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3일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형산불이 난 모습.
 지난 23일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형산불이 난 모습.
ⓒ 연합뉴스=EPA

관련사진보기

 
8월 25일 저녁 8시에 아마존의 화재를 끄기 위해서 의식을 모아 기도하자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8월 25일 저녁 8시에 아마존의 화재를 끄기 위해서 의식을 모아 기도하자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 정운례

관련사진보기

아마존에서 1분당 축구장만한 숲이 미친 듯이 연기로 사라지고 있다. 이유는 숲을 경작지로 만들기 위해서다. 대체 왜, 무엇을 아마존 열대림에 심으려는 걸까? 3주 동안 꺼지지 않는 불길을 멎게 하는 기도에 동참하자며 지난 토요일 오후 5시, 지인이 문자를 보내왔다.

난 아마존에 큰불이 난 걸 긍정적으로 본다. 수십 년 동안 '지구의 허파'가 야금야금 뜯겨왔지만 지금만큼 강렬한 관심을 끈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내 경험담으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한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이맘때. 그때도 8월이었다. 아마존 원주민들을 지지하기 위해 1년 정도 비정부기구가 주도한 시민운동에 동참한 적이 있었다.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브라질은 급증하는 산업화에 필요한 전기를 충당하기 위해서 수력발전소를 건설할 필요를 느꼈고, 아마존에 있는 싱구 강에 벨로몬테 댐을 건설하려고 했다. 하지만 댐이 건설되면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 대대로 강가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은 그 땅을 떠나야 했다. 땅과 강과 더불어 살아온 그들에게 조상 때부터 살아왔던 고향을 등지고 떠난다는 것은 부족 자체가 소멸되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완공되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댐이 될 벨로몬테 댐은 자그마치 40만 헥타르에 달하는 지역을 수장시킨다. 이는 서울의 6배가 되는 면적이다. 벨로몬테 외에도 아마존에 건설될 댐이 60개가 됐다.

댐이 건설되면 아마존의 환경생태계가 재생 불가능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는다는 예측이 나왔다. 당시 80살이었던 라오니 족장은 연로한 몸을 끌고 비정부기구들의 도움을 받아 세계를 다니면서 아마존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칸느영화제에서 왜 '아마존을 살려달라'는 외침이 나왔나
 
시민운동에 참여하던 당시, 라오니 족장을 파리에서 두 번 볼 기회가 있었다.
 시민운동에 참여하던 당시, 라오니 족장을 파리에서 두 번 볼 기회가 있었다.
ⓒ 정운례

관련사진보기


사실 프랑스는 이 댐 건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줴데에프 스웨즈(GDF Suez)와 알스톰(Alstom)이 이 악명 높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줴데에프 스웨즈는 이미지 탈태를 위해 이름을 바꿔 현재는 엔지(Engie)라는 귀여운 이름을 쓰고 있는데, 세계 3대 에너지 회사이다. 알스톰은 한국에 KTX를 깔아준 회사로 유명하다. 굴지의 자국의 회사가 참여하는 워낙 거대한 프로젝트인지라 프랑스 언론은 벨로몬테 댐 건설의 악효과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2011월 8월 20일 토요일 오후 3시, 라데팡스에서 집회가 열렸다. 라데팡스라면 파리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오피스와 상업시설만 들어차 있고 주택가는 없다. 모든 자동차는 지하로 다니게 지어진 미래형 도시이다. 이 라데팡스에 위에서 언급한 굴지의 두 프랑스 회사 건물이 마주 보고 있다.
 
2011년 8월20일 아마존에 건설될 대형 댐 벨로몬테의 건설을 저지하는 프랑스 시민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라뎅팡스 광장은 벨로몬테 댐 건설에 파트너로 지정된 프랑스의 두 회사가 마주 보고 있는 중간 지점이다.
▲ 벨로몬테 댐 건설 반대를 위한 라데팡스 집회 현장 (2011년 8월20일) 2011년 8월20일 아마존에 건설될 대형 댐 벨로몬테의 건설을 저지하는 프랑스 시민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라뎅팡스 광장은 벨로몬테 댐 건설에 파트너로 지정된 프랑스의 두 회사가 마주 보고 있는 중간 지점이다.
ⓒ 정운례

관련사진보기

프랑스에서는 집회를 할 때 시민들이 각자 피켓을 만들어 나오는데, 그날도 각자 피켓을 만들어 갖고 나온 시민들 30여 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3시간 뒤 집회가 끝날 무렵, 지나가는 시민들까지 합세해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100명쯤 모였던 것 같다. 같은 날, 브라질 및 세계 여러 도시에서 벨로몬테 댐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걸 보도한 프랑스 언론은 없었다.

이날 라데팡스에서 받은 서명과 이틀 후 주 프랑스 브라질 대사관 앞에서 있었던 서명에 1000여 명의 프랑스 시민들이 참여했다. 전 세계에서 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을 했고, 전화번호부만큼 두꺼운 서명책자를 브라질 정부에 제출했지만 이듬해 브라질 정부는 아마존에 공사를 강행했다. 제주도 강정에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한 한국 정부처럼.

현재 벨로몬테 댐은 건설 중이다. 작년 3월 그린피스에 의하면, 이 댐 건설로 자그마치 1600만 톤 이상의 물고기가 죽었고, 거북이 서식처가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2019년 5월에도 라오니 족장은 칸느 영화제에 와서 아마존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때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반응했는지 모르겠다.

아보카도 한 알이 지구에 미치는 어마어마한 영향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 기능을 상실한 것은 최근 얘기가 아니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1초에 하나씩 축구장 만한 숲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산업화에 쓸 전력을 생산할 댐을 건설하기 위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유를 알면 좀 기가 차다.

첫째, 소를 기름지게 키우기 위해 먹일 대두를 재배하기 위해서. 브라질에 가면 비행기로 가로질러야 할 만큼 드넓은 대두 밭이 있다. 소에게 먹일 사료를 위해서다. 소는 원래 풀만 먹고 크는데, 소에게 대두를 먹이면 고기가 기름져지면서 고기 맛이 좋아진다. 지방층이 만들어내는 하얀 선을 '마블링'이라고 부르고, 마블링이 있는 고기일수록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늘어나는 세계인의 고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땅값이 싼 브라질 원시림이 대두 밭과 대량 소 축산지로 탈바꿈했다는 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둘째, 과자, 케잌, 라면 같은 튀김류가 숲을 죽인다. 이들 제품을 만드는 데 기름이 필요한데, 기름 중에서 야자유 혹은 팜유가 고열에 강하고 생산 단가가 제일 싸기 때문에 야자유 수요가 급등했다. 전 세계 야자유 소비량은 1년에 50억 톤, 이중 85%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다(출처 - 애니멀라이트 http://www.animalrights.kr).

에코시스템이 살아 숨쉬던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은 야자수 단일 경작을 위해 수백 헥타르씩 댕강댕강 잘려나갔다. 숲을 비워내는 데 가장 값싼 방법은 불을 놓는 것. 불도저도 인력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안에 살던 야생동물들은 산 채로 불타거나, 살던 곳에서 쫓겨나거나, 인간에게 두들겨 맞고 때로는 총에 맞아 죽어간다. 현재 오랑우탕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아이들이 먹는 과자 때문이다.

셋째, 장난감 포장 하드보드. 바비인형이나 장난감을 사면 뒷판에 빳빳한 종이가 있다. 그 종이의 생산가를 낮추느라 열대림에 들어가 무분별하게 나무를 베서 숲이 황폐해지고, 호랑이와 오랑우탄 등 야생동물들이 무차별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심하게 다쳤다. 2011년 그린피스가 바비인형을 제조하는 마텔사를 상대로 바비인형과 켄을 모델로 만든 캠페인 홍보영상은 큰 효과를 얻은 바 있다.

넷째, 휴지. 매일 2만 7000그루의 나무를 휴지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다. 숲이 황폐화되는 원인의 15%는 바로 휴지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이 기저귀를 뗀 뒤로 아이들의 엉덩이를 닦아주던 면 손수건을 종이 휴지 대신에 쓰고 있다.

다섯째, 남미산 아보카도. 유럽과 미국 등지로 팔려나가는 남미산 아보카도 역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보카도의 주 생산국은 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 등의 남미국가들이다. 산을 불법적으로 깎아 아보카도를 재배하기도 하고, 나무가 꺾이거나 산불이 난 경우에만 경작지로 쓸 수 있다는 법 조항을 악용해 일부러 산불을 놓는 경우가 많다. 남미에서 일어나는 화재의 98%가 일부러 불을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AFP).

이번 화재는 볼소나로 새 대통령이 취임한 1월부터 브라질에서 발생한 7만5336번의 산불 중에 하나다. 이는 작년보다 84% 증가한 수치다. 산불이 난 뒤 몇 달간 말려 놓으면 이후로 경작지로 바꾸기가 용이해진다. 
 
아마존 열대림에 나무를 베고 불을 질러 경작지로 만든다. 프랑스 TV France 3 캡쳐화면.
 아마존 열대림에 나무를 베고 불을 질러 경작지로 만든다. 프랑스 TV France 3 캡쳐화면.
ⓒ 정운례

관련사진보기


이 때문에 매년 만 제곱미터가량의 면적이 가뭄에 허덕인다. 작년 한 해 아보카도 불법 경작지 면적만 해도 총 1만5000헥타르나 된다. 새로운 불법 경작지는 뇌물로 생기기도 한다. 이로 인해 파괴된 숲 면적은 한 해 6.9km²로 추정되는데, 이는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다.

이렇듯 매우 다양한 경로로 전 세계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기호를 싼 값에 충족시키기 위해서 숲을 야금야금 먹어왔다. 자신들의 허파가 가장 필요한 산소를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숲과 '1대1 교환'을 해가면서 말이다. 물론 제조회사가 포장에 자신들의 악행을 낱낱이 광고 문구처럼 적어 넣지 않으니 소비자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또 어떤가. 평창 동계 올림픽에 한 번 쓰자고 한국 최고의 가리왕산의 머리를 밀어버리지 않았던가.

그럼 브라질은 정말 환경에 역행하는 나라인가? 서방국가들은 브라질의 아마존 산업화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지구의 허파'라는 그럴싸한 이유까지 붙여가며. 하지만 나는 이것이 브라질의 산업화를 매우 조직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계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유럽과 미국에서 숲 황폐화는 산업혁명 이후로 급속하게 진행되어왔다. 브라질이 지금에 와서야 산업화를 시작하려는데 "나는 숲을 다 깎아서 경제개발을 이뤘지만, 너는 '지구의 허파'니까 그린벨트로 묶어라"라는 게 중국의 경제개발을 저지하는 트럼프랑 무엇이 다른가. 전 세계 국가들이 브라질에 '지구의 허파'를 위해서 관리비 분담이라도 했나.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타들어가는 아마존으로 돌아오자. 물 속에 물만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아마존에는 나무만 있는 게 아니다. 아직 다 과학적으로 조사도 되지 않은 동식물과 곤충, 박테리아들이 헤어릴 수 없이 많고, 야생 동물들은 지금 산 채로 타죽어 가고 있다.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 허파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 당신은 무엇을 했냐고. 브라질 정부에 비산업화 보상금(이런 게 있나 모르겠지만)을 기부했나? 혹시 값싼 대두를 먹여 키운 쇠고기를 자주 먹지는 않았을까? 야자유로 튀긴 과자를 아이들에게 사주지 않았을까? 야자유로 튀긴 라면을 자주 먹지는 않았을까? 원시림 나무로 만든 종이와 휴지를 쓰지는 않았을까? 브라질산 아보카도를 좋아하며 먹지 않았을까? '그렇다'라는 답을 하나라도 내놓는 당신을, 사실 나는 이해한다. 왜? 값이 싸니까.

이토록 매우 완벽한 산업화 체인 시스템에서 전 세계 소비자들은 죄책감을 면죄받은 채로 살아왔다. 전 세계에서 축구장 만한 숲이 1초에 한 번씩 사라지는 건 별나라 얘기로 살아오던 차에 세계 언론,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를 발칵 뒤집어 놓을 대형 사건이 터졌다. 아마존이 3주째 불타고 있다는 뉴스. 아니, 우리가 숨쉬는 전세계 산소의 20%를 생산하는 '지구의 허파'가 불타고 있다니. 아마존에 시선을 집중하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사건이 있을까?

한국 속담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소나기는 피할 수 있어도 가랑비는 '이 정도야 뭐' 하고 등한시하다가 결국엔 젖어들고 만다는 얘기다. 숲이 야금야금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뻔했는데, 화재를 계기로 많은 것을 잃고, 야생동물을 희생하면서까지 사람들이 수십 년간 인식하지 못하던 문제를 알 수 있게 된다면, 그래서 그 인식을 드디어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아마존 화재를 긍정적으로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사건은 임계점이다.

단순히 아마존의 불이 꺼지길 기도하는 데서 그쳐선 안 된다. 아마존에 대한 사람들의 근본적인 인식이 이번 일로 바뀌어야 한다. 아마존의 화재든 인도네시아 숲의 화재든 시민 의식으로 꺼야 한다. 지금 당장 우리의 기호와 생활을 바꿔야만 한다. 소비자의 힘을 휘두를 때다.

태그:#아마존, #산불, #숲황폐화, #숲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