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기획 창-중학생 뇌가 달라졌다

시사 기획 창-중학생 뇌가 달라졌다 ⓒ KBS1

 
얼마 전 지인이 하소연을 했다. 초등학생인 아들이 유튜브를 즐겨 보기에 '책을 좀 읽으라'고 했더니, 아들이 '엄마는 석기 시대의 도구를 가지고 21세기를 살아갈 수 있느냐'며 도리어 반문을 했단다. 그 말에 지인은 말문이 턱 막힐 수밖에 없었다고.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대부분 이와 비슷한 갈등을 한 번 이상 겪어봤을 것이다. 비단 이건 한국 사회만의 문제도 아니다. 스마트폰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한 문제를 겪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과연 그 해결책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런 사회적 고민에 대해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 '중학생의 뇌가 달라졌다' 편은 색다른 실험을 통해 답을 찾고자 한다. 지금까지 많은 과학적 실험들은 스마트폰이 인간에게 끼치는 해악에 방점을 찍고 접근했다. 하지만 <시사기획 창>은 반대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전교생이 900여 명이 넘는 고양시 덕양중학교 역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골칫거리다. 이 학교는 2016년 학교와 학생들이 모여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내용이 담긴 생활 협약을 만들었다. 이 학교에선 매일 아침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걷어서 보관하고 하교할 때 돌려준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협약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일부 학생들은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논의를 거쳐 협약은 유지하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방학을 맞은 중2 성원이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부쩍 늘었다. 성원이는 스마트폰으로 게임, SNS, 유튜브, 메신저 등을 한다. 수시로 울리는 알림을 들여다보느라 해야 할 과제를 다 못한 적도 있다는 성원이는 이날도 이어폰을 연결한 스마트폰에 빠져 가족과의 대화는 물론, 식사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친구가 와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마주 보며 대화를 하기는커녕 둘이 나란히 누워 게임을 하는 것이 전부다.

스마트폰 때문에 밤과 낮이 바뀐 청소년
 
 시사 기획 창-중학생 뇌가 달라졌다

시사 기획 창-중학생 뇌가 달라졌다 ⓒ KBS1


지원이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엄마가 지원이를 깨우는 시간은 오후 4시로 그나마 방송에 나온 이날은 빠른 편이다. 겨울 방학이 시작된 뒤 지원이는 밤새 스마트폰을 했고 결국 낮과 밤이 바뀌기까지 했다. 엄마도 지원이의 상태가 심각한 건 알지만 괜히 잔소리를 했다간 관계가 더 나빠질까 마찰을 피하다 보니, 지원이의 스마트폰 중독이 해소될 리 없다.

이에 <시사기획 창>과 학교는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의 도움을 얻어 3개월간 스마트폰 절제하기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했고 다행히도 16명이 지원을 했다. 최종적으로 박나린, 장성원, 강산, 이찬영, 변평화, 신지원, 지준영 등 최종 7명이 참여하기로 했다.

제작진과 정신과학교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3개월 동안 학생들의 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속적으로 영상 촬영을 이어갔다. 영상 촬영 대상은 우리의 뇌, 그 중에서도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인간다움을 드러낼 수 있도록 이성적 사고 판단을 담당하는 부위다. 전두엽 내 혈액 속 산소 포화도 변화를 측정하여 자기 조절과 억제 능력, 작업 기억 능력을 데이터화 한다.
실험은 참가한 학생들과 부모들이 함께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시작됐다.

실험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른 미디어 기기 역시 평일 1시간, 주말 2시간만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또 효율적이고 정확한 실험을 위해 부모들 역시 집에서는 필요할 때만 스마트폰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각자 핸드폰을 '보관 상자'에 담고 대신 전화와 문자만 가능한 이른바 '효도폰'을 받는 것으로 실험이 시작되었다.

28일째 되는 4월 17일, 중간 점검이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지하철 탈 때 심심하다'는 등 스마트폰이 없는 생활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서히 다른 활동을 찾아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부모와 아이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는 시간이 늘었다. 엄마가 아이에게 접근하는 것이 한결 쉬워졌다며 웃는다. 가족끼리 스마트폰을 하는 대신 야외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났단다.

그리고 71일째인 5월 30일, 그동안 아이들의 전두엽 이미지를 촬영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과 그냥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조군의 학생들을 함께 촬영한 결과, 자기 조절 억제 능력에서 대조군의 학생들이 파란 색인 것과 달리,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노란색을 띠며 자기 조절 억제 능력이 향상되었음이 확인됐다. 반면 작업 기억 능력의 경우 실험군의 학생들이 파란 색, 대조군의 학생들이 노란색을 띠었다. 이는 실험군의 학생들이 머리를 덜 쓰고도 과제 수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정보 처리의 효율성이 증가한 것이다.

불과 몇 달간 스마트폰을 쓰지 않았을 뿐인데 학생들의 전두엽 기능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이는 곧 우리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학업 능력 향상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실험을 통해 지금이라도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뇌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이 명확해졌다.

학자들은 사춘기가 전두엽 발달이 활발하게 이뤄져 뇌가 재건축되는 시기라 정의한다. 그런 시기에 뇌 발달이 불균형하게 이뤄지면, 이후 학업은 물론 미래의 삶에 있어서도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기에 일상의 통제력을 찾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즉 정신적 항체를 키우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좋아요' 만든 사람의 반성
 
 시사 기획 창-중학생 뇌가 달라졌다

시사 기획 창-중학생 뇌가 달라졌다 ⓒ KBS1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을 만들었던 저스틴 로젠스키, 그는 바로 이런 SNS의 기능이 '가짜 즐거움의 맑은 종소리'라며 반성한다. 그리고 페북을 나와 구글에서 일했던 트리스탄 해리스와 함께 '인도적 기술 센터'를 만들어 디지털 중독 사회의 해법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트리스탄은 오늘날 우리는 삶의 1/4를 인공 사회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통탄한다. 거대 미디어 기업이 인간의 취약한 부분을 공략하여 붙들어 놓고 있다는 것이다. 무작위로 오는 알림은 도박과도 같은 중독성이 있고, 관심에 목마른 청소년은 '좋아요'를 통해 마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스마트 쉼 센터를 찾은 상담 학생의 사례는 인공 사회 시스템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해준다. 학교를 옮겨 친구가 없던 한 청소년은 온라인 페친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려 했고 1000명이 넘는 페친을 통해 만족감을 느꼈다. 이후 이 청소년은 그들과의 직접적 관계를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반대하는 부모와 갈등을 빚다 가출까지 시도했다고 한다.

성균관대 의대 정신건강 의학과 전홍진 교수에 따르면, 2014년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상담을 한 청소년 중 150명은 밤을 새우면서 스마트폰 알림을 확인해야 할 정도로 불안, 초조가 극심했고, 우울증 증상까지 보였다고 한다.

실리콘 벨리의 사라토가 고등학교. 공립학교 중 최상위 등급에 속하는 이 학교에서는 총기 사고 등 사건사고 발생 시 알림을 전달 받을 수 있도록 스마트폰을 소지하는 것까지는 허용한다. 하지만 교실 한 쪽에 스마트폰 포켓을 마련하여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학생들이 그곳에 스마트폰을 보관하도록 한다. 만약에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포켓에 넣지 않고 보면 바로 뺏기고, 교장에게 인수되어 학칙에 따라 벌을 받게 된다.

이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국인 인병진 교사네 집 풍경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 제한에 대한 실리콘 벨리 사람들의 태도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초등학교 자녀는 아예 핸드폰이 없으면 고등학생인 아들도 핸드폰이 있지만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는 인교사네 집.

노트북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는 거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이집의 규칙이다. 침실에서는 전자 기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고등학생이 돼서도 다음날 학교에서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밤 10시면 취침을 해야 한다고. 인 교사네 집의 풍경은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어쩌지 못하는 우리네 가정의 풍경과 참 많이 달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시사 기획 창 - 중학생 뇌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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