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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나뉜다. 지방정부는 규모와 성격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인 17개의 특별시·광역시·도와 기초자치단체인 226개의 시·군·자치구로 구성된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약 120만 명의 수원시, 가장 적은 곳은 약 1만 명의 울릉군. 둘의 인구 차이가 약 120배에 달한다. 심지어 현재 수원시의 인구는 울산광역시보다 많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는 4곳뿐이다. 경기도 수원·용인·고양시와 경남 창원시.

고양시는 지난 2014년 인구 100만 명을 돌파한 뒤 현재 약 105만 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서울시, 경기도 파주·양주·김포시와 맞닿아 있다. 통계로 살펴본 고양시는 이렇다(2017년 12월 31일 기준).

전체 42만2864 가구가 있고, 세대당 인구는 2.55명이다. 하루에 18명이 태어나고, 13명이 사망한다. 하루에 13쌍이 혼인하고, 5쌍이 헤어진다. 하루에 380명이 고양시에 정착하고, 381명이 다른 곳으로 떠난다. 가장 많이 들고나는 도시는 수원·성남·의정부시 순이다. 

1169개의 의료기관이 있다. 공무원 1인당 인구 392명. 소방원 1인당 인구 2170명. 교원 1인당 학생 15명. 등록된 자동차는 39만6101대. 고양시 인구가 100명이라면 70명은 아파트에 살고, 17명은 단독주택, 10명은 다세대주택, 3명은 연립주택에 산다. 전체 사업체 수는 6만6621개, 종사자 수는 31만9434명.

인구 기준으로 전체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상위 2% 이내에 속하는 고양시. 이런 거대도시를 이끌어가는 시장(市長)의 하루가 궁금했다. 지난 6월 고양시 쪽에 이재준 고양시장의 하루를 동행취재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1일 목요일에 이 시장의 하루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이 시장의 공식 일정을 투명인간처럼 옆에서 지켜봤고, 궁금한 점은 차량으로 이동할 때 짬짬이 미니 인터뷰 때 물어봤다.

[#1] 출근시간이 오전 8시30분인 까닭
 
이재준 시장의 차는 오전 8시 25분께 시청 정문 앞을 통과했다. 그가 타는 관용차는 2019년식 7인승 검정색 카니발. 차에서 내린 이 시장이 동행취재에 나설 이한기 <오마이뉴스> 기자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김진석
 
오전 8시35분께 김명신 예산담당관실 건전재정팀장이 시장실에서 나오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재선 기획담당관, 박노철 평화미래정책관, 주시운 언론홍보담당관이 바통 터치하듯 시장실로 들어왔다. ⓒ 김진석
 
이재준 시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매일 오전 8시30분께 시장실에 도착한다. 자택에서 시청까지는 차로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더 일찍 출근하면 자칫 공무원들에게 '민폐'를 끼칠까봐 출근시간을 앞당기지 않는단다. "시장이 오전 8시에 나오면 관련 공무원들은 오전 7시40분께 출근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는다"는 거다.

애초 자택에서 출발하는 모습부터 동행취재하려고 했으나, 이 시장이 고사했다. 시청에 출근하는 것부터 맨 마지막 일정을 끝마치는 것까지, 말그대로 '시장으로서의 동선'만으로 국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공은 공, 사는 사'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맺고 끊는 게 분명한 이 시장의 성격은 다른 업무 스타일에서도 드러난다. 퇴근시간이 지나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원들에게 전화나 카톡을 하지 않는다. 주 5일제는 못 지키지만 일요일에는 쉰다. 일요일에 꼭 참석해야 하는 일정이 생기면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혼자 간단다. 그래야 본인은 물론 직원들도 안정적으로 일요일에 쉴 수 있다는 거다. 김종번 비서실장에게 물어보니, 진짜 그렇게 한단다.

이날도 이 시장의 차는 오전 8시 25분께 시청 정문 앞을 통과했다. 그가 타는 관용차는 2019년식 7인승 검정색 카니발. 운전은 이창용 회계과 직원이 맡았다. 원래 이 시장의 수행은 김성국 행정직원이 하는데, 이날 휴가여서 정재걸 보좌관이 대신했다.

오전 8시33분께 김명신 예산담당관실 건전재정팀장이 시장 집무실로 들어와 첫 업무보고가 시작됐다. 고양시 여성회관의 주차공간 문제에 대한 상황 설명과 이에 대한 시장의 의견을 물었다. 2분 정도의 간단 보고였다.

김 팀장이 시장실에서 나오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재선 기획담당관, 박노철 평화미래정책관, 주시운 언론홍보담당관이 바통 터치하듯 시장실로 들어왔다.

박노철 정책관이 올해 한반도포럼, 두만강포럼에서 고양시의 세션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데 내년에는 꼭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자, 이 시장은 곧장 "내년은 내년이고 올해는..."이라며 포럼 주최측에서 관심 가질만한 주제를 갖고 다시 제안해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언론홍보 책임자인 주시운 담당관은 먼저 '자진납세' 했다. 전날(10일) 고양시의회 시정질문 답변 마지막 부분에서 이 시장이 고양시 홍보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 시장은 '상수도 요금 카드 납부 건'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카드 납부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비쌌던 수수료를 대폭 낮추거나 없앴다는 건데, 그 방향을 언론홍보 파트에서 제대로 짚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재선 담당관은 오늘(11일) 오후에 있을 지역치안협의회에서 경찰서장에게 '교통 약자들을 위해 횡단보도 보행시간을 더 늘려달라는 이야기를 다시한번 거론해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시민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X'자 횡단보도를 늘려달라는 요청사항도 다시금 환기시켰다. 20분 넘게 이어진 세 사람의 보고가 끝나고, 오전 8시 55분부터는 인사 관련 비공개 보고가 이어졌다.

[#2] "시정운영 원칙은 사람 중심과 정의로움"
 
이재준 시장이 타는 관용차는 2019년식 7인승 검정색 카니발. 운전은 이창용 회계과 직원이 맡았다. ⓒ 김진석
 
제13차 일자리 추진 전략회의가 열린 고양경기문화창조허브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이재준 시장. ⓒ 김진석

이날 이 시장의 첫 공식 일정은 오전 10시 고양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리는 '민생탐방-이재준 시장님과 톡톡(Talk)한 만남' 행사 참석이다. 여성 취·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다. 이 시장의 카니발 차량은 오전 9시30분께 고양시청에서 출발했다. 이동 소요시간은 약 30분. 이 시장과의 첫 차량 인터뷰가 시작됐다.

- 시장에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소회는?
"적응기이면서 변혁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모든 정책은 사람을 위한 것이지,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지난 1년은 그러한 인식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예를 들어, 도시에 건물을 지으면 언젠가는 헐게 돼 있다. 그것까지 내다보고 미리 반영하는 게 제대로 된 도시정책이다. 그 건물을 바라보고, 그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의 입장까지도 생각해야 사람과 어우러지는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그런 식의 정책을 고민하고 펴왔다."

- 시정운영의 원칙을 '사람 중심'과 '정의로움'으로 꼽았는데, 정의를 어떻게 시정에 녹여내고 있나.
"공직자나 단체장에게 주어진 권한은 법률이나 질서의 틀 안에서 운영될 수 있는 범위까지다. 그 선을 넘어서는 권한까지 주어진 건 아니다. 그런데도 선을 넘어선 특혜와 이익을 주는 일이 발생한다. 그걸 없애고 바로 잡아나가는 게 정의다. 개발과 관련해서 편법적인 운영을 못 하도록 개발인·허가 특별 조례를 만들었다."

- 지난 1년 동안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힘들고 보람을 느끼는 희비쌍곡선이 있었을텐데.
"합법적으로는 들어주기 힘든 집단민원인데, 그 분들의 처지는 매우 딱한 경우가 있다. 해결책은 없고, 갈등은 치유가 안 될 때 참 힘들다. 가장 보람을 느낀 건 민원처리 기간을 대폭 단축시킨 일이다. 7일 이상 걸리던 민원 처리기간을 3~5일로 줄이는 행정혁신을 제안했고, 270건 가량 민원 처리기간을 앞당겼다. 시장으로서 첫 번째로 펼친 정책이었고,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최초였다. 그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건 아쉽다."

-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갈등 조정이 중요해지는데, 어떤 원칙으로 중재에 나서나.
"임기 초반에 갈등조정관을 뒀다. 갈등 조정 전문가인데 중재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그냥 공무원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사안을 무마시키러 온 사람으로 인식돼 제대로 된 중재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 시장으로서 한 달에 두 차례, 네 건의 민원 주제를 갖고 '시장과 통통데이'라는 만남의 자리를 갖는다. 시장에게까지 올라오는 민원은 해결책을 찾기 무척 어려운 사안들이다. 그래도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하다. 해결책의 첫 출발은 경청이다."

- 평상시 기상부터 취침까지 하루 일정이 어떻게 되나.
"매일 새벽 4시쯤 일어난다. 주요한 뉴스를 검색하고 관심있는 책을 읽거나 자료를 본다. 그리고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 걷는 운동을 빼놓지 않고 한다. 아침식사를 한 뒤 오전 8시20분께 집을 나서 8시30분께 시장실에 도착한다. 오전 9시까지 30분 동안은 자유시간이다. 이때 직원들의 업무보고를 받기도 하고, 시의원이나 예약없이 찾아오는 분들을 만난다. 그리고 오전 9시부터는 정식 업무를 시작한다. 

하루 평균 외부 일정이나 회의는 대략 4, 5건 정도다. 예전에는 하루에 10건의 행사와 회의에 참석한 적도 있는데, 그러면 참석하는 의미가 없어서 줄였다. 거의 예외없이 저녁 약속이 한두 개씩 있다. 오후 7시30분이나 8시께 저녁 일정을 마친 뒤 귀가한다. 간혹 개인적인 일정이 있을 때는 저녁 공식일정 이후로 약속을 잡는다. 그럴 때는 오후 10시쯤 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쉰다."

[#3] "창릉 신도시는 고양시의 새로운 성장엔진"
 
이재준 시장의 첫 공식 일정은 오전 10시 고양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리는 '민생탐방-이재준 시장님과 톡톡(Talk)한 만남' 행사 참석이다. 행사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관련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김진석
 
오전 10시10분 '톡톡(Talk)한 만남'이 시작됐다. 2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센터에서 교육을 받았거나 활동 중인 여성 교육생·구직자·취업자, 그리고 시 공무원과 센터 직원 등 20명 가량이 사각 회의테이블에 앉았다. ⓒ 김진석

오전 10시4분, 이 시장은 '민생탐방-이재준 시장님과 톡톡(Talk)한 만남' 행사가 열리는 대화동 명진프라자의 고양여성인력개발센터에 도착했다. 유혜림 센터장의 안내를 받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으로 올라갔다. "(경기도) 의원 시절에는 자주 왔는데, 시장이 되고 나서는 마치 감시하는 것 같아서 못 왔다"고 짧막한 인사말을 한 뒤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오전 10시10분 '톡톡(Talk)한 만남'이 시작됐다. 2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센터에서 교육을 받았거나 활동 중인 여성 교육생·구직자·취업자, 그리고 시 공무원과 센터 직원 등 20명 가량이 사각 회의테이블에 앉았다. 시에서는 박찬옥 일산서구청장, 명재성 복지여성국장 등이 배석했다. 이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센터에서 경력단절여성의 취업 문제를 잘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문인력 큐레이터 교육을 받은 취업자, 센터에서 교육을 마친 예비 창업자, 의료관광 코디네이터에 도전하는 교육생, 구직자와 창업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했다. 좀더 나은 교육공간과 시설 업그레이드를 요청하는 목소리에 이 시장은 "당장은 어렵고 새 시청사를 지으면 공간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하드웨어적인 문제말고도) 교육과정 등 소프트웨어적인 제안이나 건의사항도 들려달라"고 주문했다.

센터와 교육청의 교육과정이 충돌나지 않는 프로세스, 직장인을 위한 어린이집 시설 부족, 고졸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참석자들이 많다보니 아쉬운 표정들이다. 이 시장은 "보육 문제는 개선책을 마련해보겠다"면서 "미처 꺼내놓지 못한 이야기는 센터장과 복지여성국장을 통해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오전 11시13분 행사가 마무리됐고, 이 시장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다음 일정이 있는 장소로 움직였다. 짧은 이동거리이지만, 앞서 차량 인터뷰에서 마무리짓지 못했던 핫이슈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창릉지구'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강조했는데, 지금 고양시의 핫이슈는 '창릉 신도시' 논쟁이다. 특히 일산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데.
"1기 신도시 일산의 명성을 한동안 유지하면서 고양시가 떴다. 그 이후 큰 개발은 킨텍스 정도다. 킨텍스 지원부지에도 애초 예상과는 달리 호텔 하나 없고 주상복합만 들어섰다. (개발과 관련된) 고양시의 성장엔진이 꺼져버렸다. 그 불씨를 살린 게 일산 테크노밸리와 영상밸리인데, 그것만으로는 추진동력이 부족하다.

이번 3기 신도시 계획에 따르면, 고양시에 자족시설 41만평을 허용해 주기로 했다. 고양시의 도심을 관통하는 고양선은 시청까지 연결된다. 철도 추가 예산만 4000억 원이 넘는다. 지난 10년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숙원사업이다. 그런 조건들을 고려해 3기 신도시 계획을 받아들인 거다. 자족시설이 없었던 분당도 판교가 들어서면서 성남이라는 거대한 성장 로켓 추진체가 붙은 거였다."

- 1기 신도시 노후화 대책은?
"지난해 8월 테크노밸리의 2만평 가량되는 C4부지를 팔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평가액이 2500억원쯤 된다. 30년 후쯤에는 1조원이 넘을만한 노른자위 땅이다. 1기 신도시에 구조적인 문제가 생기거나 대규모 리모델링을 해야 할 때 쓸 수 있도록 재원을 남겨놓은 것이다. 그와 관련해서는 오는 9월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용지 보존에 관한 조례'를 만들 예정이다.

도시정비기금 예산 160억 원도 충당해놓고 있다. 그 돈으로 상수관, 노후배관, 스프링쿨러, 엘리베이터 등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해놨다. 1기 신도시가 지어진 지 25년이 지나면서 이같은 노후화 대책을 꾸준히 마련해 왔는데, 3기 신도시 논쟁 때문에 아무 것도 안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수천억 원대의 노른자위 땅도 매각하지 않고, 조례까지 만드는 진정성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4] '100만 특례시' 정부 안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고양·파주여성민우회 22주년 재정 행사. 오전 11시 25분께 행사 장소인 주엽동 서현프라자 소메르뷔페에 도착했다. 때마침 초복 전날이라 점심 메뉴는 삼계탕이 나왔다. 이 시장은 최종환 파주시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 이한기
   
주엽동 서현프라자 소메르뷔페에서 진행된 고양·파주여성민우회 22주년 재정 행사. 예상보다 일정이 빨리 끝나 건물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이재준 시장과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 이한기

다음 일정은 고양·파주여성민우회 22주년 재정 행사. 오전 11시 25분께 행사 장소인 주엽동 서현프라자 소메르뷔페에 도착했다. 고양과 파주는 경계가 맞닿아 있는 이웃사촌이라 여러 단체나 모임 활동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이는 경우가 많다. 때마침 초복 전날이라 점심 메뉴는 삼계탕이 나왔다. 이 시장은 최종환 파주시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예상보다 일정이 빨리 끝나 건물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이 시장과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이전 행사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이 시장의 집중력에 감탄했다. 참석자가 20명 가까이나 되는 모임인데도, 몇번째 좌석에 앉은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시간 순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 또다른 주요 이슈인 '100만 특례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특례시 법이 성안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 안이 국회로 넘어갔다. 법제화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애초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수원·용인·고양·창원 등 4대 도시가 적용 대상이었는데, 중간에 성남시와 청주시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남은 100만 도시에 육박한다는 이유로, 청주는 충청권이 한 곳도 없다는 이유로 넣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4+2'를 특례시 대상으로 하면, 호남권을 대표하는 전주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이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참고로, 정부 안에는 특례시 조건이 인구 100만 명으로 돼 있다. 특례시 후보가 3곳이나 포함된 경기도에서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특례시 법에서는 이런 탓에 인구 조건 등을 다 빼고, 특례시 지정 조건은 시행령에서 규정하자는 절충안도 나오고 있다. 시간 문제이지 입법은 될 거라고 본다."

- 경쟁력 있는 문화 인프라를 고양시의 브랜드 이미지로 만드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예를 들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도서관의 컨텐츠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면 더 막강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서관을 바꾸려고 한다. 활용도가 낮은 지하의 식당을 없애고, 대신 회의실이나 독서토론실을 만들려고 한다. 1인 창업하는 분들이 와서 공유 오피스처럼 활용할 수도 있게끔. 마두·화정 도서관의 지하는 리모델링을 한다. 공공 도서관에 와서 박스로 칸막이 치고 고시 공부하듯 붙박이로 지내는 문화를 없애야 한다. 다소 반발이 있더라도 개선해나가야 한다. 도서관은 책을 지키는 곳이 아니라 지적 욕구가 있는 사람들의 놀이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5] 지역치안협의회 참석 "교통 약자 위해 횡단보도 보행시간 늘려달라"
 
고양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열린 제13차 일자리 추진 전략회의에 참석한 이재준 시장. ⓒ 김진석
  
오후 3시 일산서부경찰서 3층 송포마루에서 '지역안전망 구축을 위한 2019년 지역치안협의회'가 열렸다. 분기별로 열린다는 이날 회의에는 치안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고양시의 기관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 김진석

커피숍 인터뷰를 마친 뒤,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되는 제13차 일자리 추진 전략회의 참석차 이동했다. 장소는 일산동구에 위치한 고양경기문화창조허브. 이날 토론 주제인 청년 분야는 정탁 고양청년네트워크파티 대표가, 사회적경제 분야는 이기훈 고양시 사회적경제협의회장이 발제를 맡았다.

이 시장은 "청년창업,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면 고양시에는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얘기해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시가 공공 자금을 투입해 지원하게 되면 다시 그 재원이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서울과 맞닿아 있고 일산과의 접근성도 좋은 화전 같은 곳이 더욱 활성화돼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일자리 전략회의 후 일산서부경찰서로 향했다. 이번 이동중에는 차량 인터뷰를 생략했다. 이 시장을 수행하는 정 보좌관이 "시장님이 회의 관련자료를 읽을 수 있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오후 3시 일산서부경찰서 3층 송포마루에서 '지역안전망 구축을 위한 2019년 지역치안협의회'가 열렸다. 분기별로 열린다는 이날 회의에는 치안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고양시의 기관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치안과 관련해) 각 기관들이 다른 정책을 내놔서는 안 된다"면서 "각 기관들이 협력해서 올 여름도 시민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윤승 고양시의회 의장은 "가장 중요한 건 고양시의 안전"이라고 했고, 이익훈 일산서부경찰서장은 "치안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경찰서의 위상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오전 업무보고 때 간부들이 귀띔한 내용을 거론했다. 교통 약자를 위해 횡단보도 보행시간을 늘려달라는 것. 이에 최진영 경비교통과장은 "'안전속도 5030 계획'에 따라 도심이나 보호구역의 차량 통행 안전속도를 낮추고, 보행안전을 위해 등교시간대 보행 신호시간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오전 업무보고 때 거론됐던 'X'자 횡단보도에 대해서는 이윤승 의장이 이야기를 꺼냈다. 이 의장은 "작은 생활 속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지역주민들이 대각선(X자) 횡단보도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니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경찰서장과 소방서장은 시에 치안 예산에 더욱 신경써달라고 요청했고, 이 시장은 필요한 정책에는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6] "고양꽃박람회의 주인공은 꽃, 혜택은 화훼농가에게"
 
일자리 전략회의 후 일산서부경찰서로 향했다. 이번 이동중에는 차량 인터뷰를 생략했다. 이 시장을 수행하는 정 보좌관이 "시장님이 회의 관련자료를 읽을 수 있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뒤는 정재걸 보좌관. ⓒ 김진석
  
이재준 시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매일 오전 8시30분께 시장실에 도착한다. ⓒ 김진석

오늘 공식 행사의 마지막 일정인 덕양구청으로 이동하면서 이 시장과의 마지막 차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 올해 처음으로 고양국제꽃박람회를 호수공원과 원당화훼단지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했다. 장·단점이 있었을텐데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원당화훼단지는 실제 꽃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널리 알려져 생산농가에는 많은 도움이 됐다. 반면, 원당화훼단지는 아직까지 큰 행사를 치를만한 인프라가 덜 갖춰져서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꽃박람회는 생산지 근처에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원당화훼단지를 평상시에도 꽃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 호수공원에서 꽃박람회가 열리는 공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건 운영의 문제라고 본다. 매년 예산은 더 많이 쓰는데도 꽃박람회 활용 공간이 자꾸 줄어든다. 국제꽃박람회이다보니 외국 화훼 전문가를 모셔오고 외국 꽃을 가져다놔야 한다. 이런 국제행사를 매년 해야 하는 건지는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꽃박람회라면 호수공원 전역을 꽃으로 수놓아야 하는데, 자꾸만 꽃박람회장 실내로 들어간다. 꽃에 방점을 찍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

- 국가적 과제가 된 일자리창출에서 고양만의 특징과 장점이 있다면?
"고양시가 경기도의 기초단체 가운데서는 청년일자리 예산이 제일 많다. 청년 창업에 5000만원까지 무담보로 대출을 해준다. 게다가 한도가 200억 원으로 넉넉하다. 화정터미널 2층에는 청년 (창업)공간도 만들어놨고, 10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이팔청춘창업소'라고 컨테이너 28개를 놓은 청년창업공간을 마련한다. 그에 대한 예산도 통과됐다."

-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겠지만, 구도심과 신도심의 균형발전이 숙제다. 게다가 고양시는 외곽지역까지 있는데.
"고양시도 지역별 격차가 크다. 소외된 지역은 아예 얘기도 못 꺼낸다. 노선버스도 없고, 가로등도 없는 곳이 있다. 고민 끝에 '균형발전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이번에 입법예고했다. 그게 통과되면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에 예산을 더 많이 배정할 수 있다. 낙후된 지역이 더 큰 걸음으로 걸어오면 격차가 줄고, 언젠가는 만나지 않겠나. 특별예산을 편성해 격차를 줄여나가겠다."

- 경기도의원 시절 별명이 '이재준에게 물어보세요'였다는 언론보도가 있는데, 사실인가.
"(웃으면서) 제가 광역의회 최초 조례, 최다 조례의 기록을 갖고 있다. 아직도 그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8년 동안 약 130개의 조례를 만들었다. 최초 조례도 열댓 개 가량 된다. (도의원 시절) 한번은 순천의 4선 의원이 제게 전화를 걸어왔다. 자기가 조례도 많이 만들고 도정 질의도 많이 해서 1등인 줄 알았더니 이재준 당신이 1등이라고. 도정질의도 17번이나 했다."
 
[#7] 주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질문을 던진 건 '통장님들'
 
이재준 시장은 오후 4시30분 덕양구청에서 열리는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한 덕양구 통장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다. 오늘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다. 그런데 통장협의회 회의 참석은 애초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 김진석
 
이재준 시장은 오후 4시30분 덕양구청에서 열리는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한 덕양구 통장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다. 덕양구 통장협의회 대표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김진석

이 시장은 오후 4시30분 덕양구청에서 열리는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한 덕양구 통장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다. 오늘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다. 그런데 통장협의회 회의 참석은 애초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당연히 이 회의에 참석하는 각 동의 통장협의회장들은 이 시장이 참석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 탓에 이 시장이 회의장에 들어서자 다들 반기면서도 놀라는 눈치였다. 

고양시의 전체 행정동은 39개이고, 975개의 통이 있다. 이 가운데 덕양구가 19개의 행정동과 454개의 통을 갖고 있다. 고양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통'은 주민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행정 조직이다보니 각 동의 통장협의회장들의 요구사항과 질문은 여느 회의 때보다 구체적이었다.

행신2동 통장 대표가 "북한산 관내에 있는데도 북한산에 가려면 버스를 세 번이나 타야 한다"면서 "(한 번에 가는) 버스노선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자, 이 시장은 "마을버스는 수지타산이 맞아야 하는데 수요가 적어 쉽지 않다"면서 "다른 곳에서도 북한산에 가려면 세 번 타는 경우가 있으니 불편해도 참아달라"고 답변했다.

창릉동 통장 대표는 "(교통이 불편해서) 서오릉 문화유산을 고양시민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이 시장은 "그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균형발전 조례를 만드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다른 통장 대표들의 질문 내지 건의사항도 대개 그늘막 설치, 교통문제 등 생활민원에 집중됐다.

○ 화정1동 "고양시에서 의정부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많다. 원당역 주변 상습정체, 도로 확충이 필요하다."
○ 행신1동 "그늘막을 설치해달라. 균형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해달라."
○ 화전동 "소방도로 보상은 언제 되는지 알고 싶다."


마무리 인사말을 통해 이 시장은 '창릉 신도시' 얘기를 꺼냈다. "제가 시장에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시민행복이 최우선이다. 창릉 신도시는 고양시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통장님들이 주민 여러분께 잘 설명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 시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창릉동 통장 대표가 "제3기 신도시를 선정할 때 대곡은 예상했는데, 창릉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창릉은 '서울-경기-고양의 낙도'라고 불렸던 곳이라 창릉동 주민들은 대부분 환영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덕양구 통장협의회를 마치니 시간은 어느덧 오후 5시30분. 오늘의 공식 일정을 다 마친 이 시장은 덕양구 관계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관용차에 올랐다. 이 시장과의 하루 동행취재에 나섰던 기자는 숨을 돌릴 겸 언론홍보 담당자들과 인근 커피숍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다음 약속까지 시간이 조금 남은 이 시장도 잠시 쉴 겸 같은 커피숍에 들어왔다. 이 시장과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나눈 곳은 덕양구청이 아니라 인근 커피숍이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덕양구 통장협의회를 마치니 시간은 어느덧 오후 5시30분. 오늘의 공식 일정을 다 마친 이 시장은 덕양구 관계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덕양구청을 나섰다. ⓒ 김진석
태그:#고양시장, #이재준, #동행취재, #고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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