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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앞둔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서울 도심 아파트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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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아쉽다. 국토교통부가 12일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개선안이 그렇다.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했지만, 노무현 정부 때보다는 강도가 약하다. 여전히 박근혜 정부의 '틀'에 갇혀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지역도 못 박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만든 적용 절차는 그대로

국토교통부는 이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현실화한 게 주요 골자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지정하는 절차는 그대로 놔뒀다.

현재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절차는 까다롭다. 먼저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받으려면, 정량 요건 2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그 다음에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그 다음에야 '위원회 심사'를 통해 최종 결정되는 2단계 결정 구조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시행된 분양가상한제는 이렇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은 '일반인에게 공급하는 공동주택'이었다. 민간택지나 공공택지나 예외 없이 모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위한 별도 요건도 없었다.

분양가상한제의 지정 절차가 이렇게 바뀐 것은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민간 택지 아파트에 상한제를 적용하려면, 여러 정량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웬만해선 적용하지 못하게 법을 고친 것이다.

이번 개선안은 이런 복잡한 결정 구조를 그대로 놔둔 채,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만 조금 고쳤다. 분양가상한제 지정을 위한 필수 요건을 '투기과열지구'로 고친 것. 기존에는 직전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 2배를 초과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투기과열지구도 3가지 요건 중 하나 충족해야

현재 서울 25개 구와 경기도 과천시·광명시·성남시 분당구·하남시,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라고 당장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래 선택요건 3가지 가운데 하나를 또 충족해야 한다.

1. 직전 12개월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
2. 직전 2개월 청약경쟁률이 5:1을 초과
3.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


이런 정량 요건을 충족해도 넘어야 할 산이 더 있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다. 정량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NO'를 외치면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 만든 틀이 그대로 유지되는 결과다. 결국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시행 지역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요건 변경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은 10월초 시행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행 지역은 결정되지 않았으니, 일종의 '열린 결말'인 셈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투기과열 지역 중 3가지 요건을 정량적으로 고려한다, 그 가운데 주택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요건이 된다고 반드시 지정하는 건 아니고 과열이 심하거나 확산할 여지가 없으면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분양가상한제 전면시행 수준보다는 부족하다"면서 "결국 여론을 의식해서 궁여지책을 내놨는데, 그것도 10월 이후 정치적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래도 일부 평가할 만 한 점은 있다. 먼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현재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되면,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에 대해서는 일종의 특혜가 있었다.

적용 시점 앞당기고 최장 10년 전매제한 둔 것은 '평가'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 주택사업이 '최초 입주자 모집 신청'을 기점으로 적용되는 것과는 다르다. 이렇게 되면,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번 개정안은 이 조항을 고쳤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도 일반 주택사업과 마찬가지로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상한제 적용을 받는다. 이렇게되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통해 '상한제 대상'을 피하는 일이 없어지게 된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전매제한 기간을 늘린 것도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 투기과열지구 내 아파트 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80% 미만이면 10년, 80~100%면 8년, 100% 이상이면 5년의 전매 제한 기간을 둔 것이다.

현행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전매 제한 기간이 3~8년인 것과 비교하면, 평균 2년 정도 더 늘었다. 아파트 분양에 단기 차액을 노리는 투기 세력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현재 수도권 공공분양주택에 적용되는 거주의무기간(최대 5년)을 민간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파트 후분양이 가능한 공정 기준을 공정률 50~60%(지상 2/3 이상 골조 완성)에서 공정률 80% 수준(지상 골조공사 완성)으로 강화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분양가상한제 체계가 박근혜 정부 시절 체계이고, 노무현 정부 때처럼 고쳐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없다"면서도 "이번에는 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실제로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이뤄질 수 있게끔 요건을 완화했다는 부분은 아쉽지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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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