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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과 빈곤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실험되고 있는 '기본소득'이 주목할 만합니다. 한편에서 기후변화는 인류의 운명을 가를 절체절명의 문제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기후행동'이 필요합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동시에 기후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녹색참여소득'을 제안합니다. 생태적 이동, 에너지 절약, 친환경 제품 사용 등을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녹색참여소득의 개념, 기본소득과의 차이, 기대효과 등에 대해 연재합니다.

여쭤봅니다.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달에 수십 만 원의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약 전기, 가스, 수도의 절약을 조건으로 한다면요? - 기자 말

 
 '당연히' 장애인도 운동을 한다.
 "당연히" 장애인도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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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으로 이동하는 시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구상은 장애인의 삶과는 어떻게 연관될까.

기본소득과 장애인

우선, 기본소득을 고민하는 분들 사이에서 기본소득은 장애인 복지의 큰 틀을 의미 있게 바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현재 장애인 복지는 각종의 장애인 복지 서비스와 장애인연금‧장애수당‧장애아동수당 같은 일종의 사회수당,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각종 급여 정도가 있는데요. 이를 '기본소득+장애수당'으로 재편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입니다(김찬휘, '기본소득과 장애인 복지', 2018년 11월 8일, '장애인 소득보장 방안으로의 기본소득' 토론회, 7쪽 참조).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 그리고 장애아동수당은 올해 7월 1일부터 기존의 '장애등급'이 아니라 '장애정도'를 기준으로 지급됩니다. '경증'이냐 '중증'이냐에 따라 중증은 장애인연금, 경증은 장애수당이 지급되는 식입니다. 이것이 과연 장애등급이 완전히 폐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비판도 역시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연금이든 장애수당이든, 장애아동수당이든 여전히 자산 및 소득을 심사합니다. 이런 방식이 갖고 있는 '전통적' 문제점이 있죠. 낙인효과는 당연하고, 판정이 자의적으로 이뤄질 소지가 큽니다. 사각지대가 항상 발생한다는 점도 있습니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건 이런 내용입니다. 기본소득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지급됩니다. 장애인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받습니다. 여기에 더해 장애인은 장애인으로서 권리를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장애수당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장애수당은 현행 장애수당과 달리 자산이나 소득심사 같은 걸 하지 않고 보편적 성격을 띄는 게 좋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기본소득이 있는 상황에서라면 장애수당의 경우 장애인의 소득 여부 등을 따져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도 있습니다(김찬휘, '기본소득과 장애인 복지', 2018년 11월 8일, '장애인 소득보장 방안으로의 기본소득' 토론회 참고).

장애인의 운동과 외출

녹색참여소득은 생태적 이동을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이고, 장애인에게도 적용돼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에게, '이동'을 조건으로 소득을 주겠다고?"

자산이나 소득심사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좀 살펴봤습니다.

우선 장애인은 장애유형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10명 중 6명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합니다. 그중에서 매일 운동하는 경우가 53%쯤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운동이 바로 걷기와 조깅입니다(권선진, '장애인의 보건의료, 건강실태와 정책과제', "보건복지포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년 9월, 28쪽).

장애정도가 심해 아예 운동이나 외출이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면, 녹색참여소득이 모든 장애인에게 아예 적용 불가능한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꼭 필요합니다. 저는 매일 출근길에, 바로 집 앞에서 저와 반대방향으로 걸어오는 시각장애인을 한 분 만납니다. 늘 걷기운동 중이십니다. 녹색참여소득이 지급된다면, 건강을 위해 걷는 장애인의 걷기가 소득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외출'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고민이 가능합니다. 10명 중 7명 가까운 장애인이 거의 매일 외출합니다. 외출의 이유는 사람이면 다 똑같습니다. 학교에 가기 위해, 직장에 출퇴근하려고 혹은 병원 진료, 물건 사기, 친구나 친척 방문 등입니다. 산책이나 운동도 이 안에 포함됩니다.

물론 신체장애인 가운데 걷기 힘든 분들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도 요즘에는 점차 전동휠체어, 장애인 콜택시 등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관련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아 모두가 원하는 만큼 이동하지는 못하고 있지만요.

전동휠체어, 장애인 콜택시도 각각 걷기와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고 녹색참여소득을 지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에게, '이동'을 조건으로 소득을 주겠다고?"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에게, "이동"을 조건으로 소득을 주겠다고?" 의문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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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참여소득과 장애인

이처럼 녹색참여소득은 장애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장애유형에 따라 통상 이동하는 속도가 다를 수 있으니 녹색참여소득 지급의 기준은 달라질 수 있을 테지만요.

물론 함께 이뤄져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생태적 이동에 돈을 준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이동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각종의 시설은 더 확충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야 합니다. 물론, 서울시는 2022년까지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2017년 10월 신길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 사고 등 사람이 죽는 일을 겪고 나서야 이런 계획이 추진되는 것은 유감입니다.

같이 다닐 동반자가 없어서 외출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외출을 곤란해 하는 장애인도 있습니다. 이 점이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교통수단은 더욱 확대돼야 합니다.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장애인 콜택시를 이제는 모든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2시간 기다렸어."

이런 식의 장애인콜택시에 대한 에피소드는 차고 넘칩니다. 장애인 콜택시가 대폭 확대돼야 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2018년 현재 장애인 콜택시가 437대인데, 2022년까지 682대로 늘릴 계획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한지는 현실에서 곧 확인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교통약자'가 바꾸는 세상

장애인 이동을 위한 각종의 제도 변화는 사실 이동하는 장애인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빨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녹색참여소득은 대규모의 걷는 시민을 출현시켜 사람과 도시와 지구를 바꿀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장애인 시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동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도시는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합니다. 운동하고 외출하는 장애인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 외출과 운동을 못하는 원인들이 제거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녹색참여소득은 '배리어 프리 도시'(장애물 없는 도시)로의 진전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사실 녹색참여소득은 교통약자들이 안전하게 걷고, 자전거를 타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촉진할 것입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규모 교통약자들의 출현은 다시 장애인의 이동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 것입니다.

걷기 좋은 도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는 장애인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자동차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안심하고 이동하는 도시는 장애인에게도 안심도시입니다.

장애인과 기후변화
 
 Skolstrejk For Klimatet(School Strike For Climate)가 새겨진 팻말 옆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
 Skolstrejk For Klimatet(School Strike For Climate)가 새겨진 팻말 옆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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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참여소득이 기후변화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 장애인에게 좋은 일입니다.

그레타 툰베리라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 문제로 1인 시위를 하며 유명해진 학생이 있습니다. 이 학생을 시작으로 지금 유럽 전역에서는 학생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동맹휴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레타 툰베리가 며칠 전인 7월 24일 프랑스 하원에서 이렇게 연설했습니다. 좀 길지만 인용합니다.

"저는 최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 2장, 108쪽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거기 보시면 우리의 '의견'이 요약되어 있는 게 나옵니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씨 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얼마나 남아있는지가 나옵니다.

2018년 1월 1일 기준으로, 지구온도상승을 1.5도씨 아래로 제한할 수 있는 확률이 67%인 탄소예산은 420기가 톤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오늘 탄소예산 숫자는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우리는 해마다 42기가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지금처럼 배출한다면 남아있는 420톤의 탄소예산이 대략 8년 반 안에 사라질 것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 페이스북 '그레타 툰베리' 페이지(Greta Thunberg Korean Fan Page)


기후변화는 이제 당장의 일입니다. 파국은 100년 후의 일이 아니라 10년 이내의 일이 되었습니다. 1.5도씨 이내의 평균 기온 상승을 막지 못하면, 대재앙이 예상됩니다.

잦은 태풍과 홍수, 폭염, 한파, 식량생산의 감소, 질병의 창궐 등이 계속될 때 우리는 그 피해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부터 덮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20세기는 자동차의 세기였습니다. 그 동안 자동차를 운전한 사람들 다수는 비장애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로부터 장애인이 자유로울 리는 없으며,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더 먼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사활적 시도가 장애시민의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되는 게 이상할 게 없습니다. 녹색참여소득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상구씨는 정의당 전 교육연수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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