다. 그 이면에는 학생들도 시민의 의무를 다하며 홍콩의 민주·사상·언론의 자유를 지키자는 의지가 있었다. 

다큐의 뒷부분은 보다 조슈아 웡에 천착하는데, 학민사조가 우산혁명을 이끄는 중심 세력 중 하나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홍콩대학 법학부 베니 타이가 이끄는 '점령중환', 홍콩의 대학들 연합 조직과 함께 중국과 약속된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의 제대로 된 이행을 중심에 두고 시위를 해나간다. 장장 79일 동안 중환을 비롯해 홍콩의 주요 지역에서 계속되었지만, 홍콩 당국은 끄떡도 하지 않았고 초반의 강경대응과 후반의 무대응을 두루 오가는 전략을 취했다. 결국 베니 타이 등은 자수했고 조슈아 웡 등은 시위를 철회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스틸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스틸컷 ⓒ 넷플릭스

 
조슈아 웡을 들여다볼 기회

우리로선 남의 나라 혁명기와 혁명의 주세력과 주요 인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많지 않다. 그저 언론의 짤막한 기사로나마 띄엄띄엄 중요한 기점의 순간들을 엿볼 뿐이다. 그조차도 여타 수많은 국내외 핫한 뉴스들 때문에 완벽히 들여다보기도 힘들다. 늦게나마 다큐멘터리나 책으로 잘 정리되어 있는 걸 보는 게 관련된 것들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은 굉장히 잘 정리되어 있는 다큐멘터리다. 비록 우산혁명 당시 홍콩 행정장관인 렁춘잉을 위시한 당국 관계자나 나아가 중국 당국자 누구의 직접적인 얘기를 들어볼 수 없이, 조슈아 웡을 비롯한 학민사조 수뇌부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교수와 기자들의 얘기만 들어볼 수 있었던 게 조금 아쉽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선 '우산혁명'이 아닌 '조슈아'라는 원제가 올바른 듯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작품은, 조슈아 웡을 다룬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2014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이자 '리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시 10대 후반에 불과했지만, 어른들조차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진행했고 실패했고 해냈다. 그는 그때 이미 다음 세대를 언급하며 지금의 문제는 우리 세대에서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야말로 믿기 힘든 리더십이 아닌가. 다큐멘터리를 보면, 중국과 홍콩과 시위가 아닌 조슈아 웡만 보일 정도다. 

허울뿐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다큐에서 조슈아 웡은 결코 지치지 않는 열정과 에너지라는 기반 위에 흩트러지지 않는 신념으로 절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조슈아 웡은 앞으로도 홍콩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최전방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몸소 행동을 할 게 분명하다. 그만큼 중국 당국과 홍콩 당국은 그를 주시하고 종국에는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어떻게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스틸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스틸컷 ⓒ 넷플릭스

 
그는 말한다. "홍콩의 현재와 미래는 중국이 아니라 홍콩이 결정해야 한다"고. 다른 어떤 거창한 수식어나 사변적이고 어지럽고 고색창연한 논리와 이론이 아닌, 올곧고 틀림 없는 한 문장이다. 거기에 어떠한 정치적 수사도 없지만, 누군가에겐 그보다 더 정치적인 말도 없을 것이다. 한편, 그는 뼛속 깊이 '홍콩인'으로 1997년 홍콩 반환 즈음에 태어나 자라며 자신이 중국인과 다르다는 걸 몸소 체험하며 자란 세대의 상징이다. 우산혁명이나 이번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의 주 세력이 10~20대 정도로 나이 어린 이들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우린 불과 2년 전 촛불혁명을 통해 부패 혐의가 폭로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전력이 있다. 그때 우리의 바람과 목소리와 행동이 2014년과 2019년 홍콩의 그들과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가치 '민주주의'가, 말 그대로 이 시대와 함께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가치여야 한다는 것이다. 허울뿐인 민주주의가 아니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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