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커런트 워> 포스터

영화 <커런트 워> 포스터 ⓒ (주)이수C&E

 
전기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해가 진 뒤 찾아온 어둠에도 불을 밝힐 수 있어 인류의 역사는 발전했다. 만약 갑자기 전기가 나간다면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폭염에 에어컨과 선풍기를 켤 수 없고, 냉장고에 있는 음식은 금방 상할 것이며, 밤에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인류의 발전사가 일보 후퇴하는 소리가 들린다. 새삼 전기를 발견하고 전구를 만든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역사의 과학자가 될 거냐, 위대한 쇼맨이 될 거냐
 
 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 (주)이수C&E

 
영화 <커런트 워>는 1880년대 미국 발명과 경쟁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였던 토마스 에디슨과 조지 웨스팅하우스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명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 사람의 욕망을 담았다. 주인공은 바로 토마스 에디슨(베네딕트 컴버배치), 조지 웨스팅하우스(마이클 섀넌), 니콜라 테슬라(니콜라스 홀트)다. 거기에 에디슨의 비상한 비서 인설(톰 홀랜드)가 가세해 서로가 서로를 뛰어넘으며 불꽃튀는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제목 '커런트 워(The Current War)는 말 그대로 누가 먼저 발명에 성공할지 '현재'를 갈아치우며 역사를 써 내려간 인물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과, 전류(電流)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기와 전류, 전구를 만들게 되면서 현대의 불을 밝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 (주)이수C&E

     
전기와 전구, 직류와 교류를 세상에 선보인 사람을 역사는 에디슨으로 기억한다. 영화 속 에디슨은 위인전에서 만나던 에디슨과 달랐다. 축음기, 축전기, 백열전구, 영화 촬영기, 영사기 등을 발명한 발명가로만 우리는 그를 기억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업가이자 협상가였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명언으로 알려진 천재였으며, 고압 전류를 사용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전기 의자를 개발한 사람도 에디슨이다. 인간을 해치는 일에는 기여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경쟁사 웨스팅하우스를 이기기 위해 사형의자 개발에 자문을 해주기도 했다. 마치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처럼. 모든 과학에는 양날의 검, 빛과 어둠이 반드시 존재한다.

역사는 늘 1등만 기억된다
 
 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 (주)이수C&E

 
때문에 영화는 어둠의 시대에 빛과 마법을 선물했던 에디슨의 자신감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영악함, 야비함, 이기심, 독단, 슬픔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다층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나약한 인간의 고뇌를 담는다. 발명은 아이러니 하게도 발전한 기술과 무너진 마음이 정확히 반비례한다. 발명 때문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아쉬움을 그는 훗날 축음기에 녹음된 아내의 목소리로, 딸아이의 줄넘기하는 모습은 활동사진으로 기록했다.

에디슨은 스타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도살 직전의 말을 데려와 교류의 위험성을 시연해 여론을 조작하고, 자신이 발명한 도구에 이니셜을 새겨 대대손손 기록되고자 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인간은 죽으면 이름을 남겨야 한다고 했으니. 명성에 집착하는 에디슨이 그토록 승자가 되려던 이유가 영화에서 밝혀진다. 전류를 장악하려는 사람이 미래를 창조하는 거라는 말은 1등만을 기대하는 성과주의 대한민국 사회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 (주)이수C&E

 
한편, 에디슨 밑에서 일을 배우던 테슬라는 그와 의견 합일을 두지 못하고 독자적인 회사를 차린다. 하지만 사기를 당하고 방황하던 무렵,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테슬라 알아본 웨스팅하우스는 파트너십을 제안한다.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 사(社)의 피 튀기는 싸움에 테슬라가 끼어든 양상은 어떤 것에 기여하느냐가 가치를 결정함을 실감하게 한다.

창의성은 수많은 실패를 토대로 나오기도 한다.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인간의 뇌는 안전한 것을 놀라운 것으로 익숙한 것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대체하길 좋아한다. 그때 창의성도 극대화된다. 때문에 창의성과 혁신을 위해서는 한 가지 해결책에 올인하지 않도록 한다. 생산적인 창의성을 위해서는 실수, 연습, 반복을 통한 도전 또는 실패가 어쩌면 해결책에 가까워 기지도 한다.

에디슨 vs. 테슬라, 에디슨 vs. 웨스팅하우스?
 
 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영화 <커런트 워> 스틸컷 ⓒ (주)이수C&E

 
다만 영화는 테슬라와 에디슨의 본격 대결에 앞서 이미 철도 차량용 공기브레이크를 발명해 명성과 막대한 부를 쌓은 웨스팅하우스와의 격돌이 분량의 반 이상임을 인지해야 한다. CGV 단독 개봉 영화면서 테슬라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일론 머스크' 회사의 이름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에디슨과 테슬라의 대결구도로 홍보하지 않았나 추측한다.

발명품은 물건이기에 언젠가는 사라진다. 하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19세기 초,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며 전기 공급의 표준을 확립하려던 천재들의 격돌을 지켜보는 관객은 즐겁다. 연기의 신(神)들이 모여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커런트 워>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홀랜드, 니콜라스 홀트, 마이클 섀넌의 탄탄한 연기합이 빛나는 영화다.

제31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알폰소 고메즈-레존 감독이 연출했고, 정정훈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았다. 하비 와인스타인 제작으로 개봉이 불투명해졌다가 드디어 개봉할 수 있게 됐다. 참 우여곡절이 많았던 에디슨처럼 영화 또한 묘하게 닮아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커런트워 에디슨 웨스팅하우스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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