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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에 의해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이 추진되면서 제주는 제주해군기지 갈등에 이어 또 다시 국책사업으로 인한 논쟁과 갈등이 크게 일고 있다. 제주도와 국토부는 현 제주공항의 포화로 향후 늘어날 관광객 등 항공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제2공항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완성과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용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제2공항 건설이 제주의 제2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와 반론도 거세다. 과잉관광으로 인해 환경수용능력의 한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관광의 양적 팽창을 위한 제2공항 건설은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지난 10년간 제주사회는 환경적으로나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어왔다. 1960년대 관광산업을 시작하고 50년 동안의 변화보다 지난 10년의 변화가 더 크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 변화의 내용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공존한다. 관광개발 및 관광산업의 확대로 일자리 창출과 지역총생산이 증가하는 긍정성이 있었다. 관광개발의 투자는 지역개발을 활성화하고, 제주도의 조세수입에도 도움이 됐다. 지금도 여전히 관광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관광개발의 이익이 지역 내에 환원되거나 제주도민들에게 분배되기보다는 투자자 중심으로 도외로 유출되기 일쑤였다. 부동산 가격과 물가 상승으로 도민의 생활부담이 증가하고, 부의 편중도 불러왔다. 제주의 땅값 상승 등 부동산 폭등은 전국 최고의 가계부채 부담으로 이어졌다.

경제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관광분야의 비중이 크다보니 제주관광의 실적에 따라 제주경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적인 취약성을 갖게 되었다. 관광객 증가와 개발사업 확대 등으로 양적인 경제규모는 커졌지만 상용직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전국 최하위이고, 비정규직 비율은 오히려 전국 최고 수준으로 질적인 경제하락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대규모 관광개발사업들은 해안 경관지에서부터 중산간, 곶자왈, 한라산 밑자락까지 파고들어 경관훼손과 환경파괴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생활환경의 악화도 심각하다. 쓰레기 발생량은 처리시설의 규모를 넘기면서 쓰레기 대란을 낳고 있고, 정화되지 않은 채 오·폐수가 그대로 바다에 방류되고 있다. 급속한 차량증가는 대도시 수준의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맑은 공기를 자랑하던 제주의 대기환경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이처럼 무분별한 관광규모 확대와 도민이 소외된 자본 중심의 국제자유도시 추진은 주민들의 생활환경 악화와 생활경제의 부담증가, 제주의 환경파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민의 삶의 질이 후퇴하고, 제주의 가치가 퇴색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규모 확대를 위해 추진되는 제2공항 건설계획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제주의 현실적 문제를 배 이상 증가시키는 계획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역시 고의적 부실!

최근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내놓았다. 평가서를 보면 이 절차 역시 국토부가 형식적인 통과의례로 넘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사업의 계획 초기단계에서 사업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이지만 평가서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먼저 계획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한 입지 대안들의 비교·검토를 이미 국토부가 수행한 사전타당성 용역의 결과를 요약하는 수준에서 끝내고 있다. 이 사전타당성 용역은 부실·조작의 문제가 지적되어 도민사회에서는 신뢰를 잃은 용역 보고서이다.

더욱이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현 제주공항 활용 대안들이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의 대안검토에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제주공항 활용으로도 장기 항공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면 유력한 대안으로 비교·검토되어야 하지만 이를 누락한 것이다.

둘째, 입지의 타당성 검토에서 자연환경분야 평가 대상지역의 공간적·시간적 범위의 부실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평가서는 동·식물상의 평가범위를 계획지구로부터 300m까지 조사하고, 조류의 경우는 경계로부터 1km 및 주변 철새도래지를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시행한 유사 사업을 보면 흑산공항, 울릉공항, 김해신공항 건설사업 모두 동·식물상 조사범위를 계획지구 경계로부터 2km까지 설정을 했다. 김해신공항의 경우 조류 조사는 12km 떨어진 낙동강 하구까지 조사범위로 포함했다. 자연환경분야뿐만 아니라 대기질, 소음·진동 분야도 영향범위를 축소하여 낮은 기준으로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조시시기와 횟수 등 시간적 범위의 문제도 크다. 4차례의 현지조사를 했지만 동물상 조사는 조류를 제외하면 1차례 가을철 조사에 그쳤고, 식물상 조사는 2차례에 불과했다. 동·식물상의 분포가 가장 활발한 여름철 조사는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시작에 앞서 조사범위와 방법을 심의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협의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자연환경분야의 계획된 총 4회의 현지조사 중 이미 3회를 진행한 상태였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 환경청은 협의회 심의의견으로 평가범위를 환경영향이 예상되는 지역으로 최대한 확대 설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이미 자기들 판단으로 현장조사를 끝마친 상황으로 환경부 등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셋째, 조류충돌가능성(Bird Strike) 분석의 문제이다. 평가서는 철새의 이동 고도를 일률적으로 100m 미만으로 두어 항공기와 충돌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철새의 종류에 따라 이동 고도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텃새와 고도 비행을 하는 맹금류 등의 비행행태 등도 간과한 판단이다. 한마디로 비상식적인 논리로 조류충돌가능성의 문제를 덮어버리려는 것이다.

또한 평가서는 조류충돌가능성이 있는 대상지를 장애물제한표면구역 내에 위치한 하도리 철새도래지에 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새들은 도래지 외에도 먹이활동, 휴식 등을 위해 광범위하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지구 주변의 철새도래지를 모두 분석대상지역으로 설정해야 했다.

특히 국토부가 고시한 '조류 및 야생동물 충돌위협 감소에 관한 기준'에는 공항주변 반경 13km 내에 조류와 야생동물을 유인하는 시설을 규제하는 규정이 있다. 이를 근거로 한다면 적어도 계획지구 반경 13km 내의 현황 조사를 했어야 했다.

넷째, 동굴 및 지형지질의 부실 조사이다. 평가서의 동굴조사는 문헌자료, 주민 인터뷰 및 제보, 현장 육안조사 등을 통해 이뤄졌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동굴 위주의 재조사에 그친 것으로 신규 동굴 분포 가능성에 대한 지질조사는 없었다.

계획지구에서는 용암동굴을 만드는 용암의 특징인 튜뮬러스, 숨골, 함몰지 등이 109곳이나 대량 발견되었다. 이는 해당지역이 용암동굴이 분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지조사에서는 신규 동굴의 분포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수행되지 않았다.

특히 계획지구를 비롯해 주변지역은 하천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이지만 투수성이 좋기 때문에 큰 비가 오더라도 홍수피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150만평 규모의 계획지구 지반공사 과정에 109곳의 투수성 지질구조는 대부분 매몰될 수밖에 없어 빗물 흐름이 차단되어 심각한 물난리가 우려된다.

이처럼 제2공항 계획의 타당성과 필요성 논란이 첨예한 상황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제대로 된 대안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현 제주공항의 활용방안 대안도 완전히 배제되었다. 최적의 대안검토가 아니라 제2공항 계획의 적정성을 포장하기 위한 형식적인 대안검토에 그쳤다.

입지의 타당성 평가도 매한가지다. 계획지구의 자연환경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조사범위와 부실한 내용의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고의적인 부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계획지구 및 주변 자연환경과 지질현황을 볼 때 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이지만 이를 감추려는 의도도 다분하다.

제2공항 갈등 해결, 청와대와 정치권이 나서야

최근 제주지역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보듯이 대부분의 도민들은 제2공항의 문제를 직시한다. 제2공항 후보지 발표 이후 4년째 지역의 중심 현안이 되면서 도민들의 관심도 늘어났고, 제2공항의 문제를 우리 공동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도민사회에서는 후보지 선정 과정의 불공정 문제는 물론이고 제2공항의 대안도 토론거리로 회자되고 있다. 제2공항 문제 해결을 위한 도민사회의 논의가 무르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국토부와 더불어민주당 간 당정협의회 합의문에서 '제주도가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해 도민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겨졌다. 하지만 제일 먼저 환영논평을 낸 제주도는 국토부에 전달하기 위한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다.

당정협의회의 합의를 근거로 제주도의회가 원 지사에게 도민공론화 조사를 요청했지만 원 지사는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도민 대부분이 제2공항 건설을 원한다는 주장을 해 오던 원 지사가 공론화 조사를 거부한 이유는 본인도 도민여론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도민사회에서 제2공항은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계획이 되었다. 더군다나 제2공항 후보지 선정 과정의 불공정성이 확연히 드러난 상황에서 국토부의 제2공항 건설계획 강행추진은 도민의 큰 반발과 비판에 직면할 뿐이다. 지금의 국토부가 벌여놓은 갈등의 상황을 풀고,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정치권이 직접 나서야 한다.

절차적 투명성 확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어서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차원에서라도 제2공항 건설의 타당성과 필요성은 재검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정치권은 도민의 삶을 바꾸는 것은 행정의 일방적인 정책이 아니라 제주도민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존중하고 현재의 갈등을 풀기 위한 협의와 대안 모색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19제주생명평화대행진 연속기고 ①] 해군기지, 비자림로, 제2공항... 제주도는 인간들만의 섬이 아닙니다

[2019제주생명평화대행진 연속기고 ②] 진실이 드러나도 시간은 되돌릴 수는 없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제주의소리> 칼럼(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일부가 인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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