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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은 7일 한국을 수출관리 상의 일반포괄허가 대상인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일본은 '안보상 이유'를 내세웠으나 추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엔 우대 조치할 수 없다'며 ▲한국의 강제동원 노동자의 배상 요구 ▲일본 자위대 항공기 접근에 따른 레이더 사용 여부 논쟁 ▲위안부 문제 및 일왕의 사죄요구 발언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에 대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국은 이번 사태의 대책으로 당장 급한 불을 꺼야겠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이 기초과학기술 개발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 산업구조는 일본에 종속돼 있다. 당장의 정책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자체의 산업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이것을 뒷받침할 과학기술 인재양성 방법을 어떻게 획기적으로 개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일본의 무역 보복 사태와 관련해 최근 주목받는 책이 있다. 연세대 공과대학(학장 홍대식) 교수 22명이 발간한 책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다. 해당 책은 이번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공학의 흐름과 중요성을 담았다. 특히 기초과학기술 및 공학의 중요성을 청소년과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 점이 돋보인다.

책 발간을 이끈 홍대식 학장을 6월 27일 연세대 신촌교정 공과대학 학장실에서 90분간 취재한 뒤 여러 차례 서면 인터뷰를 했다.
  
 홍대식 학장
 홍대식 학장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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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연구원(엔지니어)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나요? 없잖아요. 공학 쪽 '이야기'를 좀 만들면 좋겠어요. 삼성전자가 휴대전화를 만들어 전 세계에 퍼뜨렸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훌륭한 소재를 다 놓치고 있어요."

홍대식 연세대 공대 학장은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 대부분이 의사나 법조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 보니 우수한 청소년들이 이공계 연구원으로 진로를 설정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공학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학생들이 부모의 욕심이나 고정관념에 따라 '묻지마 의대 지원'을 한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려면 이공계 연구원들을 좀 더 조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과학기술 발전을 도외시하면서 일본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홍 학장은 시청률을 위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재육성 측면에서 이공계 연구원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작품이 나오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물론 과학기술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려면 문과와 이과 출신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공계 출신들의 직관과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는 인문사회 전공자들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공대 전경.
 연세대 공대 전경.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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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아이템)를 끌어내는 것은 과학기술연구원들입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일은 인문사회 전공자들이 더 잘합니다. 이들이 서로 협력하면 좋겠지요."

홍대식 학장은 이공계 연구원들이 만든 세상에 이야기와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인문사회 전공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인문사회 전공자들이 오히려 세상을 꾸려나갈 수 있는 더 큰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학생들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그들의 관심과 재능에 따라 지지해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인문사회가 적성에 맞는 학생들은 그 분야에서 뻗어 나가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했다.

"공학도들과 인문학자들과의 융합이 필요합니다. 모순적이게도 요즘 취업을 이유로 인문 성향을 지닌 학생들도 공대로 진학하려고 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성향을 잘 파악해서 진로를 선택하면 됩니다. 이공계 성향의 학생들과 인문사회 성향의 학생들이 합력하여 융합 사회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홍대식 학장에게 청소년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도움말을 들려 달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해야만 한다"고 간단하게 답변했다.

"지역의 도서관 강의에서 앞으로 무슨 공부를 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학 입시와 관련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물어본 것임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공학에 맞지 않는 일부 학생들도 고려하여 (취업을 위해 이공계로 가라는 말 대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권유합니다."
 
 홍대식 학장
 홍대식 학장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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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학장은 "가장 재미있는 걸 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수학이 재미없다면 수학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시 쓰기를 좋아하면 시를 쓰고 책을 좋아하면 책을 읽고 그림을 좋아하면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연구원들만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회에서 각자 맡아야 할 일이 있는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입시가 너무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수학이 재밌냐'고 질문하면 3분의 1 정도만 고개를 끄덕입니다. 입시 때문에 억지로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홍대식 학장은 "인문사회 성향이 강한 학생들에게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무작정 공대로 진학하라고 권유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공대에 진학했지만  공대 과정을 이수한 후 뒤늦게 인문사회에서 다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대식 학장은 중·고교 교사들에게도 당부를 했다.

"(책도 열심히 읽게 해야겠지만) 과학 영화를 많이 보게 하면 좋겠습니다. '해리포터'나 '아바타' 등 영화에서 나오는 상상력이 이공계 연구원들에게는 좋은 아이디어가 됩니다. 글도 잘 쓰게 하려면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한데 과학 영화를 감상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결국 우수한 인재는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전문매체 '글쓰기'에도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 - 연세대 공대 교수 22명이 들려주는 세상을 바꾸는 미래 기술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지은이), 해냄(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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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기사를 써옴.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백석대, 인덕대 등서 강의함.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