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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교육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구민운영단의 모습
 문화예술 교육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구민운영단의 모습
ⓒ 도봉구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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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지만, 그래도 해보려고요!"

수줍지만 용기 낸 누군가의 한마디에, 주민들이 모여 있던 세미나실이 웃음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유독 따스했던 올해의 어느 봄날,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문화예술 공간 '도봉구민청'에서 20여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아직 앳된 얼굴의 대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70대 어르신까지, 나이와 성별, 직업 등 모든 것이 다른 이들이 '한 팀'이 된 사연은 무엇일까?

지난 4월, 도봉구민청이 주민 활동가인 '구민운영단'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도봉구 커뮤니티 곳곳에 게재되었다. 구민들이 지역 내에서 직접 문화자원봉사와 기획활동을 수행함으로써 지역문화 활성화를 돕고, 공공문화시설과 지역주민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활동중인 구민운영단의 모습
 활동중인 구민운영단의 모습
ⓒ 도봉구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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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 초기만 해도,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거라고는, 그리고 이들이 세대 차이 등 자신들에게 주어진 모든 '다름'을 뛰어넘고 지역과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똘똘 뭉치게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연 기획을 전공하는 대학생부터 회사원, 강사, 동아리 활동가뿐 아니라 퇴직 후 '주부'로 새 삶을 시작한 중년 남성과 40년이 넘는 버스 기사 경력을 지닌 어르신까지, 서로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한뜻으로 움직이려면 분명 어려움이 따르리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구민청에서 지원한 10주간의 운영단 양성 교육 과정을 함께하며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자원봉사, 문화기획, 글쓰기, 공간 조성 등 각 분야의 전문 종사자들이 이 과정의 강사로 참여했고,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모두가 함께 모여 문화예술 교육과 투어, 탐방을 진행했다. 각자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이 교육 과정을 소중히 여겼던 구민운영단. 운영단은 서로를 향한 응원과 격려 속에서 운영단 구성원 모두가 교육 과정을 이수하였고, 지난 7월 수료식을 진행했다.

이들이 운영단으로 성장하는 데 '핵심'이 되었던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였다. 매주 함께 만나고 가까워지면서 각자가 가진 삶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공감하고, 함께 울고 웃었다. 나이, 환경 등 나와 '모든 것이 다른' 타인의 삶도 존중하고 따뜻하게 아끼는 순간, 그들은 동시에 문화를 알고, 예술을 배울 수 있었다. 지역문화는 우리의 일상에, 서로의 삶에, 모두의 협동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 수료를 축하하며 함께 자른 케이크 한 조각에도 행복해했던 운영단 모두의 맑고 순수한 마음이 '전문성'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교육이 끝난 후,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촘촘한' 한 팀을 만들어냈다. 누구도 소외되거나 외면받지 않는 '한 팀'을 말이다. 미술, 노래, 봉사, 미디어, 글쓰기 등 한 명, 한 명 서로가 가진 특기와 장점을 발견하고 이끌어내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수행해나갔다. 현재 구민운영단은 구민청 1층 홍보관을 활동 거점 공간으로 삼아 활발하고 다양한 문화자원봉사 활동을 수행해나가고 있다.

구민운영단은 현재 유아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구민청 방문자를 직접 맞이하여 세미나실, 유아 및 아동 공간, 공용 부엌 등 공간 곳곳의 이용 방법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들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지상 1층~3층까지 시설 구석구석을 살피며 매 순간 발로 뛰면서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든 미디어 콘텐츠(사진, 영상) 등을 통해 지역 내 문화시설의 역할과 구민운영단이 무엇인지에 대해 홍보하였고, 9월에는 운영단 각각이 지역과 주민들을 위해 기획한 유익하고 재미난 문화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며 관공서 문화 시설의 주인이 바로 '지역주민'이라는 것을 몸소 증명할 예정이다.
 
공간 조성중인 운영단의 모습
 공간 조성중인 운영단의 모습
ⓒ 도봉구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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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힘든 일도 서로 웃으며 함께 해내 가는 운영단의 모습을 지켜볼 때면, 구민청 직원들의 얼굴에도, 주민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난다.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이런 작은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지역문화를 만드는 것. 환경이 달라도 꿈과 목표는 같은 이들의 이름은 '구민운영단'이다. 도봉구에서 이들이 가져올 작지만 큰 변화를 함께 응원해주기 바란다.

태그:#도봉구민청, #구민운영단, #문화예술, #도봉구,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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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주목받지 못한 모든 꿈들을 위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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