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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모습.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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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40. 

자취를 하고 있는 내게 매달 상기되는 '돈'이다. 월세 40만 원에 관리비,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이 10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오늘이 며칠인지는 몰라도 월세 내는 날이 다가오고 있는다는 것 쯤은 직관적으로 안다. 월세를 듣고 세입자의 사정을 모르는 이가 "조금 넓은 집에서 사나봐"라고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답했다. 

"조금 넓은 관짝 만해"

농담이 아니다. 조금 넓은 관짝 위에 화장실과 부엌이 붙어있다. 집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창조경제'가 뭔지 알 수 있다. 복층인 집에 두 개의 입구를 만들어 윗층과 아래층을 나눠 세를 내놓는다. 부동산은 '세대분리형'이라고 설명했다.

장점은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아랫집 사람과 친해질 수 있다. 집에 들어왔구나,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구나, 통화를 하고 있구나... 모든 것을 공유하게 된다. 얼굴을 모르는 이와 동거하는 기분이다. 아무리 현대인들에겐 이웃과의 소통이란 게 없다지만 이렇게 새로운 형식의 소통을 하고 살게 될 줄이야. 

사실 개인적으로는 '적정 주거 기준'에 살고 있는지 보다 '언제쯤 월세살이를 벗어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것이 예측 가능해야 미래를 꿈꿀 수 있기에 계산기를 두드려 본다. 매달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이 계산기에 뜬다. "열심히 저축해서 내 집 마련해야지" 따위의 말은 이 세상 언어가 아닌 것으로. 다만 이것 하나는 알게 됐다.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월세 뫼비우스 띄'에서 벗어나는 것은 개인의 '노오력'뿐으론 안 된다.

또 누군가가 "요즘 관련 주거복지 잘 돼 있잖아"라는 말도 한다. 나는 "국가는 저를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나 보죠"라고 답한다.

신혼부부 위주의 청년주거정책은 1인가구, 비혼주의자, 성소수자 등 수 많은 자들을 배제한다. 또한 주거의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홀몸노인, 홈리스 등 사회적 약자들이 마주하는 현실이다. 

복지 대상이 되려면 많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며, 끊임 없이 내가 가난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대출은 안정적인 직업이 있어야 가능하니 조건에 맞춰 매번 이사를 하면서 자신의 가난을 상기시켜야 한다. 이제 주거 문제를 '(신혼부부)청년'의 관점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 차원으로 전환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다운 삶'은 보편적인 주거복지에서 출발해야 한다.

베를린에서 만난 '새로운 상상'
 
베를린세입자협회 베를린세입자협회 앞에서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베를린세입자협회 베를린세입자협회 앞에서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서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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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는 상품이 아니다"라는 구호 아래 독일에서는 '주택국유화운동'이 시작됐다. 주택 임대료 상승으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독일은 거대 주택회사들이 주택을 사고 파는 형태의 산업이 한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독일 통일 이후 거대 주택회사들이 집을 사들였으며 시에서도 예산 부족으로 집을 팔기 시작했다. 따라서 거대 주택회사들이 많은 주택을 가지게 되어 현재 3000가구를 소유한 회사가 대략 10개, 대규모 회사들이 리모델링 후 월세 인상으로 이익을 가져간다.

비합리적인 월세로 화가 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인간다운 삶'을 외치고 있다. 주거권이 보장된 베를린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1인1주택 이상 소유금지 법안' '월세인상금지법안'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이야기들을 '베를린세입자협회'에서 듣고 왔다. 어떻게 독일까지 갔느냐고? 지난 6월 초 진행된 정의당 '진보정치4.0아카데미' 독일 연수를 통해서였다. 

우리가 방문한 '베를린세입자협회'는 세입자들을 위한 사조직이다. 현재 17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고문변호사 80명이 세입자 보호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베를린세입자협회는 지방정부와 함께 시민들의 주거권을 어떻게 보호하는지 상세히 알려줬다. 

월세 계약 기간은 기본적으로 '무기한'이다. 일정한 기간에 월세를 순차적으로 올리는 계약이 있지만, 계약기간을 못 박는 것은 금지돼 있단다. 월세 인상폭 또한 제한한다. 지역 평균보다 10% 이상 올리지 못한다. 대규모 주택을 지을 때는 30% 정도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적주택을 반드시 지어야 하는 법도 있다.

그러나 현재 베를린 월세는 점점 오르고 있다. 법망을 피해 월세를 올리는 것이 현실이다. 법에 예외 조항이 있다. 리모델링을 했을 시 월세 인상이 가능한 점을 이용해 시설을 수리하고 월세를 올린다는 것. 

심지어 세입자에게 수리비용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자가 있어도 집을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공사비까지 떠넘기고 있다고 한다. 베를린세입자협회는 "소득은 줄어드는데 집세는 증가하고 공사비까지 추가 부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2020년부터 5년간 건물임대료-월세 인상 금지하자'는 법안 
 
간담회 베를린세입자협회에서 대표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 간담회 베를린세입자협회에서 대표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서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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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베를린 시에서 법안 하나가 발의 됐다. 세입자협회에 방문했을 당시 "발의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공을 들이던 '월세인상금지법'이다. 5년 동안 월세(주택·건물) 인상을 금지해버리자는 법안이다. 시의회 다수당인 사회민주당도 이 법안을 선호하는 입장이라 통과를 예상한단다. 앞으로 베를린 시민들의 주거권 확보를 위한 싸움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봐야겠다. 

누군가는 '집값을 규제로 잡을 수 없는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베를린에서 들었던 수 많은 정책은 하나의 이야기로 통한다.

'혼자 현실에 짓눌리며 살지 않도록 만들겠다.'

어느 나라보다 사회적 안전망이 넓고 촘촘한 독일이었다. "저를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나보죠"라고 말한 사람이 사회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고 혼자 불안감과 절망감을 느끼지 않으며 살 수 있다면 변화의 원동력은 꺼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우리는 복지를 통해 저 위의 계단으로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도 오를 수 없으니 다시 뛸 수 있는 발판 하나쯤은 놔줄 수 있지 않냐고, 다시 힘껏 뛰어보겠다는 이야기다. 한국에 사는 우리들에게도 새로운 상상으로 만드는 보편적 주거복지가 필요하다.

[꽃보다 정치, 베를린에 가다]
① 유럽의회에서 뜬 '녹색당', 독일에서 그 이유를 듣다 (http://omn.kr/1k7wa)
② 열네살부터 정당활동, 독일에서 직접 느낀 '정치의 힘' (http://omn.kr/1knm0)
③ 수업 거부하고 거리로 나선 학생, 그들이 만든 '제1당' (http://omn.kr/1kii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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