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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 이사장 .
▲ 정중헌 이사장 .
ⓒ 장나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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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는 치유 기능도 있어요.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뒤 자살까지도 생각한 시점에 생활연극 포스터를 보고 찾아온 분도 있었답니다. 그 분은 연극을 하면서 삶의 희망을 되찾았습니다. 40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적응을 못하던 시점에 생활연극으로 생기를 얻은 분도 있어요."

사단법인 한국생활연극협회의 정중헌 이사장은 생활연극의 순기능을 '치유'와 관련지어 설명했다. 그는 "생활연극이 삶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어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보람"이라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생활연극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생활연극이 엘리트 연극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생활연극 활성화는 프로 연극의 관객 저변 확대에도 도움될 수 있어요. 생활연극인 1000명만 모은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들이 연극을 보러 다니면 대학로도 활성화될 겁니다."

한국생활연극협회는 2017년 7월, 연극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직접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창립했다. 지난달 서울 대학로에서 가요극 <꽃순이를 아시나요>를 성황리에 공연했다.
   
정중헌 이사장 .
▲ 정중헌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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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대학로 생활연극협회 사무실에서 정중헌 이사장을 만났다. 정 이사장은 <조선일보>에서 37년간 문화부 기자, 논설위원 등으로 근무했다. 연극, 영화, 미술, 방송 등 문화예술 분야를 두루 취재한 전문가로 2006년에 신문사를 정년퇴직하고 2007년부터 5~6년간 서울예술대학교에 부총장으로도 일했다.

일반인들을 위한 무대

정 이사장은 무대에 서고 싶은 꿈을 가졌거나 배우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일반인들을 위해서 협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들의 무대를 만들어주자고 생각했고 그에 필요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에서 연극을 배운 사람들이 배우도 하고 연출도 합니다. 그런데 일반인들도 연극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한때 배우의 꿈을 가지던 사람들이 여유가 생기면서 연극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생활연극은 주로 아마추어가 대부분이예요."

정중헌 이사장은 2014년에 연극인들과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정말 즐거웠다고 회고했다. 이 축제는 프랑스 아비에 축제와 함께 공연예술축제 중에서 제일 최고로 꼽는 축제다. 그는 이 축제에서 몇 가지 가치를 느꼈다고 한다.

"우선 공연 예술이 인생에서 참 즐거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풍요롭고 즐겁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니다. 두 번째로 약 2600년 동안 공연이 있었는데 변하지 않고 전통을 고수하는 아우라가 있는 모습이 의미가 있었어요. 축제라고 해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대신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악기를 배웠으면 타인 앞에서 연주하고 싶어한다든지 등의 이유로요. 우리도 접목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죠."
   
생활연극협회에서 주최한 각종 공연 홍보물. .
▲ 생활연극협회에서 주최한 각종 공연 홍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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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부여를 받은 정 이사장은 2017년에 한국생활연극협회를 창립했다. 일반인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나씩 대본으로 써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연출하여 연기하는 걸 궁극적인 목적으로 했다. 특히 연극 아니면 더 힘이 없을 사람들이 연극을 통해서 돌파구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아마추어들을 지도하고 합동 공연하는 일에 착수한 것이다. 연극 전문가를 초빙해 연기 교육도 했는데 참가자들은 교사, 직장인, 사업가 주부 등 다양했다.

"주로 주부들이 많이 옵니다. 보통 연령대가 있는 분들이지요.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직장연극이라는 장르에 속해 있어요. 바쁜 와중 짬을 내 공연을 준비하는 것이라 자급자족 시스템이 매우 잘 되어 있습니다."

2년간 연극의 메카 대학로에서 공연도 하고 '생활연극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도 열었다. 지역 주민들끼리 모여서 연극이라는 매체를 경험하고 발표한 것이다.

"2018년, 3개월 동안 준비해서 첫 작품 <맹진사 댁 경사>를 공연했습니다. 전통의상도 입고 재미있게 했지요. 젊은 사람들도 있어야 하는 극이라 직장인 극단과 합쳐서 공연했어요."

첫 공연 때 130석 좌석을 빌렸는데 첫 날 200명이 와서 못 들어갔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지난달 <꽃순이를 아시나요> 공연에서는 아예 큰 극장을 대관했다.

"(관객이 많았던 이유는) 생활연극이 재미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겁니다. 연극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거잖아요. 일반인 처지에서 친구, 가족이 나와서 연기하니까 신기한 측면도 클 것 같아요. 생활연극의 묘미는 일단 해보고 싶었던 기회를 쉽게 마련해준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혜화동에 위치한 한국생활연극협회 사무실의 각종 공연 홍보물. .
▲ 혜화동에 위치한 한국생활연극협회 사무실의 각종 공연 홍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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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지만 연기 수준은 점점 향상되었다. 체계 있는 지도와 배우들의 열정이 한데 모인 결과다.

"우리 임원 중 한 명이 대학 연극학과 교수입니다. 아마추어 배우들을 데리고 영미문학 희곡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작품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을 연극했어요. 다들 두 달 동안 집중 연습해서 4일간 공연했어요. 그 이후 아마추어도 도전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동기 부여를 받았습니다. 배우들 역시 아마추어니까 못 해도 된다, 실수해도 된다고 생각하던 게 많이 바뀐 것 같았어요. 프로 배우 못지 않게 열심히 연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더라고요."

창립 1주년 연극을 한 뒤 축제도 하면서 '낭독'이라는 장르도 선보였다. <왕은 왕이다>라는 중동의 희곡인데 김석만 전 한예종 교수가 연출했다. 프로배우도 참여하면서 아마추어와 함께 했다. 낭독이라고 해서 책만 보고 읽는 게 아니라 몸짓도 있고 실제로 연기하는 식으로 대사를 했다. 작품 종류를 늘려 가요극에도 도전했다.

"배우에게 있어 좋은 훈련이 되었어요. 노래도 곁들여 보자고 해서 가요드라마 <꽃순이를 아시나요>를 시도한 겁니다. 다들 재밌다고 했어요."

참가비 내는 수강생 꾸준... 자립에 성공하다

생활연극은 이젠 흑자를 보고 있다. 프로 연극처럼 돈을 많이 들여서 할 수는 없어 지원자들이 참가비를 내는 형식을 택했다. <사랑장터2>라는 작품부터 적자에서 탈출했다.

"참가비를 받습니다. 예컨대, 원래 10명이 나오는 연극인데 20명이 참석했어요. 그래서 A팀 B팀 따로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20명이 입장권을 팔았어요. 그게 다 돈으로 연결되니까 적자로 번지지 않은 것 같아요. <작은 할머니>란 작품도 2팀으로 운영했습니다. 조명, 의상, 소품 등 조연출도 2명이나 두었어요."

<사랑 장터>를 공연할 때부터 축하 글 등을 발행하면서 협찬금을 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입장권을 팔고 협찬금을 받으니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

"<꽃순이를 아시나요>도 마찬가지였어요. 이 공연을 하면서 10주에 35만원 받았는데 수강생 25명이 등록했어요. 공연을 여러 번 하다보니 배우들이 더 전문적으로 기초지식부터 알고 싶어해서 말하기, 동작, 발음, 화술, 연기를 다시 배우고 있어요. 장점이 있다면 지금 배우는 부분으로 연말에 공연할 거예요. 올 연말에 공연할 작품으로 연습을 미리 하고 있는 셈이죠."

앞으로도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자립하려고 한다. 정부 지원도 받고 지원금액도 늘어나야 하지만 너무 지원금에만 의존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자체 예산이 있고 지원금을 받아서 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단다.

"우리는 지원 없어도 꾸준히 자립하고 있어요. 자립정신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부가 돈 주면 잘하겠다는 이야기는 안 하고 싶어요. 만약에 준다면 소외된 지역의 지부에 쓰려고 합니다."

정중헌 이사장은 "앞으로는 우수하고도 다양한 작품을 프로와 아마추어가 같이 공연해 보고 싶다"고 했다. 젊은 연출가나 작가와 협업해서 창작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최근에는 가족극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정이 세분화되고 파괴되는 지점도 있지만 어디까지 가정인지 새로 정립해야 하잖아요. 가족의 경계도 넓어지고 있으니까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어요. 이것이 생활연극의 궁극적인 목적 같습니다."
 
지난달 30일 가요극 '꽃순이를 아시나요'의 마지막 공연 뒤 인사말을 하는 정중헌 이사장 .
▲ 지난달 30일 가요극 "꽃순이를 아시나요"의 마지막 공연 뒤 인사말을 하는 정중헌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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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사장은 생활연극 활성화의 본보기로 생활체육을 들었다. 그는 "생활체육과 달리 문화 분야는 '생활'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데 있어서 아직까지는 정체기"라면서 "생활연극도 생활체육처럼 생활화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근 생활체육이 무척 활성화되었습니다. 예전엔 엘리트 체육 위주였거든요. 이젠 일반인들도 누구나 체육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조기축구, 배드민턴 등이 대표적인 사례지요. 집 밖에 나가면 참여할 수 있는 생활체육관들이 무척 많습니다."

생활연극협회에서는 출범 때 약속했던 사안들을 대부분 진행했다. 하나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대한민국 생활연극제다. 하지만 수천만 원의 예산이 들어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지원해 주는 데가 없다.

"연습공간부터 사무공간까지 돈이 있어야 시작을 할 수 있어요. 아직 문화 재단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자립하면서 내부적으로 수치를 맞출 수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생활연극제는 아마추어끼리 공연해서 상도 주고 받는 형식을 취한다. 전국 단위 대상으로 하는 대한민국 생활연극제를 열면 생활연극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활연극을 해서 관객이 많이 오는 것도 성과일 겁니다. 그런데 체험이 시대 흐름이듯이 배우고자 하는 욕망의 대상이 넓어지면 생활연극이 거기서 한 자리 차지할 것이라 생각해요. 실수해도 웃고, 결국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 만족해 하는 장면을 보면서 보람을 느껴요. 경제적으로 손실도 있지만 생활연극을 알리기 위한 홍보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연극협회는 전국에 10개의 지회가 있고 30개에 가까운 지부가 있다. 서울에도 25개 구가 있는데 9개 구에 지부가 설립되어 있다. 다만 아직 지부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는 않다. 조만간 협회의 성공사례를 알리면서 외연을 확대할 예정이다.

"조만간 동대문구에서 생활연극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서 공연을 하려고 합니다. 동대문구에도 여러 문화공간이 있어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정중헌 이사장은 동대문구에서도 생활연극을 공연하려고 한다면서 활짝 웃었다

덧붙이는 글 | 글쓰기 전문매체 '글쓰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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