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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독일 뮌헨에 갔다. 첫날 오후 재래시장 빅투알리엔을 방문하면서 옆에 붙어 있는 비어가든도 들렀다. 잎이 무성한 큰 나무들이 보기 좋게 어우러져 있고, 그 밑으로 간이 의자와 탁자가 즐비하게 널렸다. 어림잡아 적어도 1000석은 넘어보였다.

그런데도 빈 자리는 언뜻 눈에 띄지 않았다. 오후 6시가 채 되지도 않았는데, 비어가든은 벌써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다. 어떻게든 앉아볼 양으로 안으로 들어가 잠시 헤매다 보니 마침 빈 자리가 보였다. 이렇게 자리를 잡고 필자는 맥주를 사러 갔다.
 
뮌헨 재래시장 빅투알리엔 비어가든이 우거진 나무와 어우러진 풍경
▲ 뮌헨 재래시장 빅투알리엔 비어가든 모습1 뮌헨 재래시장 빅투알리엔 비어가든이 우거진 나무와 어우러진 풍경
ⓒ 강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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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위에 맥주를 놓고 앉아 보니 주변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탁자마다 사람들의 구성이 다양하다. 동년배끼리, 노인과 젊은이가, 여자끼리, 남자끼리, 남녀가 섞여서, 친구로, 연인으로, 가족으로, 기타 여러 인연으로 조합된 모둠이 수없다.

조합이 어찌되었든 탁자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은 서로 다른 대화를 나누며 저마다의 분위기에 빠져 있다. 이러한 가운데 카드를 즐기는 연인도 보이고, 장난감캐릭터를 늘어놓고 부모 곁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어린이도 보인다.
 
비어가든에서 한쌍의 남녀가 맥주와 함께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 뮌헨 재래시장 빅투알리엔 비어가든 모습2 비어가든에서 한쌍의 남녀가 맥주와 함께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 강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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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따라 온 어린이가 캐릭터를 올려놓고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다.
▲ 뮌헨 재래시장 빅투알리엔 비어가든 모습3 부모를 따라 온 어린이가 캐릭터를 올려놓고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다.
ⓒ 강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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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생맥주를 마시고 있지만, 이곳에는 지금까지 필자의 호프 경험과 다른 문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술집에 와 있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저 공원에 나들이 나온 느낌이다. 그래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자연스럽다. 탁자 사이를 누비며 신문, 잡지, 꽃 등을 파는 광경도 자연스럽다.
 
비어가든에서 신문을 팔고 있다. 이날 필자는 잡지와 꽃을 파는 사람도 보았다.
▲ 뮌헨 재래시장 빅투알리엔 비어가든 모습 비어가든에서 신문을 팔고 있다. 이날 필자는 잡지와 꽃을 파는 사람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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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사람들도 모두 자유로워 보인다. 탁자에 앉아도 누가 주문을 요구하지 않는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맥주를 사 오거나 안주거리를 사오면 된다. 또 혼자 와서 맥주 한 잔 사다 놓고 몇 시간이고 앉아 있어도 무관하다. 아니 맥주조차 먹지 않고 그냥 앉아 있어도 그만이다. 구속이 없다.
 
비어가든에서 생맥주를 사기 위해 서람들이 서 있다.
▲ 뮌헨 재래시장 빅투알리엔 비어가든 모습5 비어가든에서 생맥주를 사기 위해 서람들이 서 있다.
ⓒ 강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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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필자도 국내에서 이런 분위기를 전혀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여의도한강공원에 나가보면 강변에 상당수의 탁자들이 놓인 곳이 있다. 주변 매장에서 캔맥주를 사서 탁자에 앉아 여유와 자유의 느낌을 맛본 바 있다.

그러나 한강공원에서 캔맥주 마시기가 개인취향이라면, 뮌헨의 비어가든에서 생맥주 마시기는 공동취향에 해당한다. 맥주를 즐기며 여유와 자유로움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둠을 이루고, 그 모둠이 수없이 모여 어울림과 소통의 즐거움을 공유하며 연대하는 문화가 비어가든에 존재하는 것이다.

을지로의 맥주골목을 보면 비어가든격의 문화 수요가 국내에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을지로 맥주골목에서 누릴 수 있는 여유와 자유는 제한적이다. 기본적으로 그곳은 호프집의 집단적 확장일 뿐 공원 문화로서의 토대가 취약하다. 주문 없이 그냥 앉아 있으면 마음 편하기도 어렵다.

글을 쓰며 문득 이런 여의도한강공원을 떠올려본다. 어느 한 곳에 2000석 규모의 탁자와 의자가 놓이고 주변에 다양한 푸드트럭이 서 있다. 두 곳의 생맥주 매대에는 사람들이 제법 긴 줄을 이룬다. 운영 수익은 모두 사회적 취약층을 위해 사용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활동에 압박을 크게 느끼며 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여유와 자유로움, 어울림과 소통을 위한 계기와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뮌헨 빅투알리엔 비어가든의 잔상이 있어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본다.

태그:#뮌헨 여행, #뮌헨 재래시장 빅투알리엔, #독일 비어가든, #여의도 한강공원, #을지로 맥주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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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문화에 관심을 두면서 짬짬이 세상 일을 말하고자 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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