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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노동자가 업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갈수록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시대적 배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주된 원인으로는 그 안에서 지금껏 고객과 노동자의 관계를 수직적으로 만듦으로써 이윤을 창출해온 기업의 판매 전략을 꼽을 수 있다. 갑질이라는 단어의 유행이 이 수직적 노동관계를 가장 잘 반영한다.

이런 맥락에서 감정노동이라는 말 역시 빠르게 사회화되었다. 이 말은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감정과 관련된 다양한 상황을 설명하는 언어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 노동자들이 업무를 수행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감정노동과 그 중 '진상 고객'으로 인한 감정적 손상, 그리고 직장 내의 상사가 성과 달성이나 조직관리를 목표로 부하직원들을 감정적으로 압박하는 것 등등 이 모든 경우가 노동자의 감정과 연관된 문제이지만, 모두 다 동일한 원인에서 비롯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한 식당 노동자가 자신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을 숨긴 채로 사장님이 원하는 표정과 말투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그리고 잠시 뒤 한 손님이 이 노동자에게 서빙한 음식이 식었다며 노발대발 폭언을 했다. 그러자 사장이 이 노동자를 주방으로 불러 돈 받고 일하는 주제에 빨리 빨리 서빙을 못 한다고 윽박을 질렀다.

이 세 가지 경우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식당 노동자의 감정을 훼손하거나 소진 시키는 상황이지만, 결코 같은 문제가 아니다. 어떤 관계 속에서 발생한 문제인지에 따라서 원인이 다르며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도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직종과 상황의 차이를 염두에 두면서 노동과정 안의 감정 문제들을 살펴볼 때만, 우리가 원하는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감정노동은 복잡다단한 노동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감정노동의 다양한 결을 고려한다면, 직무스트레스와 감정노동을 동일한 것으로 다룰 순 없다. 일하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감정이 노동과정에서 주요한 이윤창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층위에 놓여있다.
 감정노동은 복잡다단한 노동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감정노동의 다양한 결을 고려한다면, 직무스트레스와 감정노동을 동일한 것으로 다룰 순 없다. 일하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감정이 노동과정에서 주요한 이윤창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층위에 놓여있다.
ⓒ SBS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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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과 직무스트레스, 별도의 교육으로 다뤄야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안전보건공단의 '감정노동 및 직무스트레스 관리 교육'을 수강했다. 2박 3일에 걸친 안전보건공단 교육은 여러 가지 수업으로 이루어졌다. 직무 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사회적 배경과 원인을 짚어내는 것은 교대제, 장시간노동과 같은 노동조건이 노동자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의 사례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 도구' 등의 실습을 통해서 어떻게 조직이 노동자들의 업무스트레스를 조사하고 정량화 할 수 있는지 배웠다.

이러한 수업들이 일터의 감정 문제에 대한 조직적인 접근 방안이라면, 한편에서 노동자의 감정에 대해 개인적 측면으로 접근하는 방안들이 있었다. 이런 종류의 수업으로는 MBTI 검사와 MBTI 성격 유형별 특성에 대한 탐구, 그에 대한 조별 토론, 그리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 교육' 등이 있었다. 그야말로 일터에서 발생하는 노동자의 감정문제를 개인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인 것이다.

위의 교육 기획에 대해 첫 번째로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감정노동과 직무스트레스 교육이 명칭상으로든 교육 과정상으로든 혼재되면서 수강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일터에서 발생하는 '노동자의 감정 문제'의 유형은 그것이 어떤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지에 따라서 각기 다르다. 공단 역시 '감정노동'을 '고객을 대면하는 업무'에 한정하여 설명한다.

감정노동이란, 서비스업이나 사회복지 등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업무가 주되게 이루어지는 직종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지칭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정노동과 직무스트레스라는 언뜻 유사해 보이는 주제를 잘 구별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수강 과목들의 이름은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기술'을 제외하고는 모두 직무스트레스와 관련되어 있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 교육을 들으면서 이루어진 질문과 토론은 직장상사에 의한 일터 괴롭힘부터 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 사내 분위기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 문제, 실제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서비스 업종의 문제 등등이 모두 뒤섞여서 '감정노동'의 문제로 이야기되었다. 이 수강생들이 자신이 속한 기업이나 조직으로 돌아갔을 때, 그곳의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문제의 원인이 정확히 진단되고, 원인에 대한 해결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까?

감정노동의 개인적 해결방안에 반대한다

두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교육 구성의 절반 이상이 감정노동·직무스트레스에 대해서 개인적·심리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일터에서 벌어지는 노동자의 감정 문제를 이렇게 개인화했을 때는 조직이 어떻게 일터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의 내용이 빠져버린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감정노동이 시급한 문제로 다루어질수록, 문제적이라고 쉽게 이야기될수록, 오히려 원인에 대한 해결책이 요원해진다. 대표적인 해결방안으로 몇몇 기업에서 실제 실시하고 있는 감정노동 수당이나 감정노동 휴가가 있다. 문제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채, 적절한 보상을 통해 문제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노동자'의 '감정'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니, 그가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고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일정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정확히 이러한 관점 속에 공단 교육을 통해 실습한 MBTI 성격유형 검사, 그리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 수업이 있다. 노동자가 자신의 성격의 장단점을 알고, 조직 안에서 다른 팀원들의 성격 유형을 알고 있다면, 또 의사소통을 기술적으로 원활히 한다면 일터의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그러나 일터의 감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동자가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일정 시간과 보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혹은 나와 내 주변 동료들의 성격의 장단점을 미리 파악한다면, 의사소통을 잘한다면, 일터 괴롭힘·감정노동·감정소진·부하와 같은 노동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

특히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기술 수업은 노동안전에 대한 공단의 입장이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했다. 강사는 건설현장에서 위태롭게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어떻게 느끼는지 물어보았다. 수강생들이 '위험해 보인다.', '불안하다.' 라고 대답을 하자. 강사는 같은 사진을 보아도 아이들은 재밌어 보인다고 말하고 어른들은 위험하다고 대답한다, 즉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 생각에 따라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것은 사실은 자신이 힘든 것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전보건 문제를 사회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안전보건공단의 교육 사업에서 일터에서의 노동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교육을 한다는 것은 그 취지와 역할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안전보건 문제를 사회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안전보건공단의 교육 사업에서 일터에서의 노동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교육을 한다는 것은 그 취지와 역할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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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에 대한 강사의 심각한 인식 부족도 그 자체로 문제이지만, 이 대목을 통해 우리는 문제를 개인화하는 관점이 왜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일터괴롭힘, 감정노동 등은 모두 일터 안의 권력을 매개로 벌어진다. 그래서 일터의 권력이 위계를 따라서 누군가를 향한 폭력이 되지 않도록 전반적인 조직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고, 필요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교육은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반대로 바꿔 버린다. 얼마나 잘 의사소통할 수 있는가, 어떻게 노동자들이 서로의 성격을 이해함으로써 갈등을 줄일 수 있는가의 문제로 전환해버리는 것이다. 즉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개인의 태도와 노력의 문제이자 사람 사이의 관계 문제로 치환한다.

그러나 일터에서 노동자가 느끼는 감정은 노동자 개인의 것일까? 감정은 그것을 느끼는 개인에게 내재적인 것이 아니라 외부, 특히 사회 안에서 다양한 관계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상호작용은 일터라는 장소 안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손님을 보면 기쁘게 웃으면서 응대를 해야 한다거나 상사의 지시를 진지하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따위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일터 안에서의 관계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미 정리해고나 성과 달성을 목표로 '괴롭힘'이 조직을 관리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사례들을 잘 알고 있다.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은 분명 노동자라는 개인이다. 하지만 이렇게 조직적인 차원에서 '괴롭힘'이 이루어지거나 특정한 감정을 통해 업무 독려 등이 이루어진다면, 이미 우리는 노동자의 감정 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다. 일터의 다양한 감정 문제들을 일터 전체의 문제로, 조직적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야만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터의 감정 문제들을 개인화하면서 노동자 개인의 감정을 관리하려는 해결방안에 반대하며, 공단의 '감정노동 및 직무스트레스 관리' 교육을 비판한다. 관리가 필요한 것은 노동자의 감정이 아니라 일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단은 이 문제에 대한 개인적 접근 방안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 교육·각종 매뉴얼 만들기·서비스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보장 등을 더 고민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성을 보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산업안전보건교육원 교육 프로그램 참가 후기를 기획연재합니다. 네 번째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지안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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