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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이여, 피해자 말고 가해자를 때려라
ⓒ pixabay 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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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뱀이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다." 

한 기자가 배우 강지환의 성범죄 피해 여성에게 묻는다. "일부 대중이 제기하는 이른바 '꽃뱀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여성이 답한다. "우리는 가해자와 갑을 관계에 있는 20대 여성들로서 업무의 연장선상인 회식에 참여했다가 이런 피해를 당했다. 우리는 꽃뱀이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다."

성범죄 피해 여성이 피해를 입고 며칠 되지 않아 수사 기관도 아닌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자신을 '꽃뱀이 아닌 피해자'라고 주장해야 하는 현실. 2019년 한국에서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꽃뱀론'이라는 프레임에 의해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피해자가 합의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꽃뱀'이라고 비난하는 가해 또한 여전하다. 최악의 경우 '너는 꽃뱀이니 역고소하겠다'는 가해자의 협박 때문에 피해자가 성폭력 대처를 포기하기도 한다. 

지난달 30일에는 한 뮤지컬 배우가 2017년 성범죄를 저지른 뒤 피해 여성을 '꽃뱀'으로 몰고 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배우는 종업원 신분인 피해자를 두고 "누가 너 같은 여자 말을 믿겠느냐"고 했다. 그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미성년자 역시 '꽃뱀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5월, 17살의 지적장애 청소년을 성폭행한 목사와 그 부인은 피해 아동을 '꽃뱀'이라며 무고로 고소했다. 그는 17살의 청소년이 자신을 먼저 유혹했다는 논리를 폈다. 법원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거나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한 적이 없다"며 목사에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몇몇 법무법인은 대놓고 '성범죄대응팀' 등을 만들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고 고소를 부추긴다. 한 법무법인의 홍보 게시글에는 '꽃뱀사건'이나 '꽃뱀사기를 조심'하라며 성범죄 사건을 경험한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와 상담하라는 말이 적혀있다.

가해자에 의한 무고 고소, 대부분 불기소 처리돼

2018년 미투 운동이 번지면서 성폭력 무고 고소 또한 22%로 크게 증가했다. 2018년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성폭력 사건 종결시까지 성폭력 무고 사건의 진행을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대검찰청도 성폭력 수사 매뉴얼을 개정했다. 무고죄 고소가 많이 남발되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고죄 수사가 진행되면 피해자는 순식간에 피의자가 돼 법정 대리인 등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런 와중에 무고죄와 관련해 최초로 유의미한 통계가 등장했다. 지난 7월 19일 대검찰청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성폭력 무고의 젠더분석과 성폭력 범죄 분류의 새로운 범주화' 포럼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에 의한 무고 고소는 대부분 불기소(84.1%) 처리 됐다. 유죄 선고 사례는 6.4%에 불과했다. 통계를 분석한 연구자 중 한 명인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체 범죄에 비해 성폭력 무고죄의 무죄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즉,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에 의해 무고가 인지돼 무고죄 수사를 거치는 것 외에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무고 고소를 해 실제 유죄로 증명되는 경우는 100건 중 6건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간 성폭력 무혐의 통계가 마치 무고죄 통계처럼 인용되거나 전체 무고 사건이 성폭력 무고 사건 통계인양 제시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폭력 무고가 전체 무고 사건의 40%'라는 근거 없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앞으로 더 유의미하고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기 위한 과제가 남았다. 특히 검찰업무 시스템 통계는 통계 산출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검찰에 접수·처리하는 사건을 관리하는 도구로 쓰여 빈틈이 많다. 한윤경 대검 형사 2과장은 포럼에서 성폭력 통계 재정비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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