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X 101' 베일 벗은 연습생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Mnet <프로듀스 X 101> 제작발표회에서 연습생들이 공개되고 있다. <프로듀스 X 101>은 2016년 첫 방송을 시작, 국민 프로듀서들에 의해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을 배출하는 아이돌 그룹 육성 프로젝트 프로그램이다. 5월 3일 금요일 오후 11시 첫 방송.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Mnet <프로듀스X101> 제작발표회에서 연습생들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 이정민

 
최근 종영한 Mnet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이 '투표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9일 생방송된 <프로듀스X101> 마지막회에서는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을 최종 선발하는 투표가 진행됐다. 이 투표를 통해 위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김요한이 최종 1위를 차지했으며 김우석, 송형준, 한승우, 조승연, 손동표, 이한결, 남도현, 차준호, 강민희, 이은상이 포함된 11인의 그룹이 완성됐다.

방송이 종료된 직후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각 연습생이 받은 득표 숫자를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 같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방송 말미에는 마지막회에 진출한 20명의 연습생들이 받은 표수가 모두 공개됐다.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그 근거로 '수상한 득표 차'를 내세웠다. 1~20위 연습생들 사이의 득표수 차이에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133만4011표를 받은 1위 김요한과 130만4033표를 받은 2위 김우석이 받은 표수의 차이는 2만9978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3위 한승우와 4위 송형준의 득표 차, 6위 손동표와 7위 이한결의 득표 차, 7위와 8위 남도현, 10위 강민희와 11위 이진혁 사이의 득표 차 역시 동일하게 2만9978표라는 것이다. 똑같은 표 차가 5번이나 반복된다는 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만9978표 이외에도 득표 차에서 특정 숫자는 또 다시 반복된다. 9위 차준호는 10위 강민희보다 7494표를 더 받았으며 17위 김민규와 18위 이세진의 표 차이 역시 7494표로 동일하다. 10위 강민희와 11위 이진혁의 표 차이는 7495표인데 이 역시 18위 이세진과 19위 함원진의 득표 차와 같다. 이는 7494표, 7495표의 각각 10배수인 7만4944표, 7만4945표 차이로도 또 다시 반복된다.

최종 득표수 속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
 
 Mnet <프로듀스X101> 최종 투표가 조작되었다는 측의 주장을 종합해 1~20위 연습생들의 득표 관련 수치를 재구성했다.

Mnet <프로듀스X101> 최종 투표가 조작되었다는 측의 주장을 종합해 1~20위 연습생들의 득표 관련 수치를 재구성했다. ⓒ 김상화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무작위로 투표를 받았고 그것을 집계했을 뿐이라면 어떻게 이런 숫자 조합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일까. '투표 조작'에 대한 의심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조작'을 의심하는 이들은 "20명 참가자의 최종 득표수를 역산하는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각 득표에는 7494.442가 공통된 값(상수)으로 적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참가자들간의 표 차이가 7494.442의 1배수에서 최대 30배수와 대부분 일치한다는 것.

또한 개인별 득표율을 2000배로 환산한 숫자(계수)에 상수값(7494.442)를 곱하면 12위 구정모를 제외한 19명의 득표 수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조작'을 의심하는 이들은 12위 득표 수 70만4748표가 만약 70만4478표의 오타라면 1위부터 20위까지 모두 일치하는 셈이라고 추론하기도 한다.

연습생들의 득표 숫자에 규칙적인 패턴이 있다보니, 웃지 못할 진기한 상황도 벌어졌다. 19위를 차지한 토니의 득표수 28만4789표와 다른 연습생의 득표 수를 합치면 제3의 연습생 득표 수와 동일한 숫자가 등장한다는 것.

토니(284,789표) + 이세진(464,655표) = 강민희(749,444표)
토니(284,789표) + 김민규(472,150표) = 차준호(756,939표)
토니(284,789표) + 송유빈(479,644표) = 남도현(764,433표)
토니(284,789표) + 남도현(764,433표) = 송형준(1,049,222표)
토니(284,789표) + 이한결(794,411표) = 한승우(1,079,200표)
토니(284,789표) + 송형준(1,049,222표) = 김요한(1,334,011표)


총 20명이 출마한 국회의원 선거 혹은 대통령 선거에서 출마 후보 20명의 득표 숫자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나뉘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게 과연 현실에서 가능한 일일까?

공정성에 심각한 훼손...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아야
 
'프로듀스 X 101' 김용범 부장-안준영 PD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Mnet <프로듀스 X 101> 제작발표회에서 김용범 전략콘텐츠사업부장과 안준영 PD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프로듀스 X 101>은 2016년 첫 방송을 시작, 국민 프로듀서들에 의해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을 배출하는 아이돌 그룹 육성 프로젝트 프로그램이다. 5월 3일 금요일 오후 11시 첫 방송.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Mnet <프로듀스 X 101> 제작발표회에서 김용범 전략콘텐츠사업부장과 안준영 PD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 이정민

 
'조작'을 주장하는 이들은 Mnet과 <프듀X> 제작진 측에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Mnet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디시인사이드 프듀X 갤러리'는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조직해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들은 변호사 수임을 위해 23일 오후 펀딩을 시작했으며 1시간 만에 목표금액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을 향한 팬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건국대 로스쿨 정연덕 교수는 21일 유튜브를 통해 '조작' 의혹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만약 인위적인 조작이 발생했다면 100원의 유료문자 투표가 이뤄졌기 때문에 방송사가 이득을 취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사기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하세요'라면서 일반 시청자들에게 투표권한을 준 것처럼 했음에도 조작이 이뤄졌다면 배임죄나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자칫 짓밟힐 수도 있는 젊은이들의 꿈과 도전 

지난 2016년 시작된 <프로듀스101> 시리즈가 꾸준한 인기를 얻은 데는 '데뷔'라는 목표를 향해 구슬땀을 흘린 수많은 연습생들의 힘이 컸다. '국민 프로듀서'들은 투표를 통해 응원하는 연습생에게 마음을 전했고 데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대형 소속사든, 개인 연습생이든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치를 수 있었기에 방송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꿈같은 데뷔를 통해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그들의 노력에 시청자들은 공감하고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면서 연습생들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이에 힘 입어 아쉽게 탈락한 연습생 중 일부는 종영 이후에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새로운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런데 투표의 투명성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일이자, <프로듀스> 시리즈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연습생의 노력과 상관 없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인위적으로 당락이 결정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피워오르게 한 것만으로도 <프로듀스> 시리즈에는 큰 위기다. '투표해도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순간, 오디션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앞서 <프로듀스> 시리즈는 여러 번 논란에 휩싸였다. '악마의 편집'부터 '분량 몰아주기' 의혹 등이 제기되었지만, 해당 시즌이 종영된 이후엔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법적 조치까지 예고된 상황. Mnet의 침묵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모양새다. 단지 의혹일 뿐이라면 사실을 정확하게 밝히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솔직하게 공개하고 사과하는 게 <프로듀스> 시리즈를 사랑해 온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프로듀스X101 엑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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