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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이용마 기자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세워져 있다. 이 기자는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70일간의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최승호 사장(당시 MBC PD) 등과 해고된 뒤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해 2017년 복직했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이용마 기자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세워져 있다. 이 기자는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70일간의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최승호 사장(당시 MBC PD) 등과 해고된 뒤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해 2017년 복직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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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마 기자님, 저는 2016년에 열렸던 '참언론 아카데미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마련한 이 강좌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한 번도 못 뵈었을 수도 있었네요. 

사실 8월 22일은 제 생일이랍니다. 그런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아요. 단순히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라, 어제 아침에 기자님의 부고를 듣고부터예요. 포털 실시간 검색순위에 기자님 이름이 오르고, 지인들을 통해 재차 확인을 했음에도 믿기지가 않았어요. 

"목소리가 살아있는 기사를 써라"

짧은 인연이었지요. 길게 잡아야 2016년 3월에서 8월까지. 얼굴을 본 시간은 더 적고요. 그런데도 종일 마음이 허전했답니다. 성함이 실시간 검색어에서 떠나지 않는걸 보니, 저만 그런 건 아닌가 봐요.

"독자는 네 머릿속을 모르니, 맥락을 잡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써라."
"기사에서 팩트의 총합이 언제나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 네 주관과 감정은 적당히 덜어내야 한다."

 
참언론아카데미 지난 2016년 공덕동 민언련 교육관에서 참언론아카데미가 열렸다. 같은해 3월에서 8월까지 진행되었으며,원로 언론인 김중배 대표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연을 맡았고, 이용마 MBC기자가 지도교수를 겸임했다.
▲ 참언론아카데미 지난 2016년 공덕동 민언련 교육관에서 참언론아카데미가 열렸다. 같은해 3월에서 8월까지 진행되었으며,원로 언론인 김중배 대표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연을 맡았고, 이용마 MBC기자가 지도교수를 겸임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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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나 지났는데, 마치 어제 일처럼 선생님 말씀이 귓가에 맴도네요. 이 과정만으로 참 언론인의 자질을 마스터했다면 거짓이겠죠. 그래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은근히 '멘탈 탈곡기'셨어요. 사람 좋아 보이는 은은한 미소를 보이시다가도, 첨삭에는 자비가 없으시더라고요. 과제물을 보내면 뼈와 살이 분리되어 돌아오곤 했지요. 

기자회견만 따라가서 쓰는 기사보다는, 목소리가 살아있는 기사를 써보라고 하셨지요. 하나하나 떠먹여 주기보다, 까칠하게 벼랑으로 훅 던지시더라고요. 간신히 매달려 있느라 조금 힘은 들었어요. 하지만 그 덕에 직접 부딪힐 수 있었습니다. 이를 핑계 삼아 이것저것 여쭤보고, 글을 한번 봐달라고 수시로 메일 보내고, 많이 귀찮게 했네요.

제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표적수사에 대한 부당함을 알린 것도,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게 된 것도 선생님이 잘 굴려주신(?) 덕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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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 이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촛불집회를 기억하시나요? 이날 선생님께서 단상에 올라, 울림 있는 연설을 해주셨지요. 

"이벤트가 있을 때만 위대한 국민이 등장하고요. 이벤트가 끝나고 나면 국민은 사라져 버립니다. 국민이 왜 일상 속으로 들어오지 못합니까? (...) 국민들이 아래로부터 권력기관들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바로 이게 제대로 된 민주국가가 나아가는 길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촛불집회 참석한 이용마 기자 "언론과 검찰의 인사권 국민에게 돌려주자" MBC에서 해직된 뒤 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광화문으로! 촛불 승리를 위한 20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해 "검찰과 언론이 바로 서면 재벌, 관료, 노동 그 사회적 적폐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저는 이 자리에서 '언론과 검찰의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라는 제안을 하고 싶다"고 발언하고 있다.
▲ 촛불집회 참석한 이용마 기자 "언론과 검찰의 인사권 국민에게 돌려주자" MBC에서 해직된 뒤 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가 2017년 3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광화문으로! 촛불 승리를 위한 20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해 "검찰과 언론이 바로 서면 재벌, 관료, 노동 그 사회적 적폐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저는 이 자리에서 "언론과 검찰의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라는 제안을 하고 싶다"고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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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마 기자님을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저도 그날 퇴진행동 천막 안에서 일을 돕고 있었는데, 마침 발언을 마치고 막 길을 나서시더라고요. 그런데 뒤를 쫓아 인사를 드릴 용기가 없었습니다. 

병마와 싸우느라 야위신 모습을 막상 보고 나니 울컥했지만,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때 인사를 못 드린 게 두고두고 후회가 됩니다. 그해 12월에 입대하게 되면서, 연락드릴 길이 없었네요. 찬란했던 봄날, 그 뒷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상념이 가득한 이 글이 마음에 안 드시겠지요. 꿈에서라도 뵙게 되면 야단맞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그렇게 배웠는데 말이에요. 남들보다 한참 늦은 군복무를 마치고, 이제야 한번 찾아뵈려 했는데 이 모양이 되었네요. 되돌릴 수 없는, 무심히 흐르기만 하는 시간이 원망스럽습니다. 

혼용무도의 시대에,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당당하게 맞서 멋지게 싸워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언론사에 몸담고 있지는 않지만,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는 겸허한 자세와 억울한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따뜻함은 항상 마음에 새기려 합니다.

하늘도 슬픈지 이름도 생소한 가을장마가 떨어지네요. 이제는 아무런 고통 없이 평안하세요. 자랑스러운 '참 언론인' 이용마 기자님을 기억하겠습니다.
 
 MBC노조 총파업 100일째를 맞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김재철 사장실 앞에서 파업 이후 해고된 정영하 위원장과 이용마 홍보국장, 강지웅 사무처장이 파업 100일 기념 떡을 김 사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MBC노조 총파업 100일째를 맞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김재철 사장실 앞에서 파업 이후 해고된 정영하 위원장과 이용마 홍보국장, 강지웅 사무처장이 파업 100일 기념 떡을 김 사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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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MBC 이용마 전 기자가 했던 리포트들.
 과거 MBC 이용마 전 기자가 했던 리포트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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