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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크푸르트의 본회퍼 교회.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예정되었던 장소이다.
 프랑크푸르트의 본회퍼 교회.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예정되었던 장소이다.
ⓒ 독일어 위키피디아 / Karste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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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본회퍼 교회에서 예정되었던 '평화의 소녀상' 임시 전시회가 취소된 것을 두고, 독일 현지의 한인들이 이에 대한 의문을 갖고 해당 교회 관계자들에게 취소 배경에 대한 질의를 했다.

임시 전시회가 취소되었다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접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거주 한인 94명은 지난 7월 23일, '소녀상' 임시 전시회의 예정 장소였던 본회퍼 교회의 샤퍼트 목사와, 이 교회와 같은 공간을 사용하며 전시의 중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한인교회 시온교회 이형길 목사에게 메일 서신을 보냈다.(관련기사 : 평화의 소녀상, 독일에서 길을 잃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이라고 밝힌 이들이, 두 목사에게 이번 전시회가 취소된 구체적인 이유를 알려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전시회 취소 해명 요구에 구체적 답변 회피한 시온교회

먼저 이들은 이형길 목사에게 이번 전시회 취소가 "독일 내에서 소녀상 전시 혹은 설치에 있어 안 좋은 선례를 남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시온교회가 전시회를 반대한 구체적 입장과 해명을 요구했다. 이형길 목사는 첫 답변에서 관련내용에 대해 이번 전시회의 주최측인 '풍경세계문화협의회(이하 '풍세문')' 관계자에게 물어볼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연명자들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질의문의 작성자인 독일 슈트트가르트 거주 이연실씨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질의에 응답했다.

이 목사는 전화 통화에서 교회 안에 '소녀상' 전시를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음을 시사하며 "처음부터 교인전체에게 물었어야 하는데 교인전체에게 묻지 않은 내 잘못"이라며 이번 전시 취소가 자신에게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 목사는 이번 전시회 계획을 알고 난 뒤, 이 전시회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본회퍼 교회의 샤퍼트 목사를 소개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에 시온교회의 교인들 중 일부가 이 사실을 알고 전시를 반대하면서 샤퍼트 목사에게 전시회 취소를 요청했다는 것. 하지만, 이 목사는 교인들이 '소녀상' 전시회를 반대한 이유에 대해 묻는 이연실씨의 질문에 "그건 잘 모르겠다. 교회에는 여러 말이 있지 않느냐?"고 즉답을 피하며 이런 문제('소녀상' 전시)가 한인사회나 교회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안하는 게 좋겠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이 목사는 그 밖의 질문에도, 교회 내의 다양한 의견을 거론하면서도 반대를 한 사람들의 반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모든 책임이 그런 교인들의 의견을 제대로 묻고 진행하지 못한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책임이 있음을 밝히며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본회퍼 교회의 샤퍼트 목사는 "처음부터 '소녀상'과 그 의미에 공감했기에 전시에 동의했음"을 밝히고, 전시 추진 중에 갑작스럽게 시온교회 측에서 전시 중단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파트너교회로써 한 쪽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중지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샤퍼트 목사도 시온교회가 어떤 이유로 중지 요구를 했는지 알지 못하고, "이번 전시 문제로 시온 교회 내부에 다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샤퍼트 목사는 '소녀상'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음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시온교회와의 합의가 없는 한 이 프로젝트에 더 이상 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정확한 이유 밝히고 전시회 취소 책임져야

관계자 누구도 '소녀상' 전시에 부정적인 사람은 없었다. 우리의 궁금증과 답답함은 그래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건 지나친 억측일까? 시온교회의 이형길 목사는 왜 정확한 내용을 밝히지 못하는 것인가? 신학적인 이유라면 밝히지 못할 것도 없을 텐데, 정치적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이 목사는 줄곧 교회 내부의 이견을 언급했지만, 이번 '소녀상' 전시 취소는 교회 내부의 문제가 아니다. 분명히 약속한 상대가 있는 문제이다.

상대가 있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그 지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게 상식이다. 하물며 '소녀상'이 아닌가? 이형길 목사와 시온교회는 '소녀상'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에게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소녀상' 전시에 대해 협조를 하고, 상황이 바뀌니 취소를 했단 말인가?

지난 8월 14일은 김학순 할머니가 해방 후 46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고통스런 과거를 고백한 날을 기억하는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이었다. 피해자인 할머니들은 반세기 가까운 시간을 '금기'에 갇혀 자신들의 고통과 아픔을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숨죽여 살아왔다. 이제 그 '살아있는 증인'들이 20여 분 밖에 남지 않았다. 94명의 질문은 어쩌면 그 할머니들을 대신한 질문인지도 모른다. 왜, 우리가 언제까지 '금기'이어야만 하느냐는. 시온교회와 이형길 목사는 이 무거운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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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의 장애인 인형극단 '종이풍선(紙風船)'에서 일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