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 청와대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국내 보수 진영의 '용미(用美)'가 거세지고 있다. 흔히 용미는 한미동맹을 잘 활용하여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로 간주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미국을 이용해 마음에 들지 않는 정권을 흔들겠다는 것이 국내 수구·보수의 오랜 악습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수구·보수 진영이 노무현 정부 시기에 한미동맹이 무너진다며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는지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은 "노무현의 한미동맹에 대한 기여도는 전두환, 노태우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에도 국익을 상실한 용미론은 예견된 일이었다. 사드 배치 논란,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공조에서 국내 보수 진영은 철저하게 미국을 대변했고 또한 미국을 이용해 문재인 정부를 공격했다. 그리고 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이러한 양상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본색 드러낸 미국

27일과 28일에도 어김없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계기는 익명의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AFP 통신을 통해 밝힌 입장이었다. 이 통신을 인용한 국내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11월 하순 이전에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며 그 이유로 이렇게 밝혔다.

"중국이 이 (지소미아 종료) 결과에 불만족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중국 입장을 강화하거나 적어도 동맹 구조를 덜 위협적으로 만든다."

국내에서는 지소미아 종료 이후에도 한미일 군사정보보호약정(TISA)을 통해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미국 당국자는 "(TISA는) 위기 상황에서 꽤 번거롭고 매우 불편하며 사실상 쓸모없다"며 "특히 위기 상황에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있을 때 시간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다. 필자는 사드 배치 결정 및 한일 지소미아 체결이 '미일동맹에 의한,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를 위한, 그리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향한 것'이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리고 그 상대는 명시적으로는 북한, 본질적으로는 중국이라고 강조해왔다(관련 기사).

그런데 미국은 2016년에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고 한일 지소미아 체결을 압박하면서 이러한 조치는 중국과 무관하고 오로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중국을 직접 거명했고 지소미아의 핵심 목적은 한미일 MD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진실과 국익을 추구한다는 언론은 이러한 미국의 입장 변화부터 비판했어야 한다. 그런데 상당수 언론은 오히려 이 당국자의 발언을 이용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세와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 안 하는 것, 국익 위한 마지노선

앞서 미국 고위 당국자는 한일 지소미아의 진가는 "위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며 그 예로 "미사일 발사가 있을 때 시간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게 무슨 말일까? MD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초속 3km 안팎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려면 무엇보다도 빠르게 탐지·추적하는 게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일동맹에는 지소미아가 필요하다. 미국이 사드와 함께 경북 성주에 배치된 레이더나 한국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레이더에서 탐지·추적한 정보를 일본에도 실시간으로 넘겨달라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방어력에 대한 자신감은 전쟁을 결심하는 데에 큰 고려 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피해가 작을 것이라고 믿을수록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휴전선을 북한과 맞대고 있는 우리 국익의 마지노선이 전쟁 방지에 있다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MD는 억제가 실패한 것을 전제로 한다. 억제는 상대방에게 강력한 보복 의지와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이 공격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MD는 이러한 억제가 실패해 상대방이 미사일로 공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압도적인 대북 억제력을 갖고 있다. 억제력이 충분한데 이걸 믿을 수 없다며 MD까지 구축하려는 것은 적어도 상대방에겐 다른 의도로 읽힐 수밖에 없다. 여차하면 선제공격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지소미아 종료는 한반도 위기 예방에 큰 의미를 지닌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AP

관련사진보기


시야를 중국으로 돌려보자. 지소미아 찬양론자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통해 중국의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서 간단한 질문 하나. 한국이 삼각동맹에 편입되면 중국의 위협이 더 커지겠는가, 삼각동맹에서 발을 빼면 위협이 더 커지겠는가? 이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온 바 있다. 사드 대란이 바로 그것이었다.

또 다시 "위기 상황"을 떠올려보자. 한중 간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 특히 양국의 미사일이 오가는 전면전에 준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반면 미중 간에 무력 충돌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때, 한국이 직접적인 교전 당사국이 아니더라도 한미일 삼각동맹에 편입될수록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지만 중국으로서도 난감한 일이다. 그래서 중국은 한미일 삼각동맹의 등장을 저지하기 위해 경제 보복을 앞세워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고 할 것이다. 이게 있는 그대로의 중국이다. 지소미아 종료는 이러한 잠재적인 위협을 예방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미국의 반응은 엇갈리게 나오고 있다. 국무부와 국방부, 그리고 의회와 싱크탱크 등 이른바 '워싱턴 기득권 세력'은 강한 유감과 실망을 토로한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일이 날지 지켜보자"며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이건 예견된 일이었다. 미국 주류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염원해온 반면에, 트럼프는 근본적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한 일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게 핵심 포인트이다. 조속한 한미 정상 간의 직접 소통을 통해 오바마는 '전략적 인내'를 내걸고 북핵 해결보다 북핵을 이용한 지소미아 같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구했다면, 트럼프는 전략적 인내의 종언을 선언하고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한미일 삼각동맹의 대안으로 한미일 '외교협력'을 전면화할 필요가 있다. 삼각동맹파들의 힘이 강해질수록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진다. 삼각동맹 추진의 가장 현실적인 구실은 북한위협론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지소미아 종료의 역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의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삼각동맹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미래임을 분명히 하면서 그 대안으로 3자 외교협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협상의 재개와 성과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악화된 남북관계도 정상화하면서 아베 정권이 희망해온 북일정상회담도 적극적으로 지지·협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베 정권에 강력하고도 평화지향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이룰 수 없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반자가 될 것인가'하고 말이다.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정욱식입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