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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7월 25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이른바 '이스칸데르' 형으로 알려졌다. 해당 미사일은 정점고도를 지나 하강하는 과정에서 급강하한 뒤 수평비행을 하고, 이후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등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이는 미사일이다. 복잡한 요격 회피 기동때문에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로 꼽힌다.

미사일과 미사일 요격 시스템은 마치 창과 방패처럼 앞서거니 뒷서거니 기술 진전을 이뤄왔다. 오르락 내리락 하며 날아가는 이스칸데르 형 미사일이 하나의 포물선을 그리며 목표물을 향하는 일반 미사일보다 잡기 어려운 것은 자명하다.
    
 애로우 2 요격 미사일. 센서와 컴퓨터 기술이 요격 성능의 핵심을 이룬다.
 애로우 2 요격 미사일. 센서와 컴퓨터 기술이 요격 성능의 핵심을 이룬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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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격 시스템을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뒤질세라 이스칸데르와 같은 미사일을 떨어뜨리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국방과학자들이 제시한 잠자리 형 요격미사일 체계도 그중 하나이다. 

여름에서 가을까지 무리 지어 하늘을 나는 잠자리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 예를 들면 잠자리나 파리, 등에나 꿀벌 등에는 공포 그 자체이다.

잠자리는 얼핏 보기와 달리 육식을 즐기는 곤충이다. 사냥 성공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곤충계에서는 상위 포식자에 속한다. 수사자의 사냥 성공률이 10%, 높아야 30%가량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 

미국의 주요한 국방기술연구소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샌디아 국립 연구소 학자들은 잠자리의 높은 사냥 성공률에 주목했다. 주지하다시피 파리나 모기의 비행 궤적은 극히 불규칙적이다. 전후좌우상하로 자유롭게 기동해 먹잇감들이 잠자리의 시야에 한 번 포착되면 삶을 도모하기 힘들다.
 
 고추 잠자리. 작고 빠른 모기나 파리 같은 곤충을 사냥하는 성공률이 90% 안팎에 이를 정도로 높다. 요격 미사일을 연구하는 군사 과학자들이 모기의 사냥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고추 잠자리. 작고 빠른 모기나 파리 같은 곤충을 사냥하는 성공률이 90% 안팎에 이를 정도로 높다. 요격 미사일을 연구하는 군사 과학자들이 모기의 사냥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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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의 몸체와 날개는 모기나 파리보다 수십 배 정도 크다. 겉모습만 보면 잠자리가 굼뜨고, 급회전·급상승·급강하하는 등의 예각 기동이 어려울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한번 걸리면 십중팔구 잠자리의 입이나 발가락을 벗어나지 못한다. 

"모기나 파리처럼 불규칙하게 비행하는 먹잇감을 잡을 수 있도록 최적화된 신경망을 잠자리는 갖추고 있습니다."

잠자리를 본뜬 요격 미사일 시스템 개발 연구를 이끄는 샌디아 국립 연구소 프랜시스 챈스 박사의 말이다.

잠자리는 몸체보다 두뇌가 매우 작다. 하지만 먹잇감을 포착했을 때 기동 반응을 하는 시간 0.05초로 상상할 초월할 만큼 빠르다.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 0.3초니까 거의 예닐곱 배나 빠르게 잠자리는 몸을 놀려 모기나 파리를 낚아채는 것이다.
 
 프랜시스 챈스 박사. 미국 샌디아 국립 연구소에서 신경망을 이용한 요격 미사일 시스템 개발을 이끌고 있다.
 프랜시스 챈스 박사. 미국 샌디아 국립 연구소에서 신경망을 이용한 요격 미사일 시스템 개발을 이끌고 있다.
ⓒ 샌디아 국립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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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스 박사는 생물체의 신경망이 일반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게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점에 주목했다. 신경망이 컴퓨터 기술과 결합된 게 인공지능인데, 잠자리 신경망을 인공지능으로 구현하면 이스칸데르 형의 미사일을 잡을 수 있는 단초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잠자리 형 요격 시스템'이 실제로 개발될 수 있다면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사일에 탑재하는 컴퓨터 시스템이 작고 가벼워질 수 있다. 당연히 요격 미사일의 기동능력이 좋아질 것이다.

요격 시스템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정교한 센서이다.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의 궤적을 제대로 읽고 오차 없이 격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센서가 정교해야 하는데, 인공지능이 이용된다면 덜 정교한 센서로도 요격미사일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1,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인류는 군사 과학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컴퓨터도 인터넷도 차량의 내비게이션도 다 군사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미물이라고 흔히 일컫는 곤충들의 사냥과 방어 기술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친다. 과학기술자들이 앞으로도 한동안 동물 흉내 내기를 벗어나기 힘들 것 같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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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