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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식약처는 지난 13일 가슴 보형물 수술로 인한 BIA-ALCL 환자가 최초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성형외과 의사가 가슴보형물 이식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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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으면 당장 뺍니다. 병에 걸리면 죽을 확률이 굉장히 높아요."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해온 전아무개(49) 원장은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답했다. 이어 "언론에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이라는 어려운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가슴 보형물이 유발하는 건 사실상 백혈병"이라고 말했다.

전 원장은 또 "우리나라 식약처가 보형물을 몸속에 놔둬도 된다고 발표한 걸 보고 욕이 다 나왔다"며 "식약처의 안이한 대응으로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보형물을 꺼내거나 교체하고, 모르는 사람들은 놔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성형외과 의사인 그는 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대응에 분개하고 있는 것일까.

식약처 "증상 없으면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달 24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보톡스 등 성형에 필요한 재료를 만드는 앨러간(Allergan)사에 이들이 제작하고 있는 4개의 가슴 보형물을 '리콜'하도록 권고했다. 이 회사의 '거친 표면 가슴 보형물'은 미용 목적 혹은 가슴절제 후 복원용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FDA의 조사에 따르면 다른 회사의 제품에 비해 BIA-ALCL(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이라 불리는 암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BIA-ALCL은 면역체계와 관련된 희귀암이다. 앨러간사는 FDA의 지적을 받은 거친 표면 가슴보형물에 대해 전 세계적인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식약처도 지난 7일 '인공유방 이식환자 대상 안전성 정보'라는 이름의 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 식약처는 가슴 보형물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가슴이 커지거나 덩어리가 생기는 등 BIA-ALCL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하라고 적었다.

하지만 증상이 없을 땐 보형물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미국 FDA 역시 홈페이지에 같은 의견을 적었다. 워낙 희귀한 병인 데다,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제공한 '인공유방 부작용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 병은 가슴에 보형물 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3500명~3만명당 1명꼴로 생긴다.

걸리면 치명적... 미국보다 한국 내 사용율이 훨씬 높아

그러나 전 원장은 가슴 보형물을 당장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전 원장은 "병이 희귀한 건 사실이지만, 한번 걸리면 죽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 사이트에 해당 병명을 검색하면 환자들 사진이 나오는데, 백혈병 환자들의 모습과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FDA가 내놓은 대안을 우리나라 식약처가 그대로 따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앨러간사의 가슴 보형물 사용률은 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전 원장은 "FDA가 홈페이지에 예방을 위한 보형물 제거가 필요 없다고 써두었기 때문에 식약처도 비슷한 대안을 내놓은 것 같다"면서도 "문제가 된 보형물은 미국보형물 시장에서 5% 내외로 사용된 반면, 우리나라에서의 사용률은 7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한국유방보형물연구회 위원장도 이날 BIA-ALCL는 걸리면 치명적인 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이 병이 '치료가 쉽고', '완치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있지만, 그것은 BIA-ALCL이 1기에 발견될 때의 상황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 이어 "2기 이상에서는 분명히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FDA는 이 병으로 사망에 이른 환자들의 케이스를 알리고 있다. FDA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BIA-ALCL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총 33명이며, 이 가운데 12~13명의 환자가 앨러간사의 거친 표면 가슴보형물 제품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조기 검진이 가장 중요하다"며 "암을 치료하는 의사라면 참고하고 있는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 'NCCN(The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도 보형물 수술을 받은 후 3~6개월마다 정기적인 초음파검사를 받으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까지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1년에 한 번씩은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자가진단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김 위원장은 식약처가 마땅한 근거 없이 'BIA-ALCL은 희귀한 병인만큼,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견을 내는 데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2만명이 문제가 된 보형물 수술을 받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5000명이라도 표본 조사를 한 후에 희귀하다는 결론을 내려야 맞지 않는가"라고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거친 표면 가슴 보형물 제품은 모두 5만2000개가 유통됐다. 이 가운데 앨러간 제품은 2만9000여개다. 식약처는 보형물을 가슴 양쪽 모두에 이식한 경우도 있기에 이식환자가 약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앨러간사의 가슴 보형물
 앨러간사의 가슴 보형물
ⓒ 한국앨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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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가 자가진단을 통해 증상이 나타난 이들에게 병원을 찾도록 한 것 또한 의아하다고 했다. 그는 "식약처 말대로 자가진단으로 병을 알아챌 수 있다면, BIA-ALCL로 사망한 33명의 환자들은 왜 목숨을 잃었겠냐"며 "민감한 사람들은 조금만 가슴이 부풀어 올라도 알 수 있을지 몰라도 둔감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암이 더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도 병원에 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가 대한성형외과학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자료를 내고 있다는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은 "아무리 희귀한 질환이라고 해도 의사들이 '괜찮다'는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일뿐더러, 혹시나 (괜찮다는 의견을) 내게 되더라도 성형외과학회가 아니라 암을 치료하는 암 학회에서 낼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형물로 인해 가슴에 문제가 생기면, 어차피 성형외과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당장 유방외과나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에서 치료해야 할 질병이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암환자 최초 발견

식약처 관계자는 여전히 '과도한 우려는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식약처쪽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한성형외과학회에서도 과도한 우려는 좋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슴 보형물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BIA-ALCL이 생긴 사례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걱정을 위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16일 식약처는 가슴보형물 수술로 인한 BIA-ALCL 환자가 지난 13일 최초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환자는 40대 여성으로, 약 7~8년 전 유방 보형물 확대술을 받았는데 최근 한쪽 가슴에 붓기가 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BIA-ALCL으로 최종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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