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뛰어난 공수조화를 과시하며 롯데에 대승을 거뒀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7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7안타를 터트리며 16-4로 대승을 거뒀다. 롯데와의 울산 2연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한 키움은 이날 한화에 5-7로 역전패를 당한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리며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63승43패).

키움의 4번타자 박병호는 5회 롯데 선발 브록 다익손에게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이승엽, 최형우(KIA 타이거즈)에 이어 KBO리그 통산 3번째로 6년 연속 20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현재 키움은 6월까지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6승을 올리던 안우진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해 있다. 그럼에도 키움이 안우진의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이유는 올 시즌 3경기에서 3승을 올리고 있는 2년 차 선발 김선기의 '깜짝활약'이 있기 때문이다.
 
역투하는 키움 히어로즈 김선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해외 유턴파 우완 정통파 투수 김선기(28)가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했다.

김선기는 2019년 7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홈경기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등판해 5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 역투하는 키움 히어로즈 김선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해외 유턴파 우완 정통파 투수 김선기(28)가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했다. 김선기는 2019년 7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홈경기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등판해 5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다 지난해 완성된 히어로즈의 토종 선발진

키움은 작년 시즌 최원태와 제이크 브리검, 한현희까지 3명의 10승 투수를 배출했다. 2016년에는 사이드암 신재영이 15승을 따내며 신인왕에 등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히어로즈가 지금처럼 넉넉한 선발진을 자랑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오히려 히어로즈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심각할 정도로 토종 선발진이 부족했던 팀이었다.

2008년 현대 유니콘스 선수들을 주축으로 창단한 히어로즈는 초기 장원삼(LG트윈스)과 이현승(두산 베어스), 마일영(한화 불펜코치) 등 좌완 투수들을 위주로 근근이 선발진을 꾸려 나갔다. 하지만 히어로즈를 이끌던 좌완 3인방이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트레이드를 통해 차례로 팀을 떠나면서 히어로즈의 토종 선발진은 급격히 약해졌다. 실제로 2011년에는 5승의 문성현과 이보근이 히어로즈의 토종 최다승 투수였다.

무너져 가던 히어로즈의 선발진을 살린 선수는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키움 투수코치)와 앤디 밴 헤켄이었다. 2012년 27승을 합작한 넥센의 외국인 원투펀치는 2013년에도 나란히 12승을 올리며 히어로즈를 창단 첫 가을야구로 견인했다. 히어로즈는 2014년 나이트가 헨리 소사(SK 와이번스)로, 2015년에는 다시 라이언 피어밴드(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외국인 원투펀치에 의존하는 팀 색깔은 변하지 않았다.

2015년 한현희가 선발로 전향하고 2016년 신재영이라는 깜짝스타가 등장하면서 토종 선발투수를 발굴하기 시작한 히어로즈는 2017년 최원태라는 특급 유망주가 11승을 따내며 잠재력을 폭발했다. 그리고 작년 시즌 가을야구를 통해 강속구 투수 안우진과 김세현(KIA) 트레이드 때 영입한 좌완 유망주 이승호를 발굴하며 풍부한 선발진을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장정석 감독은 올 시즌 외국인 원투펀치 브리검과 에릭 요키시를 주축으로 부상에서 탈출한 최원태, 그리고 두 유망주 안우진과 이승호로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했다. 시즌 초까지만 해도 조상우와 오주원의 활약을 담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두 번이나 10승을 따낸 적이 있는 한현희를 불펜으로 돌렸다. 시즌 초까지만 해도 키움의 선발 후보에서 루키 시즌 1패1홀드 평균자책점7.94를 기록했던 2년 차 우완 김선기의 이름은 자주 언급되지 않았다. 

안우진 부상 틈 타 선발진 합류, 3경기 18이닝2실점 쾌투

김선기는 청주 세광고 출신으로 2009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충청북도 출신으로는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한 최초의 선수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미국에 진출했던 1989~1991년생 선수들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김선기 역시 미국 무대에서 순조롭게 성장하지 못했다. 결국 김선기는 메이저리그는커녕 더블A 무대조차 제대로 밟아보지 못한 채 2014 시즌이 끝난 후 시애틀에서 방출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선기는 KBO리그 진출을 노리는 여느 해외파 선수들처럼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야 했고 2015년 말 상무 야구단에 입단했다. 상무에서의 첫 시즌 29경기에 등판해 6승2패1홀드5.82를 기록한 김선기는 2017년 19경기에서 5승6패4.08을 기록하며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차지명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상위 지명 후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김선기는 1라운드 8순위로 히어로즈에 지명됐다.

순수 신인들에 비해 나이가 많고 국내 구단 입단 시 계약금을 받을 수 없는 해외파 선수들은 입단 첫 시즌부터 좋은 성적을 낼 필요가 있다. 김선기 역시 작년 시즌 히어로즈 마운드의 다크호스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입단 첫 시즌 1군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결국 김선기는 올 시즌 연봉이 3000만 원으로 고작 300만 원이 오르는 데 그쳤고 올 시즌에도 어깨 부위의 염증으로 김동준과의 롱릴리프 경쟁에서 밀렸다.

하지만 부상에서 회복된 김선기는 7월 중순부터 키움의 선발진에 합류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호투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첫 경기였던 7월 16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이닝, 31일 LG전에서 6이닝을 소화한 김선기는 7일 롯데전에서도 7이닝을 던지며 착실히 소화 이닝을 늘려 가고 있다. 올 시즌 18이닝 동안 .175의 피안타율로 단 2점만을 내준 김선기는 3경기에서 3승 1.00으로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장정석 감독은 이르면 8월 중순 복귀가 예정된 안우진을 불펜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안우진이 작년처럼 가을야구에서 불펜 투수로 활약해 준다면 키움은 안우진, 김상수, 한현희, 조상우, 오주원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불펜진을 가동할 수 있다. 그리고 장정석 감독의 이런 가을야구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것은 키움 선발진의 비밀병기로 떠오른 김선기의 '깜짝 활약'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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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김선기 해외파 안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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