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Fake news)'란 용어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들을 비판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사전적 의미는 '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 사실이 아닌 거짓된 뉴스'를 뜻한다. 특정한 세력이 이득을 취하고자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가짜뉴스는 인터넷과 SNS를 이용하여 빠르게 확산한다. 사실관계를 가리기도 전에 무분별하게 공유가 되는 바람에 검증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3회에 걸쳐 국내의 가짜뉴스 실태를 집중 추적했다. 지난 7월 15일 방송한 '세월호 리본이 북한 노동당 깃발? 판치는 가짜 뉴스' 편은 가짜 뉴스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다루었다. 가짜뉴스를 누가, 왜 만들까?
 
 MBC <스트레이트> '추적, 뉴스를 조작하는 세력'의 한 장면

MBC <스트레이트> '추적, 뉴스를 조작하는 세력'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는 6월 29일 서울역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보수 단체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만났다.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이 공산화되었다는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말하는 공산화의 근거가 충격적이다.

"세월호의 리본을 뒤집어 가운데 촛불을 두면 북한의 조선노동당 깃발 문양과 똑같다."

집회 참가자들은 그림까지 그려가며 진지하게 설명한다. 어디서 이런 정보를 얻었냐고 묻자 다들 '유튜브'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언급한 유튜브 영상은 '시대지성 에스더'가 2017년 5월에 올린 <노란 리본 음모론 사탄의 상징? 인신공양설? 노동당기설?>이다. 이 영상은 현재까지 조회수가 10만 회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노란 리본. 특히 노랗다는 색깔의 상징성과 모양의 상징성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이냐. 왜 이런 매듭의 모양으로 정착되었는가. 저는 이 상징성의 원인을 북한에서 찾았습니다. 이것은 북한 노동당기입니다."
 
 MBC <스트레이트> '추적, 뉴스를 조작하는 세력'의 한 장면

MBC <스트레이트> '추적, 뉴스를 조작하는 세력'의 한 장면 ⓒ MBC


이처럼 기본적인 검증조차 안 된, 황당무계한 가짜뉴스가 인터넷과 SNS에 판을 치고 있다. 가짜 뉴스의 단골 메뉴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인신공격하는 내용이다. 특히 '문재인 치매설'과 '김정숙 왕따설'이 유명하다. 유튜브 '대식가'가 2019년 2월에 제작한 <문재인 치매설은 '진짜'다>는 치매 환자의 증상을 열거한 다음에 문재인 대통령의 언행을 끼워 맞춘 억지 주장으로 가득하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치매설'을 최초 유포한 블로거에 대해 1심과 항소심 모두 300만 원 벌금형을 선고 받았지만, 그것을 재가공한 영상은 여전히 유튜브에서 거짓을 퍼뜨리고 있다.

유튜브 '신인균의 국방TV'가 2019년 6월에 업로드한 <김정숙 여사의 동성애 결례? 문부부 사상 최악의 외교참사!>는 G20 정상회담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김정숙 왕따설'에 한술 더 떠서 김정숙 여사가 프랑스 영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에게 팔짱을 낀 것이 동성애의 표현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펼친다. 외교 무대에서 팔짱을 끼는 행위가 결례라는 건 근거 없는 가짜뉴스로 이미 판명이 났다. 아르헨티나 영부인인 줄리아나 아와다 여사는 지난해 11월에 프랑스 영부인을 맞이하며 팔짱을 낀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유튜브엔 가짜뉴스를 넘어 가짜동영상까지 등장했다. <북한 보위부의 탈북자 구타>는 대표적인 가짜동영상으로 꼽힌다. 유튜브 '이봉규 TV'는 누가, 어디서, 왜 찍은 영상인지 아무런 검증도 하지 않은 채로 다짜고짜 탈북자를 고문하는 영상이라고 소개한다. 그런 다음에 북한과 우호 관계를 맺으려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한다. <북한 보위부의 탈북자 구타>을 분석한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은 영상에서 나타난 조작의 흔적을 짚어주며 "연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허나 진실 여부는 '이봉규 TV'에 중요치 않다. 그저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수단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MBC <스트레이트> '추적, 뉴스를 조작하는 세력'의 한 장면

MBC <스트레이트> '추적, 뉴스를 조작하는 세력'의 한 장면 ⓒ MBC


보수 유튜브 채널 가운데 영향력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신의한수'도 가짜뉴스의 발원지로 유명하다. 최근 '신의한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실제 아버지가 북한에서 요리사로 근무했던 후지모토 겐지라고 단정하는 내용을 특종으로 보도했다.

믿을 만한 이야기일까? 아니다. 논리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어나기 몇 달 전에 어머니 고용희가 후지모토 겐지가 일본으로 돌아가게 도움을 준 정황이 의심스럽다며 운을 뗀 후에 둘의 사진을 비교하면 닮았다, 어릴 적 같이 놀았던 점도 이상하다, 서로 피가 끌린 거다 등 허무맹랑한 이야기뿐이다.

앞서 열거한 경우 외에도 '강원 고성 산불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술을 마시느라 대응이 늦었다', '북한에 국민연금 200조 원을 퍼주었다', '북한에 쌀을 많이 보내서 재고가 바닥나 쌀값이 폭등한다' 등 가짜 뉴스는 엄청나게 많다.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유포하는 자들은 거짓이 드러나도 영상을 내리거나 사과하지 않는다. 그렇게 지금까지 확대, 재생산되어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MBC <스트레이트> '추적, 뉴스를 조작하는 세력'의 한 장면

MBC <스트레이트> '추적, 뉴스를 조작하는 세력'의 한 장면 ⓒ MBC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엔 편향된 역사관을 설파하는 유튜브 영상이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과 강제 징용자 문제는 협상할 수 없으며 반일 감정이 어리석다는 '공병호 TV', 일본 강점기 시절의 삶의 질이 조선 시대보다 높았다는 '팩맨 TV', 우리나라가 쥐뿔도 없으면서 일본에 큰소리를 친다는 '조갑제 TV' 등 현재 한일 갈등의 원인 제공자가 한국이라 외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유튜브 방송들이 활개 치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윤튜브'의 윤서인씨의 주장이 눈길을 끈다. 일본 극우 세력을 이끄는 '일본회의'의 중심인 카세 히데아키의 "한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귀여운 나라에요. 버릇없는 꼬마가 시끄럽게 구는 것처럼 정말 귀엽지 않나요?"란 조롱과 빼닮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일 관계는 어른과 아이 관계였어. 아이는 본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면서 온갖 난리를 다 쳐왔지. 그래도 저 어른이 설마 우리를 진짜로 혼내지는 않겠지, 이런 믿음이 깔려 있었던 거야. 어른은 그동안 온갖 수모를 다 당하면서도 꾹 참고 지켜봐 왔어."
 
 MBC <스트레이트> '추적, 뉴스를 조작하는 세력'의 한 장면

MBC <스트레이트> '추적, 뉴스를 조작하는 세력'의 한 장면 ⓒ MBC


문제는 조회수 수십만 회를 기록한 이런 유튜브 영상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의 주장은 보수 단체 집회에 참가하는 분들의 입과 손을 통해 논리로 둔갑한다. 그리고 "빨갱이들이 반일 감정을 앞세워 가지고 정치를 한다", "망해야 문재인이 내려온다", "일본 식민지가 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퍼지며 사회의 혼란을 부추긴다.

현재 가짜뉴스는 반공, 친미, 친일을 축으로 생산되어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신뢰성 높은 정보를 받아들이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찍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진실과 거짓을 대하는 자세를 경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진실이 신발을 신는 사이 거짓은 세상을 반 바퀴 돌 수 있다(A lie can travel half way around the world while the truth is putting on its shoes)."
스트레이트 MBC 가짜뉴스 김의성 주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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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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