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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8월  20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유족과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현대중공업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앞서 4월 26일 작업 중 사망한 현대중공업하청노동자의 사망원인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2014년 8월 20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유족과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현대중공업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앞서 4월 26일 작업 중 사망한 현대중공업하청노동자의 사망원인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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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4월 26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작업 중 에어 공급용 호스에 목이 감긴 채 동료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진 하청노동자에 대해 자살이라는 1심과 달리 항소심이 업무상 재해 판결을 내렸다(관련기사 :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작업중 사망 원인 '논란').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재판장 배광국)는 8월 14일, 고인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고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경찰이 자살로 결론 내리자 유족과 노동계가 재수사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일었고 유족은 지난 5년 3개월간 산업재해를 주장하며 싸워왔다.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17일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을 적극 환영하며, 고인이 자살 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유족이 더 이상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법적 다툼이 종결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근로복지공단, 1심 판결 뒤집혀 

당시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 2공장 13번셀 블라스팅 공장에서 샌딩 작업(강한 공기로 모래를 날려 철판 등을 깨끗이 하는 작업)을 하던 사내하청업체 소속 정범식(당시 45세)씨가 오전 11시 35분경 에어 호스에 목이 감겨 동료들에게 발견됐지만 숨진 상태였다.

유족과 노조는 "명백히 작업 도중 발생한 사망 사고로 당연히 업무상 재해로 처리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경찰이 자살로 결론내리면서 산재가 되지 않았다.

당시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사고 직후 현장보존이 훼손되는 등 초동수사에서부터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했지만 울산동부경찰서는 한 달 후인 5월 29일 자살로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이에 유족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고인이 자살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하청지회는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과 현대중공업노동조합 등 지역 단체와 함께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6개월에 걸친 재수사 요구와 각종 언론보도에 그해 10월 17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고 결국 울산지방경찰청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자살이라는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를 근거로 근로복지공단은 2015년 10월 21일 최종적으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내렸다. 이에 유족이 다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법원 역시 2017년 12월 7일 자살로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사고가 난 지 5년 3개월 만에 항소심 고등법원은 이와는 달리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은 샌딩기에서 분사된 그리트(쇳가루)가 눈에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다리를 통해 내려가려다 바닥에 놓은 에어호스에 몸이 감겼고, 이후 실족하는 과정에서 호스가 목에 매여 사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고인의 샌딩기 리모컨이 전선 접촉에 의해 의도치 않게 작동할 수 있었던 점, 고인의 방진마스크 오른쪽 필터가 훼손되고 얼굴과 목 부위에 그리트가 묻어 있던 점에 비추어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이를 달리
판단한 1심의 판결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이 주장한 자살 가능성에 대해 "사고가 일어난 곳은 고인의 작업구역에서 떨어진 동료의 작업구역인데,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굳이 타인의 작업구역까지 이동할 이유가 없다"며 "고인이 사고 발생 전날까지도 배우자인 원고와 통화를 하고 사고 당일에도 동료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등 자살의 동기가 확인되지 않고 관련 전문가 의견서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또한 "눈에 그리트가 들어간 사람이 높이를 가늠하여 목을 매기는 어렵다는 점 등에 비추어 고인이 자살한 것이라고는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 후 현대중공업 하청지회는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의 명예 회복과 유족의 고통을 충분히 헤아려 대법원 상고를 중단해야 마땅할 것"이라며 "하청지회는 유족과 함께, 이 문제에 대응했던 모든 분들과 함께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금속노조 울산법률원(참여변호사 정기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참여변호사 김동현 김두나 박한희),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리걸클리닉 센터(센터장 홍대식, 참여교수 이상수) 등이 대리인단을 구성해 진행했다.

또한 노동조합·시민사회단체·각계 전문가(심리학, 의학)들이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재현 실험을 진행하거나 의견서를 작성했고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도 판례 조사, 서면 작성 등에 참여했다.

한편 고인의 유족은 두 아이를 키우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며 갖은 노동일을 하면서도 진상 규명을 위해 싸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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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사관과 같은 역사의 기록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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