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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30일)의 일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경찰서 관악구 남현동 소재 파출소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아파트 주변 쓰레기장에서 수백만 원(금액에 대해서는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 않는다. 주인을 찾는데 있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수백만 원 이상의 금액이다)의 현금이 신문지에 쌓인채 발견되어 주민이 신고하면서 부터다.

이처럼 습득물이 경찰에 접수되면 로스트112(LOST112) 인터넷 사이트에 실시간으로 등록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경찰서 생활질서계에 인계된다. 그곳에서 주인이 나타날때까지 보관한다.

그와는 별개로 파출소 경찰관들은 주인을 찾기 위해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하게 된다. 직접 만나 분실한 사람이 있는지 묻기도 하고, 아파트의 경우에는 관리사무실에서 방송도 한다. 그리고 전단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눠 주기도 한다.
 
사람들 왕래가 많은 곳에서 주인을 찾기 위해 순찰차에 안내 문구를 붙였다.
▲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사람들 왕래가 많은 곳에서 주인을 찾기 위해 순찰차에 안내 문구를 붙였다.
ⓒ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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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아직까지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필자도 현금 뭉치를 직접 봤다. 위법한 돈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나이 드신 어르신이 평생을 모아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처음 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 돈을 발견하고 파출소에 신고한 분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신고자가 '분실하신 분이 나중에 없어진걸 알면 얼마나 속상해 할까'라는 걱정을 했을 정도였다.

필자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실 돈뭉치가 발견된 곳은 주택가로,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때문에 파출소에서는 전단지에도 진심을 담아 주인을 찾고 있다.
  
다액을 분실한 주인을 찾고 있다는 파출소
▲ 파출소 입구에 붙은 안내문 다액을 분실한 주인을 찾고 있다는 파출소
ⓒ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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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현금 다액을 습득해 기뻐하지 않고 '주인은 얼마나 마음 졸일까'하는 마음으로 경찰에 신고 되어 보관중에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신 주민께서는 이웃도 확인해 주세요. 특히, 어르신들만 거주하는 집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인사도 하시고 꼭! 여쭤 주세요'

이번 일을 접하면서 몇 년 전 어머니가 속상해 하시던 때가 생각났다. 어머니는 자식들이 드린 용돈을 몇 년간 모아 봉투에 보관하셨는데 어디에 두셨는지 몰라 며칠을 찾으셨다. 물론 엄청 큰돈은 아니었다. 당시 어머니는 분실한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무척이나 속상해 하셨다.

혹시 이글을 보고 있는 독자 분들, 주변에 부모님이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거주하고 있다면 꼭 한 번 전화 드렸으면 한다. 물론 꼭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반대로 용돈을 보내드리는 것도 좋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이웃집과도 안부도 묻고 인사를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무엇보다 하루빨리 돈의 주인을 꼭 찾았으면 한다.

태그:#경찰, #관악경찰서, #박승일, #남현파출소, #분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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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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