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시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다큐 시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EBS


지금은 쉬지 않고 기술 개발이 이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기술의 발전은 산업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의 가까운 영역까지 파고들었다. 스마트 기기로 TV, 에어컨, 공기청정기, 가습기, 조명, 세탁 등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의 시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사회가 모두를 풍요롭게 만든 건 아니다. 디지털로의 전환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변화를 좇아오지 못하는 고령층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8월 1일 EBS에서 방송한 <다큐 시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편은 기술 발전의 이면 너머에 있는 '디지털 소외 계층'의 한숨을 다뤘다. 프로그램은 디지털로 인해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끼는 노인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묻는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한다.

무인주문기 사용이 난감한 사람들
 
 <다큐 시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다큐 시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EBS


제작진은 이분남씨(77)와 동행하며 종이통장, 매표소, 영수증 같은 익숙한 것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스마트폰, 무인시스템, 셀프계산대가 자리를 대신하는 오늘날을 목격한다. 줄곧 은행직원에게 종이통장을 맡기는 형태로 금융거래를 하던 이분남씨는 생애 처음으로 은행 자동화기기 사용에 도전한다. 처음엔 다소 낯설어했지만, 결국 멋지게 성공한다.

다음으론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인주문기로 햄버거 세트 구입하기를 시도한다. 그러나 무인시스템 앞에서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 몰라 망설인다. 그에게는 화면 속 작은 글씨도 깨알 같다. 이어 계산하려는데 어디에 카드를 넣어야 하나 허둥댄다.

이분남씨의 즐거움 중 하나는 홈쇼핑 채널 보기다. 그런데 홈쇼핑을 보며 전화로 주문하기는 가능하나, 스마트폰으로 홈쇼핑앱을 이용하는 건 엄두도 못 낸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하면 주어지는 각종 혜택이나 할인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분남씨처럼 우리나라엔 무인주문기 같은 디지털 시스템을 이용하기 어려워하는 '디지털 소외 계층'이 많다. 2018년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을 100으로 보았을 때, 70대 이상의 디지털정보화활용 수준은 42.4%에 불과하다. 노인들에게 공인인증서, 백업, 업데이트 등 디지털의 장벽이 높을 따름이다.

기술 혁신, 인력 절감 위해 보급되는 무인기기... 노인들은?
 
 <다큐 시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다큐 시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EBS


열차 안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소외 현상은 한층 심각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기차 안 풍경을 완전히 바꾸었다. 젊은이들은 좌석에 앉아서 가고 입석은 노인들의 몫이 되었다. 젊은 세대는 5분이면 온라인으로 기차표를 예매하는 편리함을 만끽한다. 반면에 디지털 사용에 서툰 어르신들은 매번 자식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것조차 힘들 땐 현장에서 표를 사는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무인시스템의 시장규모는 현재 약 25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10년 전과 비교하여 무려 4배 이상 성장했다. 이미 은행이나 외식 외에도 마트, 병원, 영화관 등 사회 전반에서 디지털 무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매장이 기술 혁신과 인력 절감 앞세우며 무인시스템으로 바뀌는 건 시간문제다.
 
 <다큐 시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다큐 시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EBS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다큐에서는 디지털 기기를 배우기 위해 스스로 부딪힌 서두남씨(65)의 사례를 살펴본다. 과거 컴맹이었던 서두남씨는 언니의 권유로 컴퓨터 배우기에 나서며 디지털과 친해졌다. 지금은 닐넘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동영상도 편집할 정도로 컴퓨터를 다루는 데 능숙하다. '컴맹'에서 벗어나자 용기를 얻어 각종 수료증과 자격증을 땄다. 현재 환경감시단에서 드론으로 낙동강 녹조 상태를 조사하고, 복지관에서 스마트폰 활용 강사로도 활동하는 중이다.

제작진은 서두남씨를 통해 스스로의 변화와 사회의 배려를 동시에 언급한다. 먼저, 어르신들은 그저 디지털을 어려운 존재라 여겨지 말아야 한다. 서두남씨처럼 끈기를 갖고 부딪혀야 한다. 70대라도 디지털 기기를 잘 활용하면 40~50대처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어렵더라도 사용법을 잘 익히면 이후 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세상의 바깥이 아닌, 중심으로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기에 소외감도 줄어들게 된다.

더불어 사회 시스템은 노인들이 디지털 문맹을 극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흘러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 디지털 소외 문제는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라 전망한다. 그 전까진 과도기적 상황에 놓인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민관정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기차표 예매 같은 공공서비스는 노인 할당제를 시행하여 편리함을 나눠야 한다.

디지털 포용을 하는 나라가 곧 '노인을 위한 나라'
 
 <다큐 시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다큐 시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EBS


요즘 가까운 지역복지관에선 어르신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활용 교육, 무인계산대 교육, 드론 교육 등 다양한 디지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의 확대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나 현실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정보격차해소지원 사업을 주관하는 과학기술정통부의 2019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정보격차해소지원 예산은 지난해 124억 1300만 원에서 올해 113억 6500만 원으로 8.4%가 감소했다. 사업의 중요도에서 밀린 것이다. 국비의 감소로 인하여 시, 군에서 운영하는 정보화 교육도 덩달아 위축된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는 디지털 격차가 세대 갈등으로 이어진다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많은 이가 골고루 스마트 세상의 혜택을 누리게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우리 모두의 배려심이다. 노인의 문제를 우리 자신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 언젠가 젊은이도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디지털 포용을 하는 나라가 곧 노인을 위한 나라다.
다큐시선 EBS 디지털소외계층 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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