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이 TV가 아닌 컴퓨터나 모바일 등의 매체를 통해 방송을 접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해 지면서 드라마나 예능 등 전통적인 TV프로그램은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상반기 최종회 시청률을 기준으로 10%를 넘긴 드라마는 모든 방송국을 합쳐 단 9편에 불과하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작품으로 범위를 좁히면 KBS 주말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내 딸>과 KBS의 두 일일 드라마 <태양의 계절>, <여름아 부탁해> 밖에 없다.

따라서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선전은 상반기 방송가의 큰 이변으로 꼽힌다. <열혈사제>는 두 주인공 김남길과 이하늬 정도를 제외하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배우들을 많이 쓰지 않고도 통쾌한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결국 <열혈사제>는 최종회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2017년 <언니는 살아있다> 이후 약 2년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한 SBS 드라마가 됐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황철범 역의 고준, 장룡 역의 음문석, 쏭삭 역의 안창환, 한성규 신부 역의 진성우 등 시청자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신예 혹은 무명 배우들이 새롭게 주목 받았다. 그리고 <열혈사제>에서 김해일 신부(김남길 분)의 열혈팬을 자처했던 신예 배우는 오는 17일 첫 방송되는 OCN 수목드라마 <미스터 기간제>에서 데뷔 후 첫 주연을 따냈다. 강력계 열혈 형사에 이어 학생들을 아끼는 체육교사로 변신할 배우 금새록이 그 주인공이다.

크고 작은 영화에서 단역으로 경험 쌓다가 <같이 살래요>로 주목
 
 금새록은 영화 <독전>에서 짧지만 강렬한 문제아 연기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금새록은 영화 <독전>에서 짧지만 강렬한 문제아 연기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주)NEW

 
<열혈사제> 속 서승아 형사의 이미지를 보면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온 겁 없는 신인배우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금새록은 학창시절부터 배우를 꿈꾸다가 서울예대 연기과에 진학해 정식으로 연기를 배운 '정통파 배우'에 가깝다. 여느 신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금새록 역시 정식 데뷔 전에는 독립 영화 및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연기경력을 쌓았다.

2015년 개봉한 이해영 감독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에서 오야마 나오코 역으로 정식 데뷔한 금새록은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암살> <헤어화> <덕혜옹주> <밀정>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대부분 단역에 가까운 작은 역할들이었지만 금새록이 데뷔 후 출연했던 5편의 상업 영화는 모두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금새록은 2017년 1월에 개봉한 <더 킹>에 출연하며 일제시대 영화 출연 징크스(?)를 깼다.

이후 크고 작은 영화들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던 금새록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작품은 작년 3월부터 9월까지 방송된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였다. 금새록은 <같이 살래요>에서 유동근이 연기한 박효섭의 막내딸 박연하를 연기하며 안하무인 막내딸의 철 없는 성격과 높은 허영심을 잘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실 금새록이 연기한 박연하는 주인공 집안의 막내딸이지만 여러 캐릭터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지는 주말 드라마에서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신인배우 금새록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6개월 정도 방영되는 주말 드라마는 대선배들과 함께 생활하며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따라서 <같이 살래요>는 금새록 같은 신인 배우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금새록은 2018년 5월에 개봉해 5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독전>에서 초반 많은 의문을 남기고 사망하는 불량학생 차수정을 연기했다. 금새록이 연기한 수정은 비록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마약반 형사 조원호를 연기한 조진웅과 좋은 연기호흡을 보였다. 금새록은 데뷔 후 곧바로 주연을 따내는 여느 신인 배우들에 비하면 속도는 조금 느렸지만 이렇다 할 연기력 논란 없이 배우로서 차근차근 성장해 갔다.

<열혈사제>로 홈런 이후 주연 캐스팅, 영화 <나랏말싸미>에도 출연
 
 금새록은 <열혈사제>의 서승아 형사를 통해 다혈질의 유쾌한 강력계 형사로 완벽 변신했다.

금새록은 <열혈사제>의 서승아 형사를 통해 다혈질의 유쾌한 강력계 형사로 완벽 변신했다. ⓒ SBS 화면캡처

 
단역 배우로 활약하던 시절 소속사 없이 혼자 활동하던 금새록은 2018년 김성균과 서은수 등이 속한 UL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텄다. 그리고 2019년2월 첫 번째 '인생작'이라 할 수 있는 <열혈사제>를 만났다. 금새록은 <열혈사제>에서 성희롱을 일삼는 감독에게 킥을 날려 협회로부터 영구제명을 당한 전직 세팍타크로 국가대표 출신의 신입 강력계 형사 서승아를 연기했다. 

금새록은 서승아 형사를 연기하면서 여성배우로서의 아름다움을 포기한 채 역할에 몰입해 강력계 형사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결코 쉽지 않았던 액션장면은 물론이고 중간중간 김성균, 음문석 등과의 유쾌한 개그 장면도 잘 소화했다(특히 마지막회 마지막 장면에서는 장룡 분장을 하고 등장해 장룡의 시그니처 포즈인 '굉장히 우아한 몸동작'을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줬다).
 
 신인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미스터 기간제>에서 금새록의 역할은 매우 크다.

신인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미스터 기간제>에서 금새록의 역할은 매우 크다. ⓒ <미스터 기간제> 홈페이지

 
<열혈사제>를 통해 인지도가 급상승한 금새록은 드디어 데뷔 후 처음으로 드라마 주연 배역을 따냈다. 오는 17일 첫 방송되는 OCN 수목드라마 <미스터 기간제>다. <미스터 기간제>는 명문고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풀기 위해 학교에 잠입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그린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닥터스> <육룡이 나르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등에 출연했던 윤균상이 기간제 교사로 학교에 잠입하는 속물변호사 기무혁/기강제를 연기한다.

금새록은 높은 정의감과 넘치는 열정으로 학생들의 억울함을 풀어 주려고 백방으로 뛰어 다니는 열혈 체육교사 하소현 역을 맡았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이준영, 최규진, 한소은 등 신예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포미닛 출신의 권소현과 쥬얼리 출신의 김예원은 각각 학교 방송부 부장 서윤아와 국어교사 신혜수를 연기할 예정이다. 캐스팅이 화려한 드라마라고 할 수 없는 만큼 주연배우 금새록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작품이다.

금새록은 오는 24일 개봉하는 배우 전미선의 유작이자 송강호와 박해일 주연의 영화 <나랏말싸미>에도 출연했다. 금새록은 사가의 여인들에게 한글이 퍼지는데 힘을 보태는 중궁전 나인 진아를 연기했다. <나랏말싸미>는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했던 작품들을 제외하면 금새록의 데뷔 첫 사극이기도 하다. 올 여름 금새록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가장 바쁘게 활약하는 배우가 될 전망이다.
 
 금새록은 영화 <나랏말싸미>를 통해 데뷔 후 첫 사극연기에 도전한다.

금새록은 영화 <나랏말싸미>를 통해 데뷔 후 첫 사극연기에 도전한다.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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