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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은 2019년 5월부터 5개월 간 시범적으로 성 평등과 이주민, 난민 등에 대한 허위조작정보나 혐오표현과 관련된 유튜브 게시물을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 보고서로 이른바 '여경 혐오론' 관련 게시물을 모니터한 결과를 발표합니다. 여경, 여대생, 여교사, 여류작가 등 특정 직업 앞에 여성을 불필요하게 강조하는 표현은 성차별적 표현이지만, 이번 보고서에서 '여경 혐오' 프레임을 지적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여경', '남경'이라고 표기하겠습니다.

유튜브에서 '여경'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제법 많은 게시물이 있습니다. 민언련은 이중에서 2017년 5월 1일부터 2019년 5월 23일까지 업로드 된 게시물 중 조회수가 높은 게시물을 추렸습니다. 그랬더니 조회수 상위 18개 영상의 종합 조회수는 무려 1185만 회나 되었습니다. '여경'이라는 주제가 이렇게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게시물은 대체로 일부 여경의 행동을 전체 여경의 문제로 일반화하면서 '여경은 미숙하고 신체적으로 약해 쓸모가 없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 사회에서 왜 이런 '여경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요? 민언련은 논란이 되고 있는 '여경 무용론' 관련 게시물의 내용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해봤습니다.

1. '부산경찰 오또케 사건' 

지난해 9월 <지금 난리 난 부산 여경 논란>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습니다. 이른바 '부산경찰 오또케 사건'을 다룬 영상입니다. 이 영상에는 부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에 여경 4명이 출동했는데, 구경 중이던 시민이 구조작업을 대신 했고 여성경찰 4명은 "어떡해 어떡해"하며 당황해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주장의 근거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1장과 그 사진을 올린 네티즌의 글뿐입니다.
 
 △ 조회수 228만회를 기록한 이른바 ‘부산경찰 오또케’ 사건을 다룬 
유튜브 영상
 △ 조회수 228만회를 기록한 이른바 ‘부산경찰 오또케’ 사건을 다룬 유튜브 영상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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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단 1장의 사진은 여성경찰 전체를 싸잡아 공격할 수 있는 근거가 됐습니다. 영상을 올린 유튜버는 자막에서 "여경들의 현장 대응 능력과 의지가 부족한 모습을 너무 쉽게 볼 수 있다"고 표현했고, "이대로 가면 최대 피해자는 여성이지 진짜여혐범죄가 생길 거고 도움은 여경한테 받아야하니 알아서해~" "여경 10명이 출동해도 똑같은 상황이었을 듯합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 영상의 조회 수는 228만 회를 기록했고, 댓글은 1만 6천여 개가 달렸습니다. 시청된 횟수가 조선일보의 하루 발행 부수 보다 많습니다.

이 사건은 다른 유튜버를 통해 더 크게 확산됩니다. A 유튜버는(이하 유튜버 이름은 모두 알파벳으로 표기함) 이 사건에 대한 현직 경찰 반응이라며 "남자 4명이 현장에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 그림이 나올까요?"라고 전했습니다.(조회수 44만) B 유튜버는 "여경들의 실체입니다"며 사건을 소개한 뒤 "(여경을)왜 늘리는 건지 궁금하네"라고 주장했습니다.(조회수 12만)

경찰의 해명을 왜 불신하나

이 사건에 대해 당시 경찰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과 달리 (여경들이) 적극적으로 사고를 처리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성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기 전부터 시민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었고, 사고차량 위로 사람이 더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 시민에게 사고자를 구조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또 출동한 경찰들은 구조하기 쉽도록 사고차량 문을 잡고 있거나 추가 사고 예방에 집중했다고 밝혔습니다.

단편적인 장면으로 전체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찰의 입장은 사실상 '팩트'로 인정받지 못하고 여전히 변명이거나 거짓으로 취급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2. [스웨덴 여경 3인 영상] 

지난해 8월 유튜브에는 스웨덴 여경 3명이 난동을 부리는 시민을 제압하지 못하는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영상 제목은 <여경 40% 채용한 스웨덴 근황>입니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137만 회를 넘겼습니다. 이 영상도 부산경찰 영상처럼 '여경은 범인을 제압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댓글에는 "걍 여경 100%하자 은행 함 털어보게" "여경을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무능한 경찰을 원하지 않는 겁니다"라는 의견이 달렸습니다.

이 영상도 다른 유튜버에 의해 확산됩니다. C 유튜버는 "선진국인 스웨덴이 여경을 40%까지 늘리자 난민 하나 감당 못 하는 여경 4명(실제는 3명)의 영상이 유튜브에 진짜 도배가 됐어요"(조회수 72만)라고 했습니다. D 유튜버는 "여자 4명이서 그 범인을 받아서 제압을 못해가지고 얻어맞고 아주 난리부르스를 쳤다"(조회수 1만)며 여경이 무능하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해당 영상을 가만히 보면 여성 경찰뿐만 아니라 남성경비원과 남성경찰도 시민을 제압하지 못했습니다. 폭력적인 가해자일 뿐, 제압을 못하는 것은 성별의 문제만은 아닌 겁니다. 그러나 이 영상은 여경이 범인을 제압하지 못한다는 '여경 무용론'의 또 다른 근거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3. 여경만 '무릎 대고 팔굽혀펴기'

현행 순경 공채 시험 체력검정에서 여성 지원자는 무릎을 땅에 대고 팔굽혀 펴기를 할 수 있습니다. 유튜버들은 이 '무릎대고 팔굽혀펴기'를 반복해서 지적하며 여성경찰을 혐오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했습니다.

B 유튜버는 "현재 대한민국 여경들이 까이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체력시험에서의 팔굽혀펴기 때문이다(조회수 153만)"고 했고, A 유튜버는 "심지어 현재 여경의 체력검증 기준이 남경의 체력검증기준과 비교하면 비교하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인 거 아십니까? 팔굽혀펴기 무릎꿇고 하고(중략)"라며 "지금같이 일반인 남성조차 제압 못 하는 쓰레기 같은 체력으로 무슨 치안유지를 하겠다는 겁니까?(조회수 63만)"라는 주장했습니다.

E 유튜버는 "여경이 쓸모없다는 '여경 무용론'이 나오는 건 체력이라는 경찰의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지 못해서죠?"라며 "팔굽혀펴기 무릎대고 해서 경찰 되는 남자 경찰 있습니까?(조회수 37만)"라고 묻습니다. 이처럼 유튜브에는 "여경은 무릎대고 팔굽혀펴기를 하기 때문에 체력이 약하고 그래서 쓸모없다"는 논리가 광범위하게 퍼져있습니다.
 
 △ 여성경찰의 ‘무릎대고 팔굽혀펴기’를 지적한 유튜브 영상
 △ 여성경찰의 ‘무릎대고 팔굽혀펴기’를 지적한 유튜브 영상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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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경 공채 체력검정시험에서 여성 경찰만 무릎대고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논란이 있었기 때문인지 경찰대학은 학생 선발제도를 개선키로 했습니다.

한겨레 <경찰대, 여성 선발 비율 제한 없애고 체력검사 기준 강화>(4/29 정환봉 기자)에 따르면, 경찰대학은 2021년부터 기존 모집인원의 12%로 제한됐던 여학생 선발 비율을 남녀 구분 없이 통합 선발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논란이 되었던 체력검사 종목의 기준도 개선하는데요. 여성 지원자의 '무릎대고 팔굽혀펴기'를 폐지하고 남성과 동일하게 변경해 시행될 예정입니다. 악력 평가도 최저 기준을 남성 현행 38kg 이하에서 39kg 이하로 여성 22kg 이하에서 24kg 이하로 높이는 등 다른 체력 검사기준도 상대적으로 상향하기로 했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5월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무에 필요한 체력 테스트가 어떤 건지 깊이 있는 논의와 관련해 연구용역을 맡겼고 결과를 토대로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경찰대학에서 폐지된 '무릎대고 팔굽혀펴기' 및 체력기준 강화가 순경 공채에도 적용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4. 여경은 편한 내근직만 찾는다?

여경이 힘든 일은 기피하고 내근직만 찾는다는 근거 없는 편견도 유튜브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A 유튜버는 "여경들은 편한 내근직 위주로 가는 경향이 있다. 순환 업무로 내, 외근이 돌아가야 되는데 그냥 내근에 뼈를 묻으려는 여경이 너무 많다"(조회수 44만)고 했고,

이 A 유튜버는 다른 영상에서 "여경만 힘들다는 뉘앙스로 말씀을 하시는데~거 입좀 다물어주시고 다시는 그 비슷한 말도 안했으면 합니다"(조회수 63만)이라고 했습니다. 또 N 유튜버는 "힘들고 더러운 일은 남경들이 다 하고 여경은 편한 내근직 부서 들어가서 진급시험 공부하고 근평은 잘받고…"(조회수 85만)라고 하기도 합니다. M 유튜버는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경들은 내근직밖에 안하잖아. 내근직 하면서 버티고 말고 할 게 있나"(조회수 35만)고 합니다.

이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근거에는 언론 기사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매일경제 기사 <여경 늘려도 가는 부서 따로 있다>(2018/11/29)입니다. 매일경제는 경찰 남녀 기능별 분류와 현직 경찰관의 증원을 토대로 여경이 내근부서에 많이 배치된다는 기사를 내놨습니다. 이를 근거로 E 유튜버는 "아니 니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걸스캔두애니띵 여러분들께서 지원을 안 하신다고요. 이것도 한남 탓 입니까? 평소에는 그렇게 걸스캔두 애니띵 주장하면서 남자랑 똑같이 할 수 있다고 쿵쾅거리더니 이럴 때만 선택적으로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있죠? (중략) 똑같이 야근하고 똑같이 생활하는 건 싫다? 이게 바로 뷔페니즘이죠"(조회수 37만)라고 비판합니다.

경찰 성별에 따른 내외근직 관련 통계조차 없어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편견입니다. 매일경제와 일부 유튜버의 주장과는 다르게 경찰 성별에 따른 내근직/외근직 관련 통계는 없습니다. 매일경제가 인용한 기사의 경우도 부서별‧기능별 구별만 했을 뿐입니다. 즉, 여경과 남경의 실제 내근직·외근직 배치 비율은 알 수 없는 겁니다. 게다가 특정 성별이 '내근직'을 선호한다는 식의 주장에도 합리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일부 부서는 여경 비율이 높기는 합니다. 생활안전 쪽에 여경이 특히 많은데, 이는 여성청소년과의 신설 때문입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여성청소년과가 주로 성폭력, 가정폭력 등을 다루는데 여경이 부족해서 성폭력수사팀에 여경이 한명도 없는 경찰서가 존재한다"며 "여성청소년과가 신설되면서 경찰서에 있는 여경들을 많이 끌어다 몰아넣은 현상이 최근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나라 여경은 전체 경찰의 10% 남짓입니다. 한정된 인력 속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곳에 업무를 배치하다 보니 다른 부서에 배치될 여경이 부족한 것입니다.

한편, 일부에서는 여경이 내근직이나 SNS 홍보에 배치되는 것 또한 차별의 결과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겨레는 <'걸그룹 댄스 여경' 홍보영상은 왜 문제일까요?>(5/23 선담은 기자)에서 여경이 경찰 홍보의 '도구'로 주로 활용되는 현상에 대해 "여성경찰이 SNS에 여성을 성적 대상 또는 돌봄 대상으로만 여기는 한국 사회의 편견이 경찰의 홍보 영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여경이 '빠빠빠'라는 곡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의 조회수는 200만을 기록했습니다. 이 영상은 '여경 혐오'의 주요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5. 대림동 여경 혐오론

지난 5월 13일,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에서 취객들이 경찰관 두 명에게 체포되는 상황을 담은 15초짜리 영상이 공개되면서 이른바 '대림동 여경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해당 영상이 조선족 커뮤니티에 맨 처음 올라오면서 '대림동'이란 지역명이, 해당 영상 속 경찰관 중 한 명인 여성 경찰관이 취객에 밀리는 모습이 등장해 '여경'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영상은 15일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일부에서 화제가 됐는데, 여경이 취객에 밀린 장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 장면을 두고 '여경은 뭐했냐'는 '여경 무용론'이 불거졌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5월 17일부터 23일까지 유튜브에서 '대림동 여경' 키워드로 검색된 영상을 하나씩 살펴봤습니다. 여경을 혐오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 50건의 조회 수를 종합해보니 이미 총 270만회를 넘겼습니다.

여성경찰의 대응 영상을 본 유튜버들은 '여경 무용론'을 빠르게 퍼뜨렸습니다. F 유튜버는 "그런데 저 술 취한 50대 남자에게도 밀려서 다른 경찰들에게 도움의 무전을 쳐. 이렇게 치안에 도움을 주는 사람. 치안조무사지(조회수 26만)"라고 했습니다. F 유튜버는 또 다른 영상에서 "우리는 그 무능력함을 싫어한다고. 몸도 못 가누게 술 취한 노인 하나 제압 못하고 수갑도 주변 시민에게 부탁해야 되는 그런 사람이 어떻게 경찰을 하겠냐(조회수 3만)"고 힐난했습니다.

G 유튜버는 "대책 없이 많이 뽑은 여경이 실상 현장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게 답답합니다(조회수 1만)"고 말했습니다. 댓글창에는 "무슨 x발 경찰이 초등학교 직업놀이인줄 아세요?" "여경 늘려야 된다는 분들 꼭 위험한 상황에서 여경만 오시길 바라겠습니다"와 같은 의견이 수천 개씩 달렸습니다.

대림동 여경을 둘러싼 사실관계는?

대림동 여경 대응의 적절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체포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최초로 인터넷에 유포된 영상에는 여성경찰이 주취자에게 밀쳐지는 장면에서 끊겼지만, 전체 영상을 보면 여경은 주취자를 무릎으로 누르면서 제압했고, 시민에게 원조를 요청한 뒤 추가로 지원 온 교통경찰이 수갑을 채워 범인을 체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민도 경찰관도 아무도 다치지 않게 사건을 마무리한 것입니다.

구로경찰서는 "실제로는 여성 경찰관이 즉시 피의자에 대해 무릎으로 눌러 체포를 이어갔으며, 남성 경찰관은 (다른) 피의자를 체포하였고 추가로 도착한 경찰관과 함께 최종적으로 피의자를 검거한 것으로, 여성 경찰관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경찰대 교수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것(영상)만을 따로 놓고 해당 경찰관에 대한 자격 유무를 말한다던지, 여성 경찰관 전체로 (무용론을) 확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일보 <남자분 나와주세요 빨리, 대림동 여경 요청은 베테랑 증거>(5/21 신은정 기자)와 인터뷰한 치안정감을 지낸 이금형 서원대 석좌교수는 "'대림동 여경' 영상을 보며 생각했다.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면서 "무릎으로 누르면서 저렇게 잘 제압할 수 있었을까. 남성 경찰관도 저 정도로 잘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1일 "(영상 속) 남경과 여경 모두 나무랄 데 없이 적절한 조치를 했다. 술이나 약물에 취한 사람을 현장에서 다루기 어려운데, (현장 출동한 경찰관들이) 자기 통제력을 유지하고 적법 절차에 따라 대응한 데 대해 경찰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여경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문제라는 주장도 많았지만,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선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주장했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는 경찰관의 직무를 도움 사람에 대한 손실보상 규정도 있고, 포상금 규정도 있다"며 "당연히 시민의 원조를 전제한 규정들"이라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를 제압 못했다"?

'여경무용론'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허위정보가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영상 속 주취자를 "할아버지"라고 규정하고 "노인도 제압 못하는 무능한 여경"이라고 주장한 경우입니다. H 유튜버는 "노인 한 명 제압 못해서 빌빌거리는 조무사를 넣는 게 과연 정상인가(조회수 6천)"라고 했고 I 유튜버는 "아무리 남자라고는 하지만 할아버지한테 밀리는 젊은 여경 대한민국 치안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겠어요?(조회수 3만)"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영상 속 주취자는 각각 40대와 50대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주취자를 노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더 약한 사람을 제압하지 못해야 여경의 무능함이 부각되기 때문에 선택된 정보입니다.

"시민에게 수갑 채우라고 지시했다"?

무능함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여경이 시민에게 수갑을 채우라고 했다"는 허위정보도 유통됐습니다. 실제 영상에선 어두운 화면으로 처리되었기 때문에 누구에게 수갑을 채우라고 했는지 불분명 했습니다. 그런데도 단정적 표현이 넘쳐났습니다.

J 유튜버는 "혼자 힘으로 나이 많은 취객 하나 상대 못해서 옆에 시민들 손을 빌리고 시민들한테 수갑도 채우라네(조회수 8만)"고 했습니다. F 유튜버는 "몸도 못 가누게 술 취한 노인 하나 제압 못하고 수갑도 주변 시민에게 부탁해야 되는 그런 사람이 어떻게 경찰을 하겠냐(조회수 3만)"고 했습니다. K 유튜버는 "경찰 전유물인 수갑까지 시민에게 주면서 자신의 일을 분담시킨거(조회수 5만)"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수갑은 현장에 지원 온 교통경찰이 채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교통경찰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경이 자신에게 수갑을 건넸고, 한쪽은 자신이 다른 한쪽은 여경과 같이 채웠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는 7월 8일 방영된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시즌2(7화)에 출연한 이철형 녹취 분석 연구소 대표의 분석으로도 확인됩니다. 음성 분석 전문가인 이 대표는 '대림동 여경 영상' 원본 속에서 "수갑을 채워요?"라고 말한 목소리와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교통경찰 목소리가 동일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수갑을 채운 사람은 교통경찰인 겁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유튜버를 통해 '시민이 수갑을 채웠다' 같은 허위정보 퍼져나간 뒤였습니다.

남성 경찰의 미흡한 대응은 왜 '공권력 강화'만을 논하는가?

남성 경찰이 미흡하게 대응한 사례들도 당연히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 경우 여론이 문제의 구조적인 원인에 집중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앞서 살펴봤듯, 성별이 여성인 것이 드러나면 무조건 성별이 문제의 근원인 것으로 단정합니다.

최근 '남성경찰'의 대응이 논란이 된 '암사역 칼부림 사건'만 보더라도 확연한 온도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암사역 칼부림' 사건 당시 경찰은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린 시민을 남성 경찰이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이 사건을 두고 "남성경찰의 무능"이라고 비판한 영상을 찾아보긴 힘들었습니다. 대신 공권력 경시 풍조의 문제가 대두됩니다. 이 사건에 대해 L 유튜버는 "솔직히 이런 부분은 경찰을 이해해주고 싶고 안타깝게 느껴져요. 범죄자들 인권을 생각해주시는 우리 높으신 분들과 일부 시민들, 시민단체들 덕분에 나라가 이 꼴이 됐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대림동 여경 사건에 대해 L 유튜버는 표창원 의원의 인터뷰 내용을 반박하며 단순하게 '여경'의 무능함만을 주장했습니다. 표 의원은 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취객은 저항을 더 심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 "몇 년 전에는 그런 취객을 제압하다가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L 유튜버는 "이 분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영상을 아예 안 본 사람 같지 않습니까?"라며 "누가 봐도 여경은 못하는 거지, 안 하는 걸로 보이지는 않아요. 아니, 그럼 못한 게 아니라 안 하려는 사람이 대체 왜 주변 시민들한테 막 빨리빨리 도와달라고 손짓하면서 소리치고 앉았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남성경찰과 여성경찰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만일 이번 대림동 주취자 사건에서 여성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면, 우리는 "여성 경찰의 대응에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가?", "현장 대처와 관련한 훈련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등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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