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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독일 북서지방 링겐은 역대 최고 기온을 찍었다. 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 파리, 벨기에 등 서유럽 일대가 연일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영국 기상청은 "이번 현상은 북아프리카에서 온 더운 공기가 원인이지만, 기후 변화가 없었다면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극한 폭염이 계속되면서 유럽은 '기후 변화'가 아니라 '기후 위기'로 인식한다. 청소년들은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매주 금요일, 거리로 몰려나왔다. 정의당 진보정치4.0 아카데미 독일 연수(6월 초) 중 연방정부 경제에너지부 청사 앞 인발리덴(Invaliden) 주립공원에서 있었던 FFF(Fridatys for Future) 시위를 목격했다.

자기 몸보다 더 큰 피켓을 들고 나와 정부의 기후 변화 대책을 요구하는 꼬마 아이부터 시작해 2만여 명이 거리로 나와 녹색성장, 지속가능한 성장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기후 변화 해결을 외쳤다. 마치 미래세대가 살아갈 세상에 기성세대들이 너무 많은 지분을 행사하고 있다는 아우성 같았다.
  
연방정부 경제에너지부 청사 앞 인발리덴(Invaliden) 주립공원 근처에서 피켓을 들고 기후 변화 대책을 얘기하는 어린 아이.
 연방정부 경제에너지부 청사 앞 인발리덴(Invaliden) 주립공원 근처에서 피켓을 들고 기후 변화 대책을 얘기하는 어린 아이.
ⓒ 김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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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지지율 1위 독일 녹색당의 '걱정'

FFF 시위로 쏘아 올려진 작은 공은 유럽의 정치 판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래로부터 끌어 올려진 기후 변화 의제가 정치적 의제가 됐고, 유럽의회의 지형까지 바꿔놨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 결과, 독일 녹색당은 사민당을 제치고 20%를 넘는 지지를 받았다. 얼마 전 녹색당은 독일의 주요 정당 지지율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미 유럽 국가에선 녹색환경주의를 표방하는 정치 세력이 연정을 통해 집권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새로운 정치지형의 바람을 타고 진보정치4.0 연수단은 지난 6월 초 녹색당 청년조직(Grüne Jugend) 베를린 지부를 찾았다. 녹색 바람의 한 가운데 서있는 청년 녹색당 소속 젊은 의장은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베를린 지부의 8명 의장 중 레오폴드(20세, 법학전공) 의장이 우리를 맞았다. 그는 60세 이하 유권자들의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녹색당 선전 이유로 꼽았다. "18세에서 24세 유권자 중에서 34%가 우리를 지지했는데, 그만큼 젊은 연령층이 기후 변화를 시급한 과제로 체감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녹색당의 전망을 낙관하지만은 않았다.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강력한 선전이 효과를 보고 있고, 녹색당 지지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베를린이 굉장히 더워 기후 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느낀 것인데, 고온 현상이 계속된다면 둔감해질 것이고 녹색당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는 레오폴드의 얼굴엔 기후 위기를 어떻게 정치적 대안으로 풀지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청년 녹색당(Grune Jugend) 베를린 지부에 몸담고 있는 레오폴드(20세·법학전공) 의장이 인터뷰 하는 모습.
 청년 녹색당(Grune Jugend) 베를린 지부에 몸담고 있는 레오폴드(20세·법학전공) 의장이 인터뷰 하는 모습.
ⓒ 김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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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목소리가 의제로 자리잡는 문화, 그 동력

우리는 청년 정치가 작동하는 시스템에 주목했다. 청년들로부터 밀어 올려진 의제가 정치 영역에 자리 잡고, 정치적 해법 또한 청년 정당이 주도해 모색하고 있는 '독일의 청년 정치' 시스템이 움직이는 동력이 궁금했다.

정치적 의견 교환이 자유로운 독일 문화의 힘 덕분일까, 기후 변화를 막을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무능에 대한 젊은이들의 분노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파리기후협약을 가르치며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 준 교육 때문인가.

독일 최대 규모의 환경시민단체 독일환경자연보전연맹(BUND Bund Fur Umwelt und Naturschutz Deutschland, 아래 분트) 베를린 지부를 찾았다. 모 단체와 구분되는 청년 조직이 별도로 움직였고 FFF 시위에 참여,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컨퍼런스를 열 계획도 있었다.

분트에서 만난 한 활동가는 "27세 이하로 구성된 청년 분트는 성인 조직과 구분되는 재정 시스템을 가진다, 독립적 의사결정이 존중받는 시스템"이라고 소개한다. 특히, 청년 분트는 올해 베를린 공과대학과 함께 '성장 이후의 시대'를 함께 고민하는 대학 수업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모 정당이 개입하지 않았다. 대학교육 시스템과 결합해 청년의 시각에서 교육 내용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독일환경자연보전연맹(BUND Bund Fur Umwelt und Naturschutz Deutschland) 베를린 지부 앞에서.
 독일환경자연보전연맹(BUND Bund Fur Umwelt und Naturschutz Deutschland) 베를린 지부 앞에서.
ⓒ 김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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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 10일의 짧은 연수 동안 독일의 청년 정치 면모를 다 볼 수는 없었다. 분명한 것은 독일이 청년이라는 당사자성을 이유로 기존 정치 세대에 청년 정치인을 편입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청년'의 정당, '청년'의 시민단체로... 청년끼리(?)의 문화를 존중하고 정치, 시민사회 영역이 결합해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다. 이제 막 20살이 된 레오폴드 의장이 녹색당의 기후 변화 대책을 고민하고 있었지만, 이미 그들은 'FFF시위에 필요한 스피커와 피켓을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실어 나르며' 정치·사회·문화적 해법을 실천하고 있었다. 

[꽃보다 정치, 베를린에 가다]
유럽의회에서 뜬 '녹색당', 독일에서 그 이유를 듣다 (http://omn.kr/1k7wa)
열네살부터 정당활동, 독일에서 직접 느낀 '정치의 힘' (http://omn.kr/1knm0)

태그:#프라이데이포퓨쳐, #FFF시위, #청년정치, #기후변화,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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