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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말하고 꿈꾸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시대, 우리에게는 더 많은 롤모델이 필요합니다. '야망 있는 여자들을 위한 비밀사교클럽'은 사회 곳곳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마음껏 야망을 품고 살아가는 30대 이상 여성들을 인터뷰합니다.[편집자말]
"그거 N잡러 아닌가요?"

어느 신문사와 직업에 대한 인터뷰를 하던 중이었다. 당시 나는 축제기획 회사에 다니면서 북바(Book-Bar)를 운영하고 있었고, 계간잡지 <딴짓>의 공동발행인이기도 했다.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합치면 너덧 가지의 일을 한 번에 하고 있느라 부침이 있던 때였다.

투잡러도 아니고, 쓰리잡러도 아닌 상태를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자 질문하던 기자가 'N잡러를 자처하는 이가 있다'고 말해줬다.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빌라선샤인의 홍진아 대표였다.

홍 대표는 두 개의 직장에 소속된 N잡러로 일하기 시작하며 직업적 정체성을 얻었다. <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일터로 출근합니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나보다 앞서 여러 직업적 정체성을 동시에 가진 이가 있다니 다행스러웠다. 하고 싶은 질문이 많았다. 홍진아 대표를 만나면 물어보리라 다짐했다. 그러던 차에 홍 대표가 여성커뮤니티를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어볼 질문의 리스트는 더 늘어났다. 

해가 쨍쨍 내리쬐던 여름, 합정동의 한 북카페에서 홍 대표를 만났다. 예의 바르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동의하고 맞장구를 치느라 약속한 인터뷰 시간이 넘을 뻔했다. 밀레니얼 세대라면 물개박수를 치며 공감할 만한 그녀와의 대화를 여기 풀어 놓는다. 

두 개의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
 
 홍진아 대표
 홍진아 대표
ⓒ 홍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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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잡러 이야기부터 들어보고 싶다. N잡러는 무엇인가?
"N잡러는 여러 가지 직업을 한 번에 가진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당연히 나도 처음부터 N잡러였던 건 아니다. 예전에는 하나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다. 비영리 글로벌 조직에서 일했다. 변화를 이끌어가는 체인지 메이커들을 발굴해서 그들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2016년 초에 다보스 포럼에서 일의 변화에 대해 들었다. 현재 일곱 살인 아이들이 사회에 나갈 때는 지금 있는 직업의 60~70%가 없어진다고 하더라. 문득 나는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다.

앞으로 나는 하나의 회사 이름으로만 스스로를 소개해야 할까, 사람들은 왜 그렇게 할까. 나를 소개할 때 어디에서 일하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팀장 홍진아라고만 하는 게 이상했다. 그게 날 전부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이랑은 다른 형태로 일을 설계해보고 싶었다.

- 어떻게 N잡러로 살게 됐나?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하고, 처음에는 4일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았다. 4일 일하고 하루는 내가 나를 고용해서 써야겠다는 계획이었다. 직장인과 프리랜서를 합친 형태랄까. 그때는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그 정도였다.

그때 나와 파트너로 일하던 사람들이 '그럼 우리 회사랑 같이 일을 해보자'라고 제안하더라. 그렇게 제안 온 몇몇 회사 중에 일을 해보고 싶은 회사 두 곳에 나도 제안을 했다. 두 개의 직장에 속하고 싶은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한 달 정도 조정 기간을 거친 후에, 두 개의 직장에 소속을 두고 일하는 N잡러가 됐다. 직장마다 요일을 나눠서 일했다."

- 지금은 몇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나? 
"지금은 여성 커뮤니티 빌라선샤인 운영만 하고 있다. 창업을 했고, 투자를 받아서 회사를 꾸려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여력이 없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시작한 회사를 크게 키우는 일, 회사가 가지는 임팩트를 크게 만드는 일이다.

그래도 스스로를 N잡러라고 생각한다. N잡러에게는 몇 개의 직업을 가지느냐 하는 것보다, 일의 맥락을 나에게 가져올 수 있느냐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가 집중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언젠가 그 사업은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하나의 일만 하는 N잡러인 셈이다."

- N잡러로서 균형을 잡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 
"어려웠다. 처음에는 N잡러라는 이름도 붙이지 않았다. 두 회사에서 이틀씩 일하는 걸 보고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했다. 너 투잡족이야? 프리랜서야? 돈은 벌고 있어? 일을 스스로 디자인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그 고민의 끝에 N잡러라는 이름을 붙인 거다. 당시에는 두 개 회사 일을 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도 했다. 밸런스를 맞추면서 일하는 게 어려웠다. 다 잘하려고 하다 보니 과부하가 걸렸다. 집에서 일하는 날은 9시까지 일을 손에서 못 떼기도 했다."
 
- 어떻게 극복했나?

"일단 나의 상황을 조직에 오픈해야 한다. 조직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로그인한 이메일 계정과 나의 뇌를 연동하는 방법으로 일의 균형을 맞추기도 했다 A라는 프로젝트를 하는 날에는 B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계정은 오후 6시 이전에는 열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조직에도 그렇게 알려야 한다.

아침에 출근할 때 두 군데 다 메시지를 남긴다. A에 출근하는 날은 B에게 오늘 A에서 일하는 날이라고 알린다. 처리된 일의 맥락을 알리고, 혹시 급하게 연락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개인 메시지를 달라고 하면 된다. 개인 메시지가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급하게 일이 생길 것이 예상되면 일하는 요일 자체를 미리 조절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 대부분의 일은 다음 날 출근해서 처리하면 되는 일들이었다. 이렇게 일의 리듬과 나의 주도권을 맞춰나갔다."

일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
 
 강의 중인 홍진아 대표
 강의 중인 홍진아 대표
ⓒ 홍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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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불편함은 없었나?
"N잡러로 일하면서, 노동 환경이나 노동 권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를 장려하는 게 좋다고들 한다. 집에서 출퇴근 시간 아끼며 일하는 게 좋긴 하다. 그러나 재택근무라는 게 사실 회사가 회사관리 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법일 수 있다. 회사가 사무실을 가지고 있으면 유지 비용이 들지 않나. 출근해서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이 있지 않나. 하다못해 책상이나 노트북 같은 게 있다. 집에서 일하면  내 책상에서 회사의 일을 하게 되는 거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재택근무하면 너무 좋아요, 자유로워요'라고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 같다. 사회는 장단점 중 단점을 잘 못 보게 하는 것 같다. 이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면, 스스로를 착취하고 소진되고 마는 일의 결과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국가가 회사, 개인에게 전가했던 복지비를 잘 꾸려, 그걸로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 사람들에게 N잡을 권하고 싶은가?
"맞는 분들에게는. 조직이 커리어를 개발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사회 초년생한테 N잡을 권하지는 않는다. 직관적으로 타고나는 사람도 있지만 경험이 없으면 일과 삶의 배치가 어려울 수 있다. 이 일을 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고, 시간 이외의 자원이 얼마나 들어가고, 이걸 실행하는 데 어떤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걸 알 수가 없다.

경력이 10년까지는 필요 없다. 1~2년 정도 경험을 쌓고, 여러 정체성들을 함께 굴리다가 '일을 만들어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 세팅해야 한다. 그래야 나도 즐겁게 일할 수 있고,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미안해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착취하는 회사에서의 경험은 반대한다. 그런 건 쓸모없다. 지금 내가 너를 착취하지만, 너는 경험을 가져가지 않느냐 하는 것만큼 어른들이 하기 쉬운 거짓말이 없다. 번아웃이 되면 그 경험과 멀어지고 싶어진다. 나를 잘 지킬 수 있는 선에서 여러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일하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아는 게 중요하다."

- 회사에 계속 붙어있는 건 추천하지 않나?
"회사에서 계속 있을 수 있으면 좋다. 하지만 회사에 계속 붙어있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는데 반드시 견디고 버텨야만 무언가 얻을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돈이나 성장, 커리어 등 내게 미치는 유익한 요소가 있다고 느껴야만 그 조직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내게 주는 유익과 비용이 무엇인지 똑똑하게 점검해야 한다.

단,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한 계획이 세워져 있지 않은 상황,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일정 기간 쉬고, 이후에 구직을 한다 등의 계획 없이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 홍진아 대표 인터뷰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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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