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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night shift)'을 납이나 자외선 같은 '2급 발암물질'로 분류했습니다. 한국에는 2급 발암물질에 노출된 야간노동자들이 무척 많습니다. 야간에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편집자말]
  
 청소노동자의 모습
 청소노동자의 모습
ⓒ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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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인 당신의 아침. 당신은 6시 48분께 일어나 7시 30분 정도에 서둘러 집을 나선다. 8시 22분경에 회사에 들어선다. 지난 2015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46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 일상' 설문조사 결과다.

그런데 당신이 출근하기 전에 일을 모두 끝마쳐야 하는 이들이 있다. 일러도 너무 이른 시간에 일을 시작한 이들은, 당신의 출근에 맞춰 모습을 감춘다. 이들이 몸을 숨긴 곳은 두 평 남짓한 창고, 혹은 건물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방이다. 이곳에서 이들은 찰나의 휴식을 취한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 당신을 위해 일 하지만 당신의 눈에 띄지 않는 게 임무라는 사람들. '건물 청소노동자'들이다.

당신이 출근하기 전 벌어지는 일들

권순애(66. 가명)씨는 매일 새벽 3시에 알람을 예약하고 잠에 든다. 하지만 알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보다 10분 전에 먼저 깨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이유가 그의 잠을 방해한다. 첫째는 혹여 알람에 가족이 깰까봐.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두 번째다. 1분이라도 늦을 경우 새벽 4시에 석수역에서 출발하는 버스 첫차를 놓치기 때문이다. 결국 그를 깨우는 건 불안이다.

12일 아침, 권씨는 일어나자마자 두 알의 진통제를 털어 넣었다. 약에 내성이 생겨 한 알로는 턱도 없다. 집을 나서는 새벽 3시 50분 전까지 남편과 고등학생 두 아들의 아침을 차린다. 남은 반찬은 그의 가방에 차곡차곡 쌓아 넣는다. 그를 위한 점심 도시락이다. 그러나 도시락이라고 아무 찬이나 담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의 도시락에는 멸치볶음, 미역줄기볶음, 가지볶음이 담겼다. 전부 마른 찬이다.

"3년 전에 '청소 아줌마들이 풍기는 냄새가 역하다'는 민원이 들어왔어요. 한여름이었는데 더운 날씨 탓에 국물 반찬이 상했던 거예요. 그날 이후로 나랑 다른 아줌마들 모두 암묵적으로 마른 반찬들만 싸오고 있어요."

권씨는 8년 째 여의도의 한 고층건물에서 일하고 있다. 버스 첫차를 못 타면 곧장 택시를 잡아야 한다. 두 번째 차까지 기다릴 여유는 없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모든 청소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1년 전이었나, 첫차를 놓쳐서 집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간 적이 있어요. 그 덕에 5시까지 도착할 수 있었어요. 물론 돈은 많이 들었지만..."

택시를 타서라도 지각을 피한다는 권씨. 그녀는 과연 한 번이라도 지각한 적이 있었을까. 지각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아냐, 한 번도 늦어본 적 없어요. 늦으면 끝이에요. 그 자리에서 감독한테 바로 나가라는(그만두라는) 소리 듣지."

새벽 버스는 손잡이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꽉 찰 때가 많다. 곽씨가 탄 507번 버스도 50명가량의 사람들로 꽉 채워진다. 이렇게 많은 승객들은 단 두 부류로 나눠진다. 청소노동자, 아니면 건설노동자.

석수역 인근에서 507번 버스를 탄 권씨는 먼저 대방역까지 간다. 거기서부터는 택시로 갈아타야 한다. 너무 이른 시간이다 보니 갈아탈 버스 노선이 없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여성 청소노동자 4명이 함께 택시를 탄다. 서로 한 차에 몸을 싣고 돈을 나눠 낸다. 한 사람 당 1200원이 든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의 '입, 출구'역할을 한다. 따라서 업무시간도 새벽 4시 대로 상당히 이른 편이다.
 새벽 버스
ⓒ 노동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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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들은 가 본 적 없는 공간

이 건물에서 오래 근무한 직장인도 가본 적 없는 방이 있다. 권씨는 그 방으로 매일 새벽 5시 전에 들어간다. 열댓 평 남짓의 공간에는 이 건물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 11명, 경비노동자 2명 등이 함께 있다. 이곳에 짐을 놓고, 밥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곤 한다.

새벽 4시 50분께. 이곳에 짐을 던져놓은 권씨는 곧장 일을 시작한다. 계약서에 명시된 출근시간은 오전 6시이지만 5시도 안 돼서 근로가 시작되는 것이다. 임금은 서류에 적힌 대로만 받는다. 한 시간은 무료봉사인 셈이다.

"감독이 5시까지 오라고 하니까... 계약서와 다른 건 알지만 절대 말할 수 없어요. 우리 중 누구도 말 못해요. 이런 말 하면 감독은 우리 대신 일하려는 아줌마들 많다고, 그냥 나가라고만 해요. 그 자리에서 잘리는 거예요. 이 건물만 그런 거 아니에요. 다 그래요, 다."

구로구에서 출발하는 6411번 버스 첫차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도 권씨와 다르지 않았다.

정류장에서 만난 황(63)씨는 "최저임금이 오른 후 계약서에 기재된 근로시간이 줄었다"고 말했다. 서류상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로 기재돼 있지만, 여전히 그는 오전 5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3시까지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변한 건 부당하게 줄어든 임금뿐이라고. 같은 버스를 타는 박(62)씨, 선정릉역에서 내리는 양(60)씨도 마찬가지다.

"항상 30분 일찍, 그러니까 5시 30분보다 먼저 도착해요. 그러다 한 번은 30분에 딱 맞춰 들어간 적이 있어요. 늦지도 않았는데 감독이 온갖 면박을 다 주더라고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더니 구로 쪽에 사는 사람들 두 번 다시 안 뽑을 거라고 소리를 지르더라고."

다시 권순애씨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권씨의 근무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다. 8시 30분과 12시에 1시간씩의 쉬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쉬는 시간 전까지는 휴게공간으로 내려갈 수 없다. CCTV로 감독이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 일이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 움직여야 한다.

오후가 되면 꼬리뼈까지 타고 오르는 무릎 통증에 잠시 앉아 있고 싶지만, 권씨에게 허용된 공간은 없다.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 있을 수 없다고 권씨는 토로한다. 감독이 복도 CCTV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권씨가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지 않으면, 바로 전화가 온다.

"지하 휴게공간 외에도 각자가 맡은 청소 층에 일 마치고 들어갈 수 있는 2평 남짓의 공간이 있어요. 사실 휴게공간이라도 하기도 그래요. 원래는 그냥 창고예요. 왼쪽에는 대걸레 빠는 곳이 있고, 발치에 화장실 비품들이 쌓여 있어요. 쉬는 시간에 지하 말고 그곳에 들어가 있기도 해요. 내려가기도 힘들어서. 거기서 밥도 먹고 쉬기도 하고..."
 
 연세대 청소노동자 송영호씨
 연세대 청소노동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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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의 3분의 1이 병원비로

오후 3시 30분, 퇴근 후 그가 제일 먼저 찾는 곳은 정형외과다. 진통제로도 감당할 수 없는 무릎 때문이다. 통증 탓에 쉬이 계단을 오르지 못한다. 내려가는 계단에서는 뒤를 돌아 한 계단씩 조심스레 내디뎌야 한다. 그냥 내려갈 경우, 앞무릎에 극심한 통증이 몰려온다. 매주 신림동 인근 병원에서 연골주사를 맞는 이유다.

"월급이 158만원이에요. 딱 최저임금 받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못해도 50만원이 병원비랑 약값으로 나가요. 평소에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아파서 제대로 일 할 수가 없어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건물 청소아줌마 11명이 다 그래요."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그는 허리 통증 탓에 몇 번이나 자세를 고쳐 앉았다. 대화를 나눈 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그는 오른쪽 다리를 테이블 바깥으로 빼 수차례 무릎을 문질렀다. 그날도 그는 인근 정형외과에서 연골주사를 맞고 왔다고 했다.

"몸도 불편하신데 청소까지, 힘들지 않으세요?"

"매번 생각해요. 올해까지만 하자, 올해까지만 하자... 관두고 허리 고치고, 다리 고치고, 그렇게 살자.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년 다가오는 게 무서워요. 우리들 정년이 70세거든요. 이 일을 그만두면 내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앞으로 먹고 살 돈은 또 어떻게 구하고. 그래도 아픈 거, 더러운 거, 무시 받는 거 꾹 참고 할 일만 해내면 생활에 필요한 돈은 어떻게든 벌 수 있으니까. 근데 또..."


권씨가 옆에 놓인 휴지를 눈에 가져다댔다.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그는 "근데 또 사람대접 못 받는 일만 하다가 끝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라고 덧붙였다. 그는 "슬슬 가족들 밥 하러 가야 한다"며 의자에서 무겁게 일어났다. 옆에 놓인 보라색 가방을 집었다. 축 늘어진 보랏빛 가방. 어깨끈 주변은 끝이 해져 있었다.
 
 5일 오전 7시께 한 청소노동자가 신문과 우편물을 의원실로 옮기고 있다
 국회 청소노동자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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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대접 좀..."

오늘도 권씨를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의 출근은 빠르다. 이들은 3시 57분께 시동 걸린 버스 첫차에 몸을 실을 것이고, 5시 즈음엔 부리나케 회사로 들어갈 것이다. 서울시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일부 새벽버스에는 최대 68명이 탑승하는 것으로 나왔다. 시내버스에서 앉을 수 있는 승객이 약 27명임을 고려했을 때, 새벽 첫차의 혼잡도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첫차를 타는 청소노동자들의 수치는 산출된 바가 없다. 그저 버스의 풍경을 통해 파악할 뿐이다. 김선기 전국서비스연맹 국장은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 대부분일 뿐더러, 지자체 차원에서 진행된 실태조사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건물 청소노동자들은 노조조차 결성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라며 "각 건물마다 10명 채 안 되는 소수의 청소노동자들이 배치돼 있어 결속 자체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업무 개선을 위한 대안은 없을까? 김선기 국장은 "건물 청소노동자들 대부분은 60대 중반이다. 학교, 병원, 공공기관 청소노동자들보다 연령이 더 높은 편"이라며 "퇴직한 후에 건물 청소노동자 업무를 자원하는 분들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조차 만들 수 없는 이들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며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이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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