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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역사적 어원과 배경을 떠나 기본적으로 이 말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몰랐던 것을 알고 이해하면 힘이 된다는, 곧 '변화'를 가능케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해, 우리는 일상 속에서 그간 관심 있던 것들, 혹은 알지 못했던 것들을 마주할 때마다 기쁨을 느낀다. 더 나아가 자기만족에서 그치지 않고, 내가 알게 된 것이 소속된 조직과 공동체,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의미 있는 것이 되길 바라며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 이를 위한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교육은 그중 하나다.

혹자는 교육은 결국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며 수단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터에선 '교육'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 그중에서도 박한 대접을 받는 게 바로 사업장 안전보건 교육이다. 노동자들에겐 지루하고 귀찮은 시간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31조에 따라 사업주는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정기적 안전·보건 교육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1년에 한 번만 받으면 되는 게 아니다. 채용할 때, 작업내용을 변경할 때,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에 노동자를 사용할 때 등 상황에 따라서 교육을 해야 한다. 업무 내용이 바뀌거나 특정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위험을 피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교육의 의미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실제 일을 하면서 교육에서 배운 것들이 도움이 되지 않거나, 아니면 교육을 받고도 규정을 지키지 않은 범법자 취급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안전보건 강사 '양성' 교육의 중요성

본인은 지난 5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 동안 산업안전보건공단(이하 공단)에서 2019년 상반기 '사업장 안전보건강사 자격 교육'을 받았다. 공단 교육 프로그램 중 가장 긴 시간을 투여해야 하는 교육이다. 산업안전보건교육원은 이 교육의 목적을 '노동자를 대상으로 안전보건 교육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안전보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도록 하여 필요로 하는 강의기법, 진행요령을 숙달케 하여 사업장 내 자율적인 안전보건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목적이 잘 달성되기 위해선 누구보다 자기 일터와 노동, 그에 관련된 위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직접 교육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것이 일하는 사람을 위한 작업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이런 목적과 효과를 두고 봤을 때, 사업장 안전보건강사를 양성하는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공단 역시 이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고, 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당 프로그램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각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 일하는 사람을 직접 만나 교육하는 사람을 교육하는 일은 법적 규제보다도 더 중요한 사항일 수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인식시켜줌으로써, 일상 속에서 안전보건문제를 해결해나갈 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 일하는 사람을 직접 만나 교육하는 사람을 교육하는 일은 법적 규제보다도 더 중요한 사항일 수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인식시켜줌으로써, 일상 속에서 안전보건문제를 해결해나갈 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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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남짓한 소규모 인원의 교육 참석자들은 자기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교육을 이미 하고 있거나 혹은 해야 하는 직접적 필요를 가진 이들이었다. 강의는 산업안전·보건 관련 사례, 산업안전·보건실무 그리고 강의기법과 진행요령을 중심으로 하는 교수계획 및 수립기법, 효과적 교수전략(이미지메이킹), PPT 작성법 등 내용적 측면과 기술적 측면이 함께 다뤄졌다. 강의를 듣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개인별로 강의안 작성과 5~6명으로 구성한 조별 강의 실습이 반복적으로 수행됐다.

마지막 날엔 산업안전보건교육원 담당 강사와 교육 참여자 앞에서 종합 발표까지 했다. 5일을 투여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았지만, 직접 공단에서 진행하는 사업장 안전보건 강사를 양성하는 교육에 참여해 보니 안전보건교육의 의미와 목적, 노동자에게 필요한 교육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이유는 공단에서 강조하는 사업장 안전보건 강사의 자격 요건을 짐작하게 하는 프로그램 구성과 실제 내용 때문이었다.

최근 산업안전보건공단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바로 슬로건의 변화다. '조심조심 코리아'식의 작업자 부주의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작업장 변화의 주체로 세우는 '안전은 권리입니다'를 선언했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원·하청, 국적, 성별을 불문하고 안전은 차별 없이 누려야 할 기본 권리. 사업주의 의무와 책임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안전한 일터를 요구하고 이를 위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강조했다.

안전보건 교육의 기본 관점, 노동환경-사회구조 살펴봐야

안전할 권리를 이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자가 수행하고 있는 노동 과정과 노동을 둘러싼 노동관계/환경, 사회구조적 원인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필요하다. 대다수 안전보건 교육에선 바로 이것을 생략한 채(혹은 은폐한 채) 노동자가 지켜야 할 안전규정을 나열하는 것에서 그친다. 그것이 기업의 비용을 절약해주는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교육이 당장에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측면에서 유용할지 몰라도, 정작 조직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해야 할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소는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지나쳐 버린 위험은 결국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일례로 직업병이나 사고가 발생하게 된 노동환경 요인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 최근 잠수부의 예방대책, 온열질환 예방대책, 과로사를 설명하며 '무리한 잠수 작업을 피할 것'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아픈 잠수부가 '왜' 무리하게 잠수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재했다. 온열질환이나 과로사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이 왜 더운 날씨에도 온열질환에 걸릴 정도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지, 한편에선 장시간 노동으로 일하다 뇌심혈관계질환 등으로 죽는지, 심지어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지 '원인'을 되묻는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직업병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 역시 개인이 건강관리를 알아서 잘하거나 혹은 조심히 일하는, 결국 '개인'이 주의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수준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일선에서 직접 교육해야 하는 담당자들이 안전할 권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소를 고려하지 않게 될 위험이 크다. 정작 안전보건 문제의 주요 지점을 놓친 채 강의기법, 이미지 메이킹, PPT 효과를 중심에 두고 교육을 진행한다면, 안전보건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긴 어려울 것이다.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한 안전보건 교육이 되어야

우리가 놓치지 말고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지점이 있다. 바로 '평등'의 관점에 기초한 교육 과정이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안전보건 영역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위험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일터와 사회의 위험이라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는 속도에 비해 안전보건 교육이 주로 다루는 내용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정책이나 제도든 모두에게 평등해야 한다. 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일터엔 나이, 성별, 학력, 국적, 인종, 장애, 성정체성/성지향성, 혼인, 임신 또는 출산 여부 등 다양한 조건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고용 형태, 직종, 직무, 직급 역시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노동자 건강(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한다. 혹은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묵인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다양한 조건들을 두고 일터에서 각종 차별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일터에서의 차별은 엄연히 사회적 폭력이며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해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직접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교육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일터에서의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지고, 인권과 다양성 그리고 평등에 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은 공단과 교육원이 맡아야 할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교육하는 사람들이 흔히 놓치는 것은 교육받는 사람에 대한 섬세한 배려다. 교육받는 사람들이 모두 동등한 지위, 동일한 경험을 했다고 가정하는 순간, 교육이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평등에 입각한 안전보건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선, 다양성과 차별에 대한 인권감수성을 강사들이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교육하는 사람들이 흔히 놓치는 것은 교육받는 사람에 대한 섬세한 배려다. 교육받는 사람들이 모두 동등한 지위, 동일한 경험을 했다고 가정하는 순간, 교육이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평등에 입각한 안전보건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선, 다양성과 차별에 대한 인권감수성을 강사들이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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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 교육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다양한 차별 경험이 무엇인지, 왜 그런 차별을 겪게 되는지를 포함해야 한다. 형식상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 섬세하게 접근하지 않고서 교육하게 되면 오히려 차별을 경험한 피해 당사자들에게 해당 교육 시간이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안전보건공단 교육 운영 자체에 이런 문제의식과 관점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피드백 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교육을 통해 안전보건 문제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이제는 '어떻게' 안전보건 문제를 인식할지, 즉 노동자의 권리가 일터의 안전을 높이는 데 핵심이라는 것을 교육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와 함께 안전보건 교육 시간이 더는 피곤하고, 지루하고, 무의미하다고 느껴지지 않기 위해선, 일터의 변화를 함께 터놓고 토론하며 작업환경 개선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교육 진행자와 참여자 간의 상호적·유기적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 준비 과정과 이후 개선 사항 논의까지 고려하여 노동자와 함께 안전보건 교육의 목적과 방식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공단 역시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 노동자가 참여할 권리를 중심에 두고 향후 안전보건 교육 강사 양성 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안전교육 무용론이 아닌, 노동자와 함께 호흡하며 일터를 변화 시켜 나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기획 / 산업안전보건교육원 교육 후기]
① 산업안전보건교육원 교육의 질적 도약을 기대하며 http://omn.kr/1k8l1
② 노동강도 평가를 고려하는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교육을 바라며 http://omn.kr/1k8m6
③ 일터에서의 정신건강 교육, 이것이 중요하다 http://omn.kr/1k8wo
④ 관리해야 할 것은 노동자의 '감정'이 아니라 일터다 http://omn.kr/1kafl

덧붙이는 글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산업안전보건교육원 교육 프로그램 참가 후기를 기획연재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나래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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