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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YWCA는 8월 14일, 네이버 뉴스스탠드의 주요 언론사 48개 매체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기사 내용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터넷 기사 모니터링은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네이버 뉴스스탠드 언론사 메인 화면에 노출되었던 기사를 대상으로 했다.

모니터링 결과, 성평등적 기사는 8건, 성차별적 기사는 45건으로 성차별적인 사례가 약 5배 많았다.

성평등 기사는 한겨레, 성차별 기사는 일간 스포츠, 마이데일리에 가장 많아

매체별로는 한겨레가 성평등한 보도 건수가 가장 많았고(4건, 50%), 그 뒤로는 한국일보(2건, 25%)였다. 성차별적 내용은 스포탈코리아(9건, 20%)가 가장 많았고 뒤이어 일간스포츠, 마이데일리(각 6건, 각 10.7%)순이었다. 특히 마이데일리의 경우 작년 모니터링에서도 성차별 사례 개수가 2번째로 많았는데 당시 성적 대상화가 10건, 외모 지상주의가 3건이었다.
 
인터넷 기사 모니터링 결과 요약
 인터넷 기사 모니터링 결과 요약
ⓒ 강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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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인 기사의 세부내용으로는, 유명인의 사진에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성적 대상화하는 내용이 29건(64.4%)으로 가장 많이 발견되었다.

- <서울신문>은 6월 11일부터 12일 이틀간 뉴스스탠드 메인 페이지에 "가슴을 드러내고 고기 굽는 주인집 여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노출시켰다. 기사의 실제 내용은 대만의 모델이 고기집 장사에 어려움을 겪는 아버지를 도왔다는 내용이었지만 제목은 이와 상관없이 여성의 몸을 부각시키는 것이었다. 특히 이 기사가 2019년 4월 23일에 보도된 내용임에도 6월의 메인 기사로 올라온 것은, 여성의 몸을 전시하여 클릭수를 증가시키려는 성차별적 의도를 짐작케 한다.

- 6월 10일, <마이데일리>는 뉴스스탠드 언론사 메인 페이지에 레이싱모델이 SNS에 올린 전신 수영복 사진 속 가슴 부분만을 클로즈업한 사진을 노출하였다. 그리고 "'볼륨 때문에'...OOO, 끊어질 듯"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잘라서 전시하고, '볼륨 때문에 끊어질 듯'이라는 표현은 여성의 몸을 남성중심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노골적으로 성적대상화하는 표현이다.

'여성연예인 이름+ 몸의 일부' 천편일률적인 성차별 기사제목들 

이와 같이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기사들의 제목은 하나같이 '여성연예인 이름+ 몸의 일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여성의 몸의 일부를 서술할 때는 '터질듯한', '숨막히는', '치명적인', '아찔한'과 같은 수식어나 '초밀착', '속살', '글래머', '볼륨', '개미허리'와 같이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하는 단어를 사용해 남성의 시선에서 평가했다. 사진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연예인이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올린 전신사진의 특정 신체부위만을 강조해 기사 메인 사진으로 노출시킴으로써 클릭을 유도하였다.

여성의 신체를 어뷰징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언론사들의 성차별적인 인식하에서, 여성의 신체는 남성의 성적 욕구를 자극시키는 도구로 다뤄진다. 중요한 것은 비키니 또는 가슴이나 엉덩이에 딱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은 여성 연예인의 몸이 얼마나 선정적이었는지가 아닌, 그들의 몸을 어떻게 도구화하는지의 문제다. 포털에 이러한 사진과 제목들이 도배되어있을 때 온라인 환경에서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이라는 개념은 자연스럽고 정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불필요하게 '여' 접두사를 붙여, 여성 경찰 관련 보도를 자극적으로 소비한 기사들 

젠더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사례로는 6월 14일 매일경제 등 4개 언론사에서 다룬 "퇴근 후 주점서 아르바이트한 여경 정직 처분"기사가 지적되었다. 5개 기사는 모두 직업 앞에 접두사 '여'를 붙여 '여경'이라 지칭함으로써 성차별적인 단어를 사용하였다.

최근 여성경찰이 남성경찰에 비해 직업수행능력이 떨어진다는 여성혐오적인 편견이 높아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기사에서 '여경'을 강조하는 것은 잘못된 젠더 고정관념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퇴근 후 '주점'에서 일한 '여성'임을 강조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성차별적 의도 또한 보인다.

뉴스 제목이 사건의 의미를 틀짓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음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성차별적인 제목 표기가 '여경무용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여성혐오 조장에 기여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언론이 경찰, 여성, 주점 세 단어를 강조한 결과, 결국 유튜브를 포함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낮에는 경찰 밤에는 룸녀"라는 자극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소재로 이 사건을 소비하게 되었다.

이희호 '여사'가 아닌 '이사장'으로...  언론인들의 성평등한 선택이 이어지길

한편, 성평등한 사례로 가장 자주 언급된 사례는 이희호 이사장의 별세 소식을 다룬 기사들이었다.

 6월 11일, <한겨레>는 "누리꾼들 이희호 이사장을 '김대중 대통령의 여사'로 가두지 말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희호 이사장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여사'로 가두지 말고, 여성(사회) 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정치사의 산증인으로 추모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견을 다루었다. 이 외에도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등의 언론사에서도 이희호 이사장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보조인물로서만 다루던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 이희호 이사장을 주체적이며 독립적이었던 정치인으로 다룰 필요성을 촉구하는 내용을 기사로 다루었다.

대다수 언론사가 이희호 이사장에게 붙였던 '여사' 대신에 '이사장'이라는 호칭을 선택하여 성평등한 가치를 담아낸 기사들은, 그의 업적이 온전히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기자들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언론인들의 성평등한 선택이 다른 보도에서도 이어져 여전히 성차별적인 인터넷 뉴스 현실을 조금씩 바꿔나가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 본 보고서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의뢰를 받아 서울YWCA가 수행하는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결과물입니다.


태그:#인터넷뉴스,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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