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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삼진아웃 당하다.

'허경영' 관련 기사 '비채택' 좌절기
19.08.17 11:01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를 즐겨 듣는다. 보지 않고 듣는 까닭은 보통 생방송 시청을 못하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 팟캐스트로 듣기 때문이다. 8월 13일자로 방송된 < '본좌'의 재등장 > 도 새벽 산행 길에 듣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도 혁명공약이라고 내걸었는데 개인에게 1인당 150만 원의 국민배당금을 매달 주겠다.] 라는 대목에서는 깜짝 놀랐다. 

허경영씨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난 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아 올 한 해 '기본소득 캠페인'을 나름 열심히 전개하고 있다.

사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된 것도,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기본소득 캠페인을 좀 더 잘해볼까 하는 욕심 때문일 정도다.

기본소득은 국민이면 누구나에게 지급하는 보편성, 특별히 자격심사를 하지 않는 무조건성, 그리고 각 개인에게 지급하는 개별성,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정기성, 현금으로 지급하는 현금성,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정도로 지급한다는 충분성 등을 6대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보도대로라면 보편성, 개별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동안 기본소득론자들은 기껏해야 30만원에서 최고 60만 원 정도 지급을 내세웠는데 과감하게 월 150만원이라니 그 담대함에 눈길이 확 갔다.

그래서 허경영이라는 인물에게 관심이 확 갔다. 그가 기본소득을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는 어떤 배경에서 국민배당을 지원하는 것일까?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허경영이라는 인물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그동안 보도 되었던 뉴스, 그리고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영상 등 닥치는 대로 살펴보았다. 

그가 왜 피선거권을 박탈되었는지, 그리고 지난 연말 복권 과정, 국가 혁명당으로 다시 돌아와 화제가 되기까지.

무엇보다 그의 혁명공약 33가지 중 7번째 국민배당이 바로 내가 관심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조사 도중 허경영씨가 "난 핸드폰 번호도 공개했다. 하루에도 각계각층의 수많은 사람들과 통화해서 민심을 살피고 있다." 이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를 쓰려면 최소한 관계자 인터뷰는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누구를 통해 기본 사실 확인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확보한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했다.

이른 아침이라 일부러 9시가 되기를 기다려 전화했는데 정말 허경영씨와 직접 통화가 이뤄졌다. 시민기자 초보인지라 너무 당황한 나머지 통화녹음을 할 생각도 못하고, 궁금했던 사항과 몇 가지 기사 작성에 필요한 점을 중심으로 즉석 인터뷰를 했다.

그는 길게 설명했다. 가끔 반론을 하고 싶었으나 그의 말을 끊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었다. 난 급한 대로 메모를 해가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인터뷰까지 했으니 기사 작성을 시작했다. 허경영씨가 어떤 인물인지? 간단히 스케치하고, 그가 내세운 혁명공약 중 의미 있다고 판단되는 것을 중심으로 간단히 소개하고, 가장 큰 관심 사항인 국민배당을 인터뷰 한 내용을 중심으로 좀 더 깊이 소개한 후, 기존 기본소득과 어떤 차이점을 있는지 비교하고, 허경영씨의 캐릭터 상 허황된 공약이라는 이미지와 선견지명이라는 우호적 판단 그 사이에 '기본소득'이 위치한 것 아닌가라는 마무리로 기사 작성을 했다.

* 이렇게 해서 작성된 첫 기사...

[국가 혁명당으로 돌아온 허본좌 또 파란을 일으킬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s_pg.aspx?CNTN_CD=A0002562071


나름 자신이 있었다. 허경영이라는 화제성 있는 인물이었고, 인터뷰까지 했고, 검색을 해보니 그동안 오마이뉴스에서는 허경영 관련 기사도 없었고 그래서 기사채택이 무난히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돌아온 결과는 '비채택'이었다.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새벽부터 오전 내내 매달려 쓴 기사인데 '비채택'이라니 노력이 물거품 된 것 같아 그대로 있을 수 없다.
 
오마이뉴스는 '채택'이라는 기쁨과 '비채택'이라는 좌절을 늘 불규칙적으로 내게 선물한다. ⓒ 픽사베이
 
그래서 바로 '기사 클리닉'에 도대체 '비채택' 사유가 뭔지를 묻는 글을 게재했다. 얼마 후 오마이뉴스 편집부 정치 담당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화제성 등은 인정하지만 과연 '허경영'이라는 인물을 왜 부각시켜줘야 하는지 모르겠단다. '기본소득'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허경영'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앞부분에 많다는 지적이었다. 

느낌이 '허경영'에 대한 평가가 그리 썩 우호적이지 않은 듯 했다. 하긴 나 역시 '허경영'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칼자루를 쥔 편집부의 조언이었기 때문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시 기사를 수정했다. 허경영씨에 대한 설명 앞부분을 거둬내고 그의 공약이 허황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부는 현실화 되었다는 점을 사례를 들어 소개하는 대목을 추가해서 기사를 썼다.

그리고 편집부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 기사를 수정했다는 취지의 취재 경위까지 곁들여 다시 기사를 송고했다.

* 두 번째로 쓴 기사 [허경영의 국민배당 주장 기본소득과 어떻게 다른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s_pg.aspx?CNTN_CD=A0002562126
 
그러나 또 다시 '비채택' 슬슬 오기가 생겼다. 다시 편집부 기자와 통화를 했다. 편집부에서는 정치 담당 기자들이 전체 회의를 해보았는데 기사로서 채택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인터뷰 내용도 특별히 의미 있는 것도 없고, 뭘 말하려는지도 명확하지도 않고 여러 이유를 들어 비채택 사유를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겉으로는 편집부의 입장을 존중한다. 이해한다. 말했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자괴감이 들기도 했고, 나와 판단이 다른 지점에 대해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마음 한 편에서는 오늘 기사 하나 쓰고 말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기본소득' 관련 기사를 계속 써야 하는데 칼자루를 쥔 것은 편집부인데 막 나갈 수는 없다는 보신주의도 한몫 했다. 

결국 가장 큰 시각의 차이는 '허경영'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가 다른 듯 했다. 난 '허경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분명 존재한다는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었고, 아마도 편집부에서는 그 실체를 기사화해서 굳이 더 부각시킬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 다른 듯싶었다.

결국 나는 그냥 접기로 했다. 그렇게 접을 수 있었던 까닭은 며칠 전 브런치 작가 신청이 통과가 되어 거기에 게재하면 된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8월 15일 브런치에 올린 글 통계를 보니 허경영 관련 검색이나 조회 수가 다른 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국가혁명당 창당과 관련하여 타 매체의 보도가 쏟아졌다. 

그래서 한 번 더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두 번째 기사의 경우 첫 번째 기사에서 약간의 리모델링만 했다면 세 번째 기사는 아예 시각을 편집부가 원하는 대로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고 썼다. 그래서 국민배당이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 국가통계를 찾아서 계산까지 해가며, 다른 공약과 모순을 지적하며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기사 형식도 인터뷰를 싣는 방식이 아닌 설명하는 방식으로 변경해서 기사 작성을 마쳤다. 그리고 허경영씨의 국민배당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함께 실어서 비판에 힘을 보태었다.

* 이렇게 해서 작성한 세 번째 기사
[국가 혁명당 허경영 대표의 국민배당 과연 가능할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s_pg.aspx?CNTN_CD=A0002562622
 
기사 작성을 하느라 점심도 거르고 곧 생업을 하러 가야했다. 그런데 기사를 업로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바로 '비채택' 통보를 또 받았다. 

다시 편집부에 전화를 했다. 이번에는 편집부 기자 중 좀 윗선(?)이 받아 설명을 해줬다. 그는 단호했다. 내 노력은 알겠는데 오마이뉴스에서는 '허경영'을 다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형식을 달리 써도 기사채택은 안 된다는 설명이었다. 

그 전 담당자의 경우 기사 채택이 되려면 이런 식으로 써보라는 조언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무리 달리 써도 이 건은 안 된다는 통보였다.

결국 허경영 관련 기사 작성에 난 10시간도 넘게 매달렸고, 결과는 '비채택'이었다. 

이 글을 작성하는 까닭은 나만의 뒤풀이이다. 뒤끝작렬이기도 하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면서 늘 불안감이 있다. 이렇게 기사를 작성했는데 채택 안 되면 어쩌나 하는 근본적인 불안이다. 내 노력에 대한 대가가 없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지만, 취재원에게 미안함이 더 컸다. 사실 기자들도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지 않는 경우도 많을 텐데, 또는 방송의 경우 편집 과정에서 잘려가는 부분이 부지기수일 텐데 나의 경우는 아직 초보라서 그런지 그 미안함을, 부담감을 덜어내기가 힘들다.

그러면서 자꾸 어떻게 해야 편집부 눈에 들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또 하나의 권력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꼭 폭력적으로 길들여서가 아니라 '채택', '비채택'이라는 구조 그 자체가 사람을 순한 양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누구나 시민기자가 될 수 있다는 '오마이뉴스' 시스템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누구나'가 '아무나'가 될 수 있는 위험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이지만 그 장치가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것도 사실이다. 편집부가 있어서 시민기자들의 기사 작성을 돕고, 모니터링 해주고, 안전장치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검열'로 작동하고 있다.

또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은 쓰고 싶은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읽고자 하는 기사를 쓰게 된다는 점이다. 가수들도 늘 고민일 것이다. 자신들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열창하고 싶지만, 현실은 청중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어 지불할 만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처럼 그 둘 사이의 거리감이 어디나 존재한다.

물론 가수나 기자나 반응에 대한 욕심을 버린다면 자기의 소신대로 노래하고, 기사를 쓸 수 있다. 그러나 그 유혹과 현실적 이익 앞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 덕분에 사회가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것이고, 그 때문에 사회는 한없이 세속화 된다.

나 역시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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