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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이는 내가 1년 동안 가르쳤던 학생이다. 그는 교실에서 수업할 때 단연 눈에 띄었다. 남학생이 보기 드물게 화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궁금했다. 왜 남학생이 화장을 할까?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 그러나 섣불리 물어볼 수가 없었다. 자칫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아물어 가는 상처를 건드는 일일 수도 있다 싶어 조심스러웠다.

그러다 진영이가 고교 2학년에 진급했고, 우연히 그가 쓴 내가 '화장하는 이유'라는 글을 보았다. 용기 내어 그에게 대화를 요청했고, 그가 진솔하고 당당하게 대화에 응했다. 대화하면서 느낀 것은, 진영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큰 아픔을 겪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생각이 깊고 꿈이 야무진 학생이라는 점이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진영이는 분명 별난 아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다름'은 '틀림'이 아니기에 그의 꿈을 응원한다. 아래 내용은 그와의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온몸을 때수건으로 피가 날 때까지 문지르곤 했어요"
  
난 화장하는 남자 어렸을 때 피부가 까맣다고 엄청 놀림을 당했어요.
▲ 난 화장하는 남자 어렸을 때 피부가 까맣다고 엄청 놀림을 당했어요.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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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피부가 까맣다고 엄청 놀림을 당했다고 들었어요.
"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피부 톤이 좀 더 어두워서 그런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매일 놀림을 받았어요. 친구들이 부르는 별명은 '아프리카 원주민, 흑인, 깜둥이, 니거' 등 피부가 검다고 놀리는 말로 가득했습니다. 가족 중 흑인이 있냐고 물어본 친구도 있었고, 미술 시간에 흑갈색 크레파스를 제 팔에 대고는 같은 색이라며 웃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엄청 소심해지고 여름에도 긴 팔, 긴 바지로 까만 피부를 가리고 다녔죠.

그리고 제일 상처를 받았던 것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제게 '쟤, 어렸을 때 외국에 여행 갔다가 다른 애랑 바뀌어서 저래. 너네 나라로 돌아가!' 라고 하는 등 정말 어처구니없는 놀림을 들으면서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심하게 놀림을 받은 날이면 울면서 집으로 갔고, 온몸을 때수건으로 가죽을 벗겨내듯 피가 날 때까지 문지르곤 했었어요."

- 어떤 계기로 화장하게 되었나요?
"처음 시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큰 누나가 화장하는 모습을 보곤 '어? 화장을 하면 피부색이 하얗게 변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누나 몰래 그걸 살짝 찍어 바르고 등교를 했었죠. 그때는 그냥 무식하게 찍어 바르기만 하면 될 줄 알고 막 바르고 갔다가 친구들이 어디 아픈 것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리고 중학교 1학년 2학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화장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얼굴이 도화지처럼 하얗게 변했으면 하는 마음에 두껍게 화장을 했고, 얼굴이 정말 회칠한 듯 흰색이 됐어요. '면봉'이란 소리도 듣고 '가부키', '밀가루 반죽'이란 소리도 들었죠. 그 이후로는 점점 피부 톤의 개념을 알고 제 피부에 맞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화장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화장도 오래하게 되고, 이것저것 바르는 것도 늘면서 화장이란 행위에 깊이 빠져들게 됐어요. 화장 잘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배우고 익혀가면서 그렇게 오늘의 저에 이르렀죠."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 때마다 더 멋지게 화장했죠"
 
난 화장하는 남자 나는 나의 꿈을 향해 지금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며 내 자신을 계속 다독이고 격려하지요.
▲ 난 화장하는 남자 나는 나의 꿈을 향해 지금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며 내 자신을 계속 다독이고 격려하지요.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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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하면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크게 변한 것은 피부가 검다고 놀리는 친구가 사라진 거예요.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제 확실한 꿈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하지만 이 기쁨과 만족감도 잠깐이었어요. 제가 신경 써서 화장하면 할수록 '차가운 시선'을 보내거나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를 응원해주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자신 있게 다닐 수 있게 되었어요. '나는 나의 꿈을 향해 지금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며 저 자신을 계속 다독이고 격려하는 중입니다.
 
- 혹시 힘들었던 일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남자가 왜 여자처럼 화장을 하느냐?'라는 생각이었는지 다들 저를 힐끗힐끗 곁눈질하듯 쳐다봤어요. 제 얼굴에 음영, 색, 선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저에게 손가락질, 욕설 등 저를 무시하고 막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어요. 그래서 밖에 나가기 싫어지고 학교에서도 항상 핸드폰 하는 척을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다녔어요.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어요.

이 얘기를 어른들에게 하면 '네가 그러고 다니니까 당연히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손가락질 하지'라며 저에게 화장을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간 상태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다가, '이러면 내가 지는 거다' 싶어 더 열심히 더 멋지게 화장을 했어요. 그리고 주문처럼 이렇게 얘기합니다. '가장 어두운 시간이 해뜨기 전이듯, 나에게도 반드시 밝은 해가 뜰 것이다.'

"남자는... 여자는... 고정관념 버렸으면 좋겠어요"
  
난 화장하는 남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어, 나처럼 외모에 자신감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사람들 개개인의 아름다움을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 난 화장하는 남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어, 나처럼 외모에 자신감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사람들 개개인의 아름다움을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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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하면서 진로와 장래희망이 바뀌었다고 하던데요?
"네, 원래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건축과를 가서 공무원이 되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화장을 시작하고, 각종 매체들을 통해 메이크업과 분장들을 조금씩 접하기 시작하면서 저의 꿈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처럼 외모에 자신감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개개인의 아름다움을 이끌어내고 싶어요.

그리고 "남자는 이래야한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사람들이 버렸으면 해요. 여자가 남자의 벽을 허물면 '멋지다', '걸크러쉬', '용감하다' 등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남자가 여자의 벽을 허물면 '이상하다', '보기 거북하다', '징그럽다' 등 부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단 여자만 화장을 해야 하고, 남자는 하면 안된다는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에 갇혀서 자신의 개성을 숨기기보다는 당당히 드러냈으면 좋겠어요. 성별에 관계없이 자기 자신의 개성에 맞게, 취향에 따라서 자신을 가꾸고 꾸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속히 '양성평등부'로 바뀌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 혹시 존경하는 사람이 있나요?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님과 유트루님, 매니무아(Mannymua)님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선생님입니다."

- 이유는요?
"네 명의 존경하는 분들을 다 유튜브 등 영상으로밖에 만나보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모두 제게 희망을 심어주시고, 멋지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분들이에요. 이중 제 진로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은 이사배님입니다. 메이크업과 분장 실력 모두 정말 뛰어나고, 차별 없이 모두를 존중해주는 분이에요. 그리고 K-beauty를 이끌어 나아가시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우울한 마음이 들 때도 이사배님의 영상을 보면서 용기와 희망을 얻고 마음을 치유했어요. 그래서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입니다."
  
난 화장하는 남자 오지랖 떠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제가 직접 겪어보고 실제로 당해보았기 때문에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알고,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정말 정말 그런 친구들이 남들과 좀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난 화장하는 남자 오지랖 떠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제가 직접 겪어보고 실제로 당해보았기 때문에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알고,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정말 정말 그런 친구들이 남들과 좀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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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치마 입고 출근한 남자 선생님'도 화제가 됐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처음에 들었을 때는 정말 놀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선생님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또 행동을 하기 위해 얼마나 용기를 내셔야 했는지 알 것 같아요. 물론 그 속사정을 자세히 다 알 순 없겠지만 '멋있는 행보'라고 생각해요. 그분의 말대로 아이들은 보는 것들을 그대로 흡수하고 또 따라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양성평등을 실천하는 생생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진영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처럼 피해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오지랖 떠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제가 실제로 당해보았기 때문에 얼마나 상처가 되고, 얼마나 힘든지 알거든요. 남들과 좀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만약 저와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이 있다면, 힘들어도 조금만 더 용기 내서 자기만의 멋진 꿈을 꼭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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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