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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언제부터 사람들이 살았을까? 조선 정부는 왜 울릉도를 비워두고 관리했을까? 울릉도에 사람이 살지 않았다면 독도를 어떻게 인지할 수 있었을까? 그 섬에 다시 사람이 살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많이들 알고 있을 것 같지만, 실은 상당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지나쳤을 우리 국토의 막내 울릉도에 대한 이야기가 한권의 책으로 나왔다.

<우리가 몰랐던 울릉도, 1882년 여름> (김도훈,박시윤 작.디앤씨북스.2019년7월12일 발간)이다.

조선 고종 이전까지 울릉도는 사람이 살지 않은 섬이었다. 고려 때부터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탓에 조선 태종 때부터 주민을 육지로 이주시키고 섬을 비우는 쇄환정책(刷還政策)을 펴왔기 때문이다. 대신 2, 3년에 한 번씩 수토관(搜討官)을 보내 섬을 관리했다. 수토관은 지방군 지휘관인 삼척영장(三陟營將)과 월송만호(越松萬戶)가 교대로 맡았다.

1882년 고종은 울릉도를 계속 비워둬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이규원을 현지로 보내 섬의 상황을 낱낱이 보고하도록 했다. 그 시기 이규원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였고, 지금으로 치자면 군 사단장급 장성에 해당하는 정3품 무관이었다. 그는 10여 일 동안 울릉도 전역과 해안을 검찰한 뒤 보고서와 지도를 작성해 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고종이 이듬해 16가구 54명을 섬으로 이주시키며 울릉도 재개척의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이규원이 남긴 보고서가 '울릉도 검찰일기'(鬱陵島檢察日記)다. 이규원은 고종에게 하직인사를 한 뒤 출발해 울릉도를 조사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기까지 2개월의 여정을 일기에 담았다. 특히 12일간의 울릉도 조사 기록엔 매일의 날씨와 지형, 식생, 만난 사람들, 느낀 점 등을 상세히 적었다.

<우리가 몰랐던 울릉도, 1882년 여름>은 검찰일기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울릉도·독도 이야기다.

이 책을 기획한 이는 현직 <매일 신문> 김도훈 기자다. 2019년 1월 경주로 근무지를 옮길 때까지 5년 동안 울릉도에서 근무한 결과물이다. 그는 울릉도에 부임하면서 검찰일기를 토대로 울릉도·독도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김도훈 기자의 말.

"울릉도에 언제부터 사람들이 살았는지, 조선 정부는 왜 울릉도를 비워두고 관리했는지, 울릉도에 사람이 살지 않았다면 독도를 어떻게 인지할 수 있었는지, 다시 사람이 살게 된 것은 언제 부터였는지 등 지은이를 포함해 상당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지나쳤을 우리 역사를 쉽게 알릴수 있껬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스스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규원 일행의 울릉도 검찰모습을 복원하는일이 그랬다.

그는 "이규원 일행의 여정을 생생하고도 치밀하게 묘사하고 싶었지만 그건 능력 밖의 일이란 걸 실감했다"고 했다. 역사적 사실을 담보할 수 있는 사료는 검찰일기가 거의 유일했고, 기록과 기록 사이의 빈 공간을 역사적 상상력으로 채우는 일이 녹록지 않았던 탓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을 덧댄 이야기에 해설이 따르는 식'이란 당초 기획을 버릴 수도 없었던 그는, 해당 부분을 박시윤 작가에게 맡겼다.

2011년 목포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선 지은이 박시윤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소설을 통해 130여 년 전 이규원 검찰사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렸다.

1882년 이규원 일행이 걸었을 길을 좇았다. 세월에 묻혀 이미 길이 아닌 곳은 수소문하여 길이 있었을 법한 곳을 찾아 발자국을 남겼다. 실마리를 찾지 못한 곳은 수십번 되오르며 살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형식부터 독특하다.

작가 박시윤이 검찰일기를 토대로 소설처럼 당시의 행적을 복원해 놓으면, 김도훈 기자가 이어지는 해설을 통해 그들의 여정을 소개하고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울릉도·독도와 관련한 대한민국 근대사를 쉽게 풀어 설명했다.

독자들이 역사의 흔적을 직접 찾아가볼 수 있도록 장소에 대한 안내도 빼놓지 않았다. 상상력을 동원했지만 기록에 없는 이야기는 피했고 객관적 사실을 따랐다. 그러면서도 독자가 읽기 편하도록 애썼다.
 
<figcaption>출판사 제공 신간소개 중에서.</figcaption>
 
출판사 제공 신간소개 중에서.
ⓒ 경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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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시선으로 울릉도 곳곳을 담아낸 100여 컷 사진은 책 읽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기자의 시선을 끈 것은 김 기자가 2014년 9월13일 울릉도 도동 까끼등 마을에서 독도를 촬영한 사진이었다. 울릉도에서 독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는날은 연중 10여일 안팎이라고 한다.

2014년 9월13일 울릉도 도동 까끼등 마을에서 독도 서도를 촬영한 사진은 이 책을 기획한 김 기자의 고된 발품을 짐작케 하고도 남았다.

그는 밤낮없이 섬을 누비며 울릉도가 보여줄수 있는 독특한 풍광을 빠짐없이 담았다. 그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알고 있던 울릉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신비의 섬으로 성큼 다가오는 것 같았다.  

책 후반부에는 지난 100여년 동안 울릉도 사람들이 일궈온 삶과 문화 이야기를 부록으로 엮어  색다른 재미와 교양을 더했다.

"서점에 가면 울릉도에 관한 책이 차고 넘칠지도 모르겠다. 책이 넘치는 시대에 책 한 권을 보태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옛 모습을 더듬어 울릉도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아가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관심으로, 우리 땅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지은이 김도훈 기자의 바람은 이처럼 소박했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부터 '그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노작(勞作)이었다.

그는 2019년 봄부터 경주에서 근무하고 있다. 독특한 시선으로 경주를 담아낼 그의 다음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주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울릉도, 1882년 여름 - 우리가 몰랐던

김도훈, 박시윤 (지은이), 디앤씨북스(2019)


태그:#울릉도, #박시윤., #김도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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