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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에서 그의 작업과 퍼포먼스를 펼쳤던 권지안(솔비) 작가
 프랑스 파리에서 그의 작업과 퍼포먼스를 펼쳤던 권지안(솔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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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음악은 예명인 '솔비'로, 미술은 본명인 '권지안'으로 활동한다. 세상에 알려진 솔비를 버리고 아무도 모르는 권지안으로 새 출발하면 불편하지 않을까. 그냥 남들이 다 아는 솔비로 시작하면 편할 텐데. 필자의 의아함에 그는 솔비와 권지안을 이렇게 답했다.

"솔비는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자아'였어요. 제 의견보다 회사 사장님의 의견이 컸고, PD들의 관점이 중요했어요. 살아남기 위해서 강해져야 했다고 할까. 타인으로부터 만들어진 자아입니다. 정체성에 혼란이 왔어요.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게 뭐야?' 언제부턴가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했죠. 솔비는 완전히 살아남기 위해서 자극적이어야 했어요. 회사에서 짠 틀 안에서 제 역할을 한 인물이죠. 저는 솔비라는 캐릭터에 맞춰 충실하게 살아왔고, 지금은 권지안이라는 캐릭터에 충실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저랑 가까운 배역을 맡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음악과 미술의 충돌 속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장르의 결합이 쉽지 않은데 두 개의 자아를 하나로 합치는 게 녹록한 일은 아닐 테다. 두 장르 중 어느 것의 비중이 높을까.

"미술에 둘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미술을 하려면 음악이 있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음악이 낮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음악에서 정확하게 느낌이 오지 않으면 작업을 할 수가 없거든요. 오히려 음악을 만들 때 더 예민해져요."

다시 미술 얘기로 돌아가서, 그가 작업하고 있는 '핑거 페인팅'이 궁금했다.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을 이용한다.

"물감을 만지면 소리가 나요. 거기에서 나오는 자극이 그림을 그리는 리듬이 되고요. 계획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연히 섞이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색이죠. 저는 한 번 시작하면 중간에 끊지 않고 계속 그려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색을 보면 신기하고 재밌어요."

"난 제로가 아니라 마이너스에서 시작"
 
 파리에서 선보인 작업과 퍼포먼스를 펼친 권지안(솔비) 작가
 파리에서 선보인 작업과 퍼포먼스를 펼친 권지안(솔비) 작가
ⓒ MAP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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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활동하면서 늘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시청률을 보증한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PD들은 솔비를 캐스팅하려고 안달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지. 그만큼 악플로 '태클'을 거는 이들도 많았다. 작가로 활동하는 지금도 마찬가지. "유명세를 등에 업고 예술을 한다", "수천만 원에 거래되는 게 실화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불편한 상황조차 그는 이렇게 받아넘겼다.

"다른 연예인은 모르겠어요. 적어도 저는 미술과 반대편에서 활동했잖아요. 사람들은 저를 웃기는 사람으로 기억해요. 어떤 이는 '뇌순녀'(뇌가 순수한 여자)라고도 해요. (웃음) 가벼운 존재로 기억하는 거죠. 하지만 누가 가벼운 사람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겠어요? 작품을 거래하는 분은 '솔비는 제로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마이너스에서 시작했다'고 말해요. 그런데 단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제가 많이 알려진 사람이니까 다른 작가보다 제 작업을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어느 정도 가격이 있는 작품을 단지 연예인이기 때문에 소장한다고 보진 않아요. 사람과의 교감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지난 6월 12일 발매한 디지털 싱글 음반 <하이퍼리즘 바이올렛>(Hyperism Violet)과 인사동에서 막을 내린 전시 <Real Reality; 불편한 진실>의 공통점은 '아픔'이다. 그동안 음악과 미술을 통해서 그가 받았던 상처가 치유됐는지 궁금했다.

"당연하죠. 선물처럼,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선물이라 느낄 만큼 이 마음이 소중하죠. 과거의 저처럼 힘든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 자체로도 치유가 됐다고 생각해요. 주관적 자아에서 객관적 자아로 바뀐 게 아닐까요?"

작업실 한편에 놓인 메모장엔 작가 권지안제공에 대한 소개가 적혀 있다. 전시장을 찾아온 관람객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 글로 보이는데, 왜 미술에 발을 들여놨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말이다.

"저에게 미술은 삶을 포기하려던 순간에 다시 살 수 있도록 도와준 하늘의 선물입니다. 그래서 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받은 이 선물을 나누고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이젠 제 개인의 치유만이 아니라 세상의 치유를 위해 미술을 하고 싶습니다."

그는 오는 10월 5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19 라 뉘 블랑쉬 파리>(La nuit blanche, 백야)에 전시 작가로 초대됐다. 인터뷰가 진행되기 며칠 전인 6월 24일, 전시 위원회로부터 최종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2002년부터 시작된 <라 뉘 블랑쉬 파리>는 매년 10월 첫 번째 주말, 단 하루 동안 파리가 미술관으로 바뀌는 축제이다. 매해 200만 명의 관객이 찾으며 회화,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파리에서 진행된 이후 브뤼셀, 시카고, 마드리드, 로마, 텔아비브, 몬트리올, 상파울로, 토론토, 리즈, 상하이로 이어진다. '현대미술의 장'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아트 축제이다.

여기서 그는 <바이올렛> 퍼포먼스와 전시 작품을 선보인다. 축제에 초대된 30명의 작가들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행사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는 소감을 물었다.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미술가 30명이 모이는 국제적인 축제잖아요. 경연은 아니지만 대표주자로 참여한다는 마음이에요. 베스트 3 안에는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웃음)"

"제 소망은 좋은 어른이 되는 것"

그는 가정과 아이들에 관심이 높다. 가정위탁 홍보대사로 활동했으며, 2017년에는 실종 아동을 찾는 '파인드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했고, 6년째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이 개최한 '제1회 마음이 그리기 대회'에 일일 미술 교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유독 아이들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과 연결시켰다.

"어렸을 때 느꼈던 외로움에 아직 묻혀 있는 거 같아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는데 저희 집은 모든 것을 밀어줄 만한 형편이 아니었거든요. 지금도 당시의 아픔을 가진 아이의 기억에 멈춰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보면 최대한 아픔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죠. 그걸 스스로 지켜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이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거든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상처는 트라우마로 남을 거예요. 제 소망은 좋은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예술가 창작스튜디오에서 권지안(솔비) 작가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예술가 창작스튜디오에서 권지안(솔비) 작가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 잠실창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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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2017년, 국내 유일 장애 예술가들의 창작 레지던시인 잠실창작스튜디오의 <프로젝트A>에 참여했다. 프로젝트의 'A'는 가능성을 나타내는 'able'을 뜻한다. 즉, 가능성이 있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멘티-멘토 결합 프로그램이다. 2년 전 아이들과 핑거 페인팅을 함께한 데 이어 지난 7월 27일 두 번째로 방문했다. 재밌었던 기억도 있고 정말 애들이 좋아서 다시 방문했다는 그는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지원하는 서울문화재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약간 불편한 그들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공공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자신의 역할은 단지 아이들이 바로바로 촉각을 느낄 수 있게끔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라며, 그것이 좋아서 참여한다고 했다.

잠실창작스튜디오는 이처럼 재능이 있지만 100%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키우는 곳이다. 자신이 어려움을 극복했던 것처럼 이들도 역경을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인 듯하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에요. 그 친구들은 특별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죠. 특별함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재능과 꿈을 실현할 수도 있잖아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진행하면 좋겠어요. 그런 친구들이 많아질수록 건강한 사회가 실현될 겁니다. 진심으로 응원해요."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문화예술 시사 월간지 '문화+서울' 8월호 인터뷰에서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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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시사 월간지 <문화+서울>의 편집장으로, 매주마다 한겨레 신문에 '주간추천 전시/공연'과 '사람in예술' 코너에서 글을 쓰고 있다. https://bit.ly/2M2J5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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