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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돌 판매 사이트 캡처
 한 리얼돌 판매 사이트 캡처
ⓒ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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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관련 논란이 거세지면서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의 참여 인원이 2일 오후 23만 명을 돌파했다. 여러 여성들은 '리얼돌'의 수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다.

"내 얼굴이 '리얼돌'이 되면 어떡하나"
 
'리얼돌'은 인간의 신체를 그대로 모사한 성인용품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여성의 입술과 가슴, 성기 등을 세밀하게 재현해 만들어진 전신 인형이 일반적이다. 가격은 저렴하게는 몇십만 원부터 몇백만 원까지 그 수가 다양하다. 남성 '리얼돌'도 제작되지만 여성에 비해 그 수가 많지 않다.

'리얼돌'과 관련된 논란은 대법원이 지난 6월 27일 성인용품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았으나 한 성인용품 판매 대행 업체가 '실제 사람과 똑같이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홍보에 나서자 논란에 불이 붙었다.

한 대행 업체는 "원하는 얼굴을 한 리얼돌을 제작해줄 수 있다"며 "갖고 있는 (지인 및 연예인의) 사진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여성의 가슴과 성기 모양, 점이나 모반을 맞춤 제작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린 게시자는 "한국에선 실제로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과 음란사진을 합성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얼굴이 리얼돌이 된다면 정신적 충격은 누가 책임져 주나?"라고 물었다.

현재 이 청원은 많은 공감을 얻어 참여인원이 23만 명까지 늘었다. 청원 마감이 5일 뒤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앞으로 청원 참여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 청원에 참여했다는 한 여성은 "여성의 신체를 그대로 모방하고 그 중에서도 가슴과 음부만 유독 부각한 리얼돌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청원 동의를 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 판결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
  
이번 '리얼돌' 관련 대법원 판결은 2017년 한 성인용품 수입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데서 시작됐다. 인천세관이 '리얼돌'을 두고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면서 수입을 보류 처분하자 성인용품 수입업체가 소송을 건 것이다.

2018년 9월 1심 재판부는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했을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면서 '리얼돌'을 '음란물'로 판단하고 인천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정반대로 '리얼돌'을 '성기구'라고 해석했다. 2심 재판부는 "성기구는 성적인 내용을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일반적인 음란물과는 달리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다"라며 "개인이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라고 결론내렸다.

'리얼돌'과 관련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 국감 당시 열린우리당 노현송 의원은 직접 국감에 리얼돌을 갖고 나와 "최근 경기 지방을 중심으로 성인 인형을 이용한 신종 성매매가 생겨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2000년대 중반 당시에는 '리얼돌'이 국내 반입 금지 품목이었으나 '인형방'이라는 변종 성매매 업소가 성행하기도 했다.

여성단체 "'리얼돌'은 여성혐오와 맞닿아 있어"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 청원의 참여인원이 지난달 31일 20만 명을 돌파했다.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 청원의 참여인원이 지난달 31일 20만 명을 돌파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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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이 어떠한 규제 없이 바로 수입될 경우 여성들이 우려한 대로 동의하지 않은 커스텀 제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이렇다 할 논의 없이 바로 '리얼돌'의 수입이 가능해질 경우 사회적인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원에서 성인용품점 '피우다'를 운영하고 있는 강혜영 대표는 "제품 자체를 무분별하게 수입하는 건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강 대표는 "요즘 성인용품에 대한 사람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긴 했지만 리얼돌에 대한 규제 없이 논의가 깊어지기 전에 수입되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여성단체들 역시 '리얼돌'의 수입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오는 8일 "'리얼돌'을 둘러싼 문제와 고민을 나누"기 위한 집담회를 열기로 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서승희 부대표는 "지인이나 내가 아는 연예인이 '리얼돌'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면서도 "그렇지만 커스텀 제작이 아니라고 해서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 부대표는 "'리얼돌' 자체가 여성혐오와 직결되는 물건"이라며 "'리얼돌'이 어떤 여성으로든 치환 가능하다는 점, 여성이 인격체로서 존재하기보다 성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물건으로서 대체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서 부대표는 "'리얼돌' 후기를 보면 ''탈김치녀'하고 리얼돌 사자'는 말이 많이 나온다. '김치녀들'에게 매달리지 말고 몇백만 원 주고 리얼돌을 사면 만족스럽게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라며 "이는 여성을 원하지만 가질 수 없을 때 여성을 미워하고 혐오하고 평가절하하는 여성혐오의 맥락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페미니스트들 "섹스로봇 여성에 대한 폭력 강화할 것"

외국에서도 '리얼돌'과 '섹스로봇'에 관련해서 아직 논란이 분분하다. 스웨덴의 페미니스트 단체 '위민스 로비' 등은 지난 2월 "섹스로봇은 남성들이 원하는 것에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섹스로봇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2015년부터 '섹스로봇'을 반대해온 영국 드몽포르 대학의 캐슬린 리처드슨 교수는 "성적 욕구 충족만을 위해 고안된 섹스로봇이 인간관계에서 육체적인 것 외에는 필요 없다는 관점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성'관계' 역시 한 인간과 인간이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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