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스티븐 킹

작가 스티븐 킹 ⓒ Wikimedia Commons


2019년, 두 편의 공포영화가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7년 개봉해 전 세계 호러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그것>의 후속편 <그것: 두 번째 이야기>와 스탠리 큐브릭의 전설적인 공포영화 <샤이닝>의 뒷이야기를 다룬 <닥터 슬립>이 그 주인공이다.

두 영화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주로 공포/판타지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는 스티븐 킹은 세계적으로 3억 5천만 부 이상의 소설이 팔렸을 만큼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다.

약 50편의 장편과 200편의 단편을 발표한 스티븐 킹은 가장 많은 작품이 영화/드라마화 된 작가이기도 하다. 앞선 두 연작 기사에 이어 이번 기사에서는 스티븐 킹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스티븐 킹 원작의 드라마 장르 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관련기사]: '샤이닝'부터 '그것'까지....꼭 봐야 할 '스티븐 킹'표 공포영화들
[관련기사]: 광견병 개에 쫓겨 차에 갇혔다면... 스티븐 킹의 '극한 공포'
 
 <쇼생크 탈출> 스틸컷

<쇼생크 탈출> 스틸컷 ⓒ 더픽쳐스


쇼생크 탈출
 
스티븐 킹은 장르 문학의 한 계보를 잇는 거장임과 동시에 순수문학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3년 미국 문단에 탁월한 공헌을 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전미도서상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존재가치를 입증했다. 이는 스티븐 킹이 공포와 스릴러, SF 장르가 아닌 드라마 장르에 있어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걸 보여준다.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은 그의 손끝에서 시작되었다.
 
아내와 그 애인을 죽인 혐의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힌 앤디(팀 로빈스)가 기적 같은 탈출을 감행하는 내용을 담은 이 작품은 두려움과 희망을 소재로 삶에 대한 열망을 다루고 있다. 악랄한 교도소장 노튼(밥 건튼)과 거친 죄수들, 종신형은 앤디에게 더 이상 빛이 없는 어둠의 통로를 보여준다. 하지만 자유를 향한 앤디의 갈망과 자신의 삶을 망치지 않겠다는 품격은 그를 자유의 길로 이끈다.
 
비를 맞으며 탈출의 순간을 만끽하는 앤디의 모습은 영화사 최고의 명장면으로 뽑히며 많은 이들에게 삶을 향한 열망과 노력, 그것을 이뤄냈을 때의 쾌감과 감동을 전해준다. 삶의 두려움은 끝없는 어둠으로 우리를 안내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빛을 향한 갈망이 있다면 자유라는 선물을 만끽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이 영화는 그 어떤 작품보다 삶을 향한 강한 의지를 담아내며 카타르시스를 자아한다.
 
 <돌로레스 클레이븐> 스틸컷

<돌로레스 클레이븐> 스틸컷 ⓒ Castle Rock Entertainmen

  
돌로레스 클레이븐
 
스티븐 킹의 문학에는 다양한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중 하나가 페미니즘이다. <돌로레스 클레이븐>은 부녀를 통해 연대와 이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셀리나는 1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녀가 돌아온 이유는 어머니 돌로레스 클레이븐(캐시 베이츠)의 살인 혐의 때문이다. 자신이 오랜 시간 돌보던 부호인 도노반 여사(주디 파핏)를 죽인 혐의로 구속된 돌로레스는 침묵을 유지한다. 그런 돌로레스의 모습에서 셀리나(제니퍼 제이슨 리)는 과거의 사건을 떠올린다.
 
18년 전 셀리나의 아버지가 실족사를 당하고 당시 경찰은 돌로레스를 범인으로 의심하지만, 증거가 없어 그녀를 잡지 못했다. 당시 사건으로 어머니를 원망하던 셀리나는 돌로레스와의 대화를 통해 망각하고 있던 과거를 기억해낸다. 폭력적이고 강압적이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행했던 폭력, 어떻게든 셀리나의 미래를 그려주고 싶었으나 남편이 셀리나를 성적 대상으로 대한다는 사실을 안 뒤 돌로레스가 마주한 절망까지 말이다.
 
스티븐 킹은 범죄/미스터리 장르를 통해 호기심을 유발해내며,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던 딸과 그런 딸을 자신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해주고 싶었던 어머니의 욕망을 대비시킨다. 또한 이를 통해 독자의 감정을 이끌어낸다. 특히 셀레나가 돌로레스를 이해하게 되고 돌로레스에게 가해진 폭력과 억압을 묵인한 형사 맥키(크리스토퍼 플러머)를 설득하는 장면은 사회의 변화와 변화를 위한 연대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스틸컷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스틸컷 ⓒ Phoenix Pictures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인간의 내면에는 불안과 공포가 있고 이는 때때로 악의 형태로 돌변한다. 불안과 공포를 가중시키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들수록, 사회는 더욱 피폐해지고 잔인해진다. 제2차 대전 당시 독일은 광기에 휩싸였다. 사회는 여전히 불안하며 극단적인 사상을 주장하는 세력은 불씨를 다시 터뜨리고 있다.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은 제2차 대전에 대한 호기심을 지닌 고등학생 소년 토드(브래드 렌프로)가 나치 친위대원 커트(이안 맥켈런)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늙고 힘없는 커트는 토드의 협박에 2차 대전 당시 자신이 저질렀던 만행을 이야기해준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커트는 자신의 내면에 꺼진 줄만 알았던 악의 불씨가 살아남을 느끼고 토드는 그런 커트의 모습에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2차 대전의 아픔을 겪은 유대인 한나 아렌트는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며 '악의 평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악은 평범한 누구에게나 있으며 사유를 거부하고 명령과 복종에 익숙한 사회가 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내면에는 누구나 악령을 품고 있다는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은 이런 공포를 강한 힘과 강렬한 정신적인 충격으로 발산시킨다.
 
 <하트 인 아틀란티스> 스틸컷

<하트 인 아틀란티스> 스틸컷 ⓒ Castle Rock Entertainmen

  
하트 인 아틀란티스
 
스티븐 킹은 감동을 주는 데도 익숙한 작가이다. 그의 능숙한 문체는 인물 사이의 교감과 유대를 끈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교감과 유대에 능숙한 작가는 그 감정을 통해 감동을 주는 드라마를 수월하게 만들어낸다. <하트 인 아틀란티스>는 도입부에서 그런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사진작가 바비(안톤 옐친)가 고향에 돌아와 친구의 죽음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결말부를 통해 도입부의 의미를 상기시키고 그 감정적인 슬픔을 격화시키는 효과를 보여준다.
 
아들을 홀로 키우는 어려움 때문에 사랑을 주지 못하는 어머니와 단 둘이 지내던 바비는 2층에 들어온 세입자 테드(안소니 홉킨스)와 친해진다. 자상하고 온화한 인상의 노인 테드는 바비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자신을 쫓는 사람들이 있는지 잘 살펴보라는 아르바이트를 주고 바비는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테드와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고 바비는 테드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신비한 초능력자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소중한 만남이 한 때의 추억이 되어버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아낸 이 영화는 원작이 지닌 에피소드들을 완벽하게 담아내지 못하며 용두사미에 머무르는 아쉬움을 준다. 하지만 명배우 안소니 홉킨스의 섬세한 연기와 바비와 테드의 나이를 초월한 우정은 감동을 준다. 바비는 그 우정 때문에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체험을 했지만 그만큼 깊은 상실감을 간직하게 되는데, 이는 관객의 마음 한 구석을 허전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린 마일> 스틸컷

<그린 마일> 스틸컷 ⓒ Castle Rock Entertainment

  
 그린 마일
 
<쇼생크 탈출>의 성공 이후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은 두 번째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화를 준비한다. 그 작품은 공포가 아닌 드라마 장르이며 종교에 대해 그 무엇보다 깊은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그린 마일>의 가장 큰 특징은 '흑인 예수'를 내세운 파격적인 이야기라는 점이다. 사형수가 걸어가는 마지막 길을 뜻하는 제목 '그린 마일'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무엇이 축복이고 무엇이 고통인지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1930년대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한 교도소를 배경으로 간수 폴(톰 행크스)을 중심으로 한 교도관들과 쌍둥이 여자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수감된 죄수 존 커피(마이클 클라크 던컨)의 이야기를 다룬다. 생명을 살리는 기적을 행하고 그 기적으로 자신의 몸은 고통을 겪게 되는 흑인 존 커피는 예수를 상징한다. 폴을 비롯한 교도관들은 존 커피가 무죄이고 그가 선하고 특별한 인물이란 걸 알지만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가혹한 처지에 놓여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4번을 울었다는, 이 작품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에서 폴은 존 커피에게 '만약 하느님이 왜 너를 죽였느냐고 묻는다면 뭐라 답해야 하지?'라고 묻는다. 이 장면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운명과 그 운명을 감내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의 딜레마를 담아낸다. 또한 삶을 향한 깊은 성찰과 가혹하고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기적과도 같은 따스한 위로를 전하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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