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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도 항일운동을 기념한 조형물. 완도 소안도는 항일의 섬, 해방의 섬으로 통한다. 우리 사회에서 마땅히 예우 받아야 할 섬이다.
 소안도 항일운동을 기념한 조형물. 완도 소안도는 항일의 섬, 해방의 섬으로 통한다. 우리 사회에서 마땅히 예우 받아야 할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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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논쟁이 뜨겁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친일파 낙인찍기 경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상대를 향해 '왜구' '토착왜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서로 손가락질을 한다. '기해왜란'으로도 불리는 일본정부의 수입규제 조치 이후 우리 국민들의 반일감정에 기대고 있다. 국민과 정부, 정치권이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에, 서로 삿대질을 하며 핏대를 세운다.

그 논쟁의 한복판이라도 서 있는 듯, 바다에 안개가 짙게 깔렸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날씨까지도 흐리고 개다를 되풀이한다.

우리 국민들로부터 예우를 받아야 할 섬, 완도 소안도로 가는 길이다. 소안도는 전라남도 완도군 완도읍 화흥포항에서 뱃길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보길도와 노화도, 청산도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완도 화흥포와 소안도를 오가는 민국호. '항일의 섬' 소안도를 오가는 배의 이름이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로 붙여져 있다.
 완도 화흥포와 소안도를 오가는 민국호. "항일의 섬" 소안도를 오가는 배의 이름이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로 붙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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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항에 세워져 있는 소안도 표지석. 항일의 섬, 해방의 섬이라고 새겨져 있다.
 소안항에 세워져 있는 소안도 표지석. 항일의 섬, 해방의 섬이라고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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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호를 타고 들어가 소안항에 내렸다.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소안도는 항일의 섬이다. 화흥포와 소안도를 오가는 여객선도 대한민국만세, '대한호'와 '민국호' '만세호'로 이름 붙여져 있다.

소안도는 일제에 의해 불령선인(不逞鮮人)으로 분류된 사람이 800여 명이나 됐다. 일제는 자기네 말을 따르지 않는 한국사람을 '불온하고 불량한 조선사람'이라며 그렇게 불렀다.

지금은 우리 정부로부터 애국지사, 독립운동 지도자로 인정받은 사람이 89명, 그 가운데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20명에 이른다. 섬주민들이 1년 365일 집집마다, 길거리마다 태극기를 내걸고 있는 이유다.
  
태극기가 내걸려 있는 소안도의 민가. 소안도는 1년 365일 집집마다 태극기를 내걸고 있다.
 태극기가 내걸려 있는 소안도의 민가. 소안도는 1년 365일 집집마다 태극기를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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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와 함께 어우러진 소안도 항일운동기념탑과 기념관 전경. 전라남도 완도군 소안면 가학리에 자리하고 있다.
 태극기와 함께 어우러진 소안도 항일운동기념탑과 기념관 전경. 전라남도 완도군 소안면 가학리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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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도의 항일 역사는 등대 습격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9년 섬사람들이 자지도(현재 당사도) 등대를 습격, 일본인 간수를 처단했다. 일본이 우리의 수산물과 쌀·면화 등을 수탈해 갈 목적으로 세운 자지도등대를 습격, 등대를 지키고 있던 일본인 4명을 죽이고 등대를 부숴버렸다.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일본에 빼앗긴 한일병합(1910. 8. 29) 이후 소안도의 항일운동은 더욱 활발했다. 1909년부터 1921년까지 13년 동안 친일파 이기용에게 넘어간 토지소유권의 반환을 요구하는 지난한 투쟁을 벌여 승리했다.

사립 소안학교 설립과 강제 폐교 조치에도 정면으로 맞섰다. 1921년 토지반환 소송에서 승소한 주민들은 사립 소안학교 설립을 결의하고 설립기금 1만454원을 모았다. 현 시세로 1억 원이 넘는 돈이다. 배움만이 살길이고, 항일의 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주민들은 이 기금으로 1923년 사립 소안학교를 세웠다.
  
소안항일운동기념탑과 나란히 세워져 있는 옛 소안학교 건물. 소안학교는 항일운동 당시 소안도 주민들의 자부심이었다.
 소안항일운동기념탑과 나란히 세워져 있는 옛 소안학교 건물. 소안학교는 항일운동 당시 소안도 주민들의 자부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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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안학교를 그려볼 수 있는 전시물. 소안도항일운동기념관에서 만날 수 있다.
 옛 소안학교를 그려볼 수 있는 전시물. 소안도항일운동기념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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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학교는 일제에게 눈엣가시였다. 일제는 국경일에 일장기를 달지 않는다, 국상에도 조의를 표하는 상장(喪章)을 붙이지 않는다, 독립운동가를 양성한다는 등의 이유로 강제 폐교 조치를 단행했다.

정신적 지주였던 소안학교가 강제 폐교되자 섬주민들은 복교운동을 벌였다. 섬주민 1000가구 가운데 800가구가 참여했다. 일제 경찰로부터 보안감시 대상인 '불령선인'으로 불리며 온갖 감시와 고초를 겪었다.
  
소안도 항일운동을 이끌었던 송내호 선생의 묘. 묘비에 태극기 문양이 새겨져 있다.
 소안도 항일운동을 이끌었던 송내호 선생의 묘. 묘비에 태극기 문양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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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 소안도 포구 풍경. 포구는 여느 바닷가마을과 다름없이 호젓하다.
 크고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 소안도 포구 풍경. 포구는 여느 바닷가마을과 다름없이 호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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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갇혔습니다. 섬에 남은 사람들은 감옥에 간 동지들을 생각하면서 겨울에 이불을 덮지 않았어요. 아픔을 함께 하면서 차가운 방에서 지낸 겁니다. 한발 더 나아가서 일제에 부역한 사람들한테는 불씨를 나눠주지 않고, 경찰과는 말도 하지 않는다는 불언동맹도 실천했어요."

이대욱(65) 소안도항일운동기념사업회장의 말이다.

소안도의 항일정신을 엿볼 수 있는 항일운동기념탑과 기념관이 가학리에 있다. 섬사람들의 항일정신이 오롯이 밴 옛 소안학교가 있던 그 자리다. 기념관에는 정부로부터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20명의 흉상과 함께 독립운동가 69명의 존영이 모셔져 있다. 자지도등대 습격사건을 형상화한 조형물도 실감나게 만들어져 있다.
  
당사도등대 습격사건을 보여주는 조형물. 소안도항일운동기념관에 만들어져 있다.
 당사도등대 습격사건을 보여주는 조형물. 소안도항일운동기념관에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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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도 미라리의 몽돌해변. '항일의 섬' 소안도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 물놀이를 즐기려는 피서객들이 찾고 있다.
 소안도 미라리의 몽돌해변. "항일의 섬" 소안도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 물놀이를 즐기려는 피서객들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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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깊게 스며있는 항일정신 못지않게 소안도의 풍광도 빼어나다. 미라리와 맹선리의 상록수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갯돌해변과 어우러진 미라리 상록수림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생달나무, 동백나무, 해송 등 776그루로 이뤄져 있다. 면적이 1만6000㎡에 이른다.

맹선리에는 수령 200∼300년 된 후박나무 등 상록수 245그루가 해안선을 따라 방풍림을 형성하고 있다. 면적이 8500㎡에 이른다. 마을의 풍광을 아름답게, 돋보이게 해준다.

섬의 둘레길도 예쁘다. 대봉산 동쪽을 끼고 도는 북암과 비자리를 잇는 길이 멋스럽다. 오래 전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길이다. 아부산 정상과 거북바위로 가는 숲길도 좋다. 소안도 풍경과 함께 전복양식장이 바둑판처럼 깔린 주변 다도해가 발 아래로 펼쳐진다.
  
몽돌과 어우러진 소안도 미라리 상록수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귀한 숲과 해변이다.
 몽돌과 어우러진 소안도 미라리 상록수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귀한 숲과 해변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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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은 반성해야 할 일이고, 독립운동은 예우 받아야 할 일입니다. 친일잔재 청산은 이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이 단순한 진실이 정의이고, 정의가 바로 서는 것이 공정한 나라의 시작입니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했던 말이 귓전에서 맴돈다. 뼛속까지 항일정신이 배어있는 섬, 소안도에서의 여름날이다.
  
아부산 거북바위에서 내려다 본 소안도 풍경. 앞바다에 전복 양식장이 그림처럼 떠 있다.
 아부산 거북바위에서 내려다 본 소안도 풍경. 앞바다에 전복 양식장이 그림처럼 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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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립니다.


태그:#소안도, #항일의 섬, #소안항일운동기념탑, #불령선인, #가고싶은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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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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