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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화학 본사가 위치한 LG 트윈타워(왼쪽 사진)와 종로구 서린동 SK 이노베이션 본사가 위치한SK빌딩(오른쪽 사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화학 본사가 위치한 LG 트윈타워(왼쪽 사진)와 종로구 서린동 SK 이노베이션 본사가 위치한SK빌딩(오른쪽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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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SK)와 엘지(LG)의 총성없는 배터리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쟁회사의 인력빼가기와 비밀유출 의혹 논란에 이어 특허침해 소송까지 번지면서, 두 재벌이 한치의 양보없이 서로를 향해 달리는 열차가 돼 가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차세대 미래기술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소모적인 법정 공방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전망 속에 한일간 경제마찰까지 겹치면서 국내서도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두 재벌간의 '강대강' 전략보다는 협력이나 타협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재벌의 치킨게임은 올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LG화학은 지난 4월 말 미국 델라웨어주의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뿐 아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에는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제품 수입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LG화학쪽 주장은 SK에서 자신들의 핵심인력 76명을 대거 채용해서 핵심기술을 빼갔다는 것이 핵심이다. 주요 인력들이 대거 경쟁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주요 기술들도 고스란히 넘어갔다는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단순한 인력채용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향후 법적 절차에 따라 명확하게 가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핵심기술 도용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대신 후발 사업자들이 인력 빼가기 형태로 그동안 수십년동안 개발해 온 기술과 영업비밀이 쉽게 넘어가게 놔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사업, 자동차 전지 핵심기술 유출 공방

SK이노베이션쪽에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차세대 배터리 전지 사업을 그룹 미래 주축사업으로 추진중인 SK쪽 입장에선 핵심 인력 충원을 통한 기술 투자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고위 인사는 "LG쪽에선 우리 인력 채용 과정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향후 미래 먹거리 사업을 위해 기술개발과 인력 채용 등의 투자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업계 일부에선 LG화학의 인력 유출이 기존 업체들보다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배터리 전지사업 등에서 나름 선두주자인 LG화학 인력 이동이 잦았다는 것. 실제 이 회사가 공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퇴직률이 4.1%에 달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2.3%, SK하이닉스가 2.0% 수준인 것에 비하면 2배에 가깝다. 또 최근 3년동안 LG화학을 떠난 사람만 1888명에 이른다.

게다가 LG화학의 자발적 퇴직률도 작년에 2.7%였다. 삼성전자 전체 퇴직률보다 더 높다. 자발적 퇴직률은 전체 임직원 가운데 징계나 해고, 구조조정, 정년퇴직 등 자연적인 퇴직인 아니라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경우를 말한다. 업계 한 인사담당자는 "자기 뜻에 따라서 회사를 그만두거나 옮긴 사람이 많다는 뜻은 그 회사의 처우가 경쟁사에 비해 낮고, 시장에서의 인력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배터리 소송전을 벌이는 LG화학의 경우 직원 평균연봉이 8800만원선이고 SK이노베이션은 1억2000만원(지난해말 사업보고서 기준)에 이른다. 배터리 사업의 경우 인센티브는 두 회사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듯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인력 채용을 늘리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당시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은 경영진과 직원 등 우수한 인적자원"이라며 "회사의 핵심 자산인 사람에 갖은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LG화학의 공세에 대응을 자제해 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은 지난 5월 "전반적인 글로벌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술개발과 연구에 집중해 사업을 키워야 할 때"라며 "국내 업체간 이같은 소송이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었다.

LG 소송에 SK도 맞불 특허소송 제기... 강대강

이 회사 고위 인사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자동차 전지 사업 등 산업 생태계와 국익차원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결국 소송전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다른 나라 업체들에게 기회를 더 주게 되고, 한국 업체들이 쌓아온 경쟁력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일본과의 경제보복 등으로 국내 업체들은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이번 수출규제로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마찬가지인데, 일본에서 소재를 수입하는 LG화학쪽에 우리의 제품을 공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을 국내 경쟁사에도 공급할 수 있다고 했지만, LG화학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SK아이테크놀로지로부터 분리막 일부를 공급받았던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소송전을 벌이기 시작한 이후, 물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SK쪽도 LG쪽에 법적 대응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6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G쪽의 기술유출 주장이 허위라는 것과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회사 관계자는 "LG화학으로부터 미국에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고, 이로 인해 고객과 회사구성원, 사업가치 등에 대해 신뢰를 훼손 당했다"면서 "법적 절차를 통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이번달 안으로 미국에서 LG화학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낼 예정이다. LG의 특허 침해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LG화학이 낸 배터리 소송과는 별개의 특허 기술 침해와 관련된 소송"이라며 "빠르면 8월 중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LG도 SK와의 소송전에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회사는 최근 미 국제무역위원회에 제기했던 수입금지 등 소송 변호인단을 새롭게 선임했다.  기존 주요 법률대리인을 덴튼스유에스(US)에서 대형 전문로펌인 레이섬앤왓킨스(Latham&Watkins)로 변경하면서 전열을 재정비했다.

양쪽의 이같은 '강대강' 전략을 두고, 산업계에선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많다. 대기업간의 장기전 소송으로 결국 한쪽 일방의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별로 없고, 그만큼 양쪽의 손실도 크다는 지적이다. 이미 두 회사는 지난 2011년 리튬이온분리막 기술 유출을 놓고 국내에서 한 차례 소송을 벌인 바도 있다. 당시 1, 2심을 거치면서 결국 합의로 소송을 끝낸 과거도 있다.

재계 한 고위 임원은 "전기 자동차 등 향후 배터리 사업이 미래 주요 사업인 만큼 두 회사가 서로 양보를 하기 힘든 상황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제소송전은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결국 한 쪽의 일방적 승리로 귀결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으로 국내외 경제상황도 쉽지 않다"면서 "양쪽에서 주장하는 건전한 산업생태계와 국익차원에서 그룹 최고위층의 결단도 필요하며, 정부도 중재 역할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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