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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함께 벌쏘임 사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11일 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8시 반 쯤에 충남 금산군 금산읍의 한 야산에서 벌초 중이던 79살 손아무개씨와 49살 아들 등 일가족 3명이 말벌에 쏘였습니다.

벌에 쏘인 뒤 아들 등은 몸에 큰 이상이 없었지만, 아버지는 호흡 곤란을 호소해 금산소방서에서 응급조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증상이 악화되어 구조대가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다고 합니다.
 
온도가 높고 습도가 적은 계절에 말벌의 활동이 활발해집니다.
 온도가 높고 습도가 적은 계절에 말벌의 활동이 활발해집니다.
ⓒ photo-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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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벌에 쏘여 사망하는 사고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소방청 통계를 보면 매년 10~20명 정도가 벌쏘임 사고로 사망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12명이 벌에 쏘여 사망했습니다.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60~70여 명이 벌에 쏘인 후 알레르기 반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벌집 제거는 14만7000여 건으로, 전체 생활안전 출동 중 37%를 차지할 정도로 많습니다. 벌쏘임 관련 사고를 월별로 분석해 보면 기온이 상승하는 7월부터 벌집 내 일벌 개체수가 증가하므로 10월까지 벌집제거 출동의 88%이상(2018년 기준)이 집중되고 벌쏘임 사고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꿀벌과 말벌은 달라

일반적으로 꿀벌에 쏘이는 것과 말벌에 쏘이는 것은 비교적 유사하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꿀벌의 경우 침을 쏠 때 한번만 쏘고 죽습니다. 즉 꿀벌의 가시가 꿀벌의 몸에서 빠져나가 벌침이 공격대상의 몸에 꽂하는 것이죠. 그러나 말벌의 경우 벌침이 몸에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공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꿀벌에 쏘이는 경우, 가능한 한 빨리 벌침을 제거해야 합니다. 벌침을 제거하지 않는 경우에는 벌침에 남은 독주머니가 계속해서 독을 내뿜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벌침을 제거하면 독소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꿀벌에 쏘인 경우 신용 카드와 같이 끝이 무딘 물건을 사용하여 벌 쏘인 부위 전체를 부드럽게 긁어내는 것이 벌침을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때 너무 세게 긁거나 누르는 경우, 또는 손으로 쥐어 짜는 경우 오히려 독주머니를 터트리게 되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반면, 말벌에 쏘인 경우에는 말벌의 벌침이 말벌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소독을 한 후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말벌의 경우 한번만 쏘이지 않고, 비교적 여러번 쏘이기 때문에 증상은 꿀벌에 쏘일 때 보다 더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집 근처에서 말벌집을 발견하게 되면 제거하려 하지 말고 119에 신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집 근처에서 말벌집을 발견하게 되면 제거하려 하지 말고 119에 신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소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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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 반드시 구급차를 불러야

대부분 벌에 쏘인 경우 국소부위가 붓거나 통증이 발생하는 등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상처부위를 깨끗이 씻은 후 얼음 찜질을 해서 붓기와 통증을 경감시키거나, 항히스타민제를 경구 투여하거나 항생제가 포함된 스테로이드 크림 등을 바르면 가려움과 감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정도의 조치만으로도 큰 문제 없이 회복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게 발생을 합니다. 이유는 바로 아나필락시스 쇼크 때문인데,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급성 알레르기반응의 일종입니다. 이전에 한번 노출된 경험이 있는 벌독(항원)이 몸에 들어오면 우리 몸에서 항원을 감시하는 세포들이 과민하게 반응하는데, 이때 우리 몸에서 벌독에 대응하기 위한 항체가 과다하게 생기는 것이 원인이 되어 쇼크로 발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환자의 경우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되어 혈압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어지럽거나 두통이 있다는 표현을 하며 심한 경우 의식이 저하됩니다. 또한 몸 전체에 두드러기나 부종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목이 붓게 되면 기도가 좁아져 호흡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응급상황이 될 수 있고, 이 경우 호흡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쇼크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두드러기가 과하게 발생 하는 등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악화되는 반응이 보이면 지체하지 말고 119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병원이 근처에 있다면 응급실에 빨리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쇼크 증상은 에피네프린이라는 구급약을 써야만, 혈압이 상승하고 부종을 감소시켜 기도가 확보되어 응급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쇼크 증상이 발생하여 119에 도움을 요청할 때는 반드시 벌에 쏘인 후 증상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구급대원이 도착후 지체하지 않고 에피네프린 주사를 놓는 등의 응급처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벌에 쏘인 후 환자의 몸에 두드러기가 많이 발생하고 의식이 떨어지게 되면 당황하기 쉽습니다. 119에 신고하고 기다리면서 보호자는 환자를 그늘진 곳으로 옮기고, 다리를 위로 올려주는 자세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만 해도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증상
호흡기 : 삼키거나 말하기 힘듬, 호흡곤란
심장혈관계 : 실신, 요실금, 혈압저하
피부 : 입속 및 귀속의 따끔거림, 입술 구강부종, 가려움, 두드러기
소화기 : 구역, 설사, 복통, 구토
전신 및 신경 : 의식소실, 금속 맛, 부종, 불안감
 
벌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


보통 말벌집을 건드렸을 경우 즉시 엎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벌집을 건드린 경우 말벌은 흥분 상태로 무차별 공격을 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그 자리를 10m이상 신속히 벗어나야 합니다. 꿀벌과 말벌은 생각보다는 천천히 날아 다니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 10~20m정도 빠른 속도로 뛰어 도망가는 것만으로도 벌들을 따돌릴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말벌의 경우 밝은 색깔보다 검고 어두운 색에 더 공격성을 보이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하며, 향이 강한 향수 또는 헤어 스프레이는 벌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벌초 등을 갈 때 지나치게 향이 강한 것을 몸에 뿌리면 공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벌들의 활동이 많아지는 요즘같은 계절에는 벌들이 많은 지역을 방문하기 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소방청
경북소방본부
MSD 매뉴얼


태그:#벌쏘임 사고, #아나필락시스, #아나필락시스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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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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