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부산에 온천 좋은 데 어디야?"

서울 사는 친구가 부산 여행을 계획하며 던진 질문이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친구의 힘을 좀 빌려보겠다는 심산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온천에 큰 흥미가 없는 인간이어서 댈 수 있는 이름이라고는 온천장 하나밖에 없었다. 나처럼 온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부산 온천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동래 온천이 떠올린다.

부실한 추천을 들은 친구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여기저기 알아보더니 온천장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온천 호텔에 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썩 좋지 않은 후기가 자주 보이고, 시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데다 주변에 맛집이나 놀거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물론 평이 좋고 괜찮아 보이는 온천도 있었지만 친구의 목적은 온천을 즐기러 부산에 오는 것이 아니라 부산에 놀러 오는 김에 온천을 즐기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에 동래 온천의 빼어난 수질, 오랜 역사 같은 것들은 중요한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신라 시대부터 알려진 동래 온천은 우리나라 대표 온천 중 하나다. 일본인들이 현대식으로 개발한 이후 이곳은 온천을 찾는 관광객들로 늘 복작거리던 동네였다. 오죽하면 동네 이름부터를 온천동, 근처 지하철 역을 온천장이라고 이름 붙였겠는가. 부산 사람들은 아직도 이 일대를 온천장이라고 부른다.

"주말에 엄마랑 목욕한 뒤 곰장어 먹으러 간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당시의 이야기를 해준 온천동 주민은 꿈결 같은 눈빛으로 그날의 추억을 더듬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온천장에 와서 목욕하고 엄마 따라 온천 시장에 가고 초등학교·중학교 교복을 온천 시장 교복사에서 맞췄다는 그녀는 주말이면 엄마와 함께 온천장에 나들이를 다녔다고 한다. 벌써 40년 전 이야기이다. 

당시에는 온천 시장도 활기가 넘쳤다. 족발, 곰장어, 칼국수 등 재래시장 특유의 맛집들이 온천을 즐기러 온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사람이 많으니 인심도 후했고 많이 먹으니 더 맛있었더랬다. 하지만 고속버스 터미널이 노포동으로 이전하고 부산의 중심지가 이동하는 등 복합적인 이유로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게 되었다. 20년 동안 이 동네에서 생업에 종사해온 그녀는 그 과정을 전부 지켜보았다.

"온천수 하나 만으로는 부족해요."

그녀는 옛날과 달리 온천만으로는 손님을 끌어모으기 어려운 현실을 절감하고 있는 듯했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다른 주민들 역시 이대로는 안 된다고 느끼고 있다. 온천장 도시재생 사업이 시작된 이유다. 
 
 온천장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2,5,6분과 합동 분과회의(5차)
 온천장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2,5,6분과 합동 분과회의(5차)
ⓒ 손영주

관련사진보기

  
현재 온천장은 쇠퇴한 상업지구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길 수 있을지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 지역에 선정되어 정부 예산을 배정받은 것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이야기를 들려준 그녀 역시 이 온천장 도시재생 사업 주민협의체의 일원으로서 다른 주민들과 함께 이 지역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인 온천수를 뷰티 산업과 접목시킨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화장품 도소매업에 뼈가 굵은 이력을 살린 선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동래 온천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에 가능한 선택이기도 했다.

"동래 온천수의 빼어남을 알리고 싶어요."

비록 거리가 쇠락하긴 했지만 온천수의 질 하나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실제로도 SNS에 동래 온천을 검색하면 물에 대한 것만큼은 호평 일색이었다. 특히 동래 온천은 약알칼리 수라, 물의 매끄러운 감촉을 느끼기도 쉽고 효과를 실감하는 경우도 많기에 아직도 마니아들이 많다고 한다.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50도 이상의 고온 온천수를 직수로 받는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좋은 물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온천과 함께 즐길 볼거리, 먹을거리 등등을 준비해서 젊은 층의 수요를 잡는 것이 주민들의 목표다. 파급력이 강한 SNS에 능숙한 세대의 입소문을 통해 옛날처럼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온천장 도시재생 소식지 동래온천 어게인 창간호
 온천장 도시재생 소식지 동래온천 어게인 창간호
ⓒ 손영주

관련사진보기

 
온천장 도시재생에 관한 소식을 싣는 지역신문, 동래온천 어게인의 이름에는 그러한 주민들의 열망이 진하게 녹아 있다. 어게인(Again). 그 날의 그 영광을 다시 한번.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예전과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바뀌어 버렸다. 문화, 경제적으로 급격히 발달한 사회는 무척 복잡해졌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도 다양해졌으며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도 달라졌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한결같이 뜨겁게 솟아 나오는 온천물처럼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온천장은 그러한 가치를 품고 있는 곳이다. 다만 아직 제대로 캐내어 다듬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 겨우 어려운 길의 첫걸음을 떼는 단계다. 하지만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보다 좋은 마을을 위해 노력한다면 다시 한번, 그 좋았던 시절처럼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마을이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블로그, 브런치, 온천장 도시재생 카페 등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이메일:peterwhite01@naver.com 브런치:@lifearchive 블로그:https://blog.naver.com/peterwhite01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